남북정상회담 전후 달라진 것들…´김정은·리설주´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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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전후 달라진 것들…´김정은·리설주´ 호칭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8.04.2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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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여사 호칭 南北 공식화, 외교 카드로 ´부상´
김정은 국가정상 수반 이미지 변신 성공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 전후 달라진 것들에 주목한다. 크게 두 가지를 꼽으라면 ‘리설주 여사’ 호칭의 안착화,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180도 다른 평가가 아닐까싶다.

▲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처음으로 남북정상 부부가 자리를 함께했다.ⓒ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리설주 여사 호칭 공식화"

지난 27일 사상최초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에는 역대 회담과 달리, 남북정상 내외가 처음으로 함께했다. 이 또한 역사적 기록의 첫 단추다.

'문재인·김정숙' '김정은·리설주' 남북정상 부부는 이날 평화의 집 3층 연회장에서 환담과 만찬을 나눴다. 이는 역대 1,2차 정상회담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의 김정일과 한 정상회담에서는 부부가 한 자리에 동석한 적은 없었다.

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매체 모두 ‘리설주 여사’라는 호칭이 공식화된 것도 눈에 띄는 요소다. 원래 북한에서 퍼스트레이디 의미의 ‘여사’라는 호칭이 불려 진 이는 1970년대 김일성 부인 김성애가 유일했다. 이후 김일성, 김정일 부인들에게는 동지라고만 했다. 김정은 부인 리설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북한 매체를 통해 ‘리설주 여사’라는 호칭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발 나아가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은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께서 중국 중앙발레무용단의 지젤을 관람하셨다”라며 ‘여사’ 앞에 ‘존경하는’ 수식어까지 붙여 사용했다.

이 같은 북한의 변화에 청와대는 지난 6일부터 ‘리설주 여사’로 쓰기로 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전날(5일)은 통일부를 통해 김정은의 공식 호칭을 ‘국무위원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후 우리 언론에서는 ‘리설주 여사’라는 호칭이 부분적으로 쓰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기준으로 자리잡게 됐다.

"북한 외교 히든 카드로 등장"

▲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가 공연장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북한이 ‘리설주 여사’로 격상한 데에는 테러지원국 및 고립과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비정상국가 이미지를 벗고, 정상국가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또 김씨 일가의 위상과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권력구조를 재편한 것으로도 봤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리설주 카드’를 주역으로 내세우기 위해 ‘여사’라는 호칭을 강조했다는 분석도 전해졌다.

실제 리설주 여사는 회담 당일 오전까지도 판문점을 방문할지를 놓고 베일에 싸여 있다, 만찬을 앞둔 저녁 6시 15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방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 당시 10대였던 리설주는 인천아시아게임에서 청년학생협력단의 응원단 일원으로 온 바 있다.

리 여사는 회담장에서 북한 외교 히든카드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리 여사는 자신보다 35살 많은 김정숙 여사에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이렇게 와 조금 부끄럽다” “(문재인·김정은)두 분께서 하시는 일이 항상 잘 되도록 옆에서 정성을 기울이겠다” 등 겸손한 말과 미소 외교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김정은 정상국가 수반 이미지로"

▲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미지 변신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금껏 김 위원장은 권력 장악을 위해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벌여왔다. 고모부 장성택을 과감하게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도 독살한 배후자로 지목받은 잔인한 은둔의 독재자로 인식돼왔다.

그런 김 위원장이 판문점 행보를 통해 농담과 웃음, 솔직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평화를 추구하는 담대한 협상가, 진정성 있는 지도자일 수 있다는 평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인민복을 입고 등장해 공산권 국가의 젊은 지도자로서의 정체성도 자연스레 부각됐다. 이처럼 여느 국가 정상들과 다를 바 없이 정상 외교를 하는 정상 국가 수반의 이미지 변신은 세간에 일정 부분 통한 듯 보여진다.

상암동이 직장이라는 마흔 세 살 천준아(여) 씨도 회담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경우다. 천 씨는 “남북정상회담 중계를 지켜보면서 김정은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젊은 데 말도 조리 있게 하고,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인지 몰라도 좀 멋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이번에 얘기가 잘 돼서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평 세례가 일제히 쏟아지는 것에 불편한 시선도 있다. 특히 호떡 뒤집듯 앞 다퉈 확 바뀐 언론의 논조를 꼬집는 목소리도 들린다. 야당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 나라 냄비언론이 웃긴다. 1년 전만 해도 자기 형을 독살했느니, 성인병으로 죽을 거라고 하더니 이제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라고 한다. 참 장단 맞추기 힘들다”고 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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