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한국GM 解法과 '국민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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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한국GM 解法과 '국민혈세'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04.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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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타결, 파탄모면 미봉책
국민 세금으로 연명 기록
GM본사 '먹튀' 근본 대응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GM 노사가 극적 타결을 끌어 냈지만, 갈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15만명 이상의 대량실직 사태와 지역경제 타격을 일단은 피할 수 있게 됐으나, 정부와 미 GM 본사 그리고 노사의 이해가 엇갈려 앞으로도 큰 난항이 예고된다.

정부와 부실기업간에 거듭되온 '국민혈세 투입' 역기능 논란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력관리에 낭비가 있어선 안된다.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방향은 어떻게 가야 할 지, 국가경제 운용상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회생모색 막판 절충

한국GM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노사 합의를 겨우 타결했다. 지난 23일 2018년도 임금ㆍ단체협약 교섭에서 잠정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의 고용 보장과 신차 배정 문제에 관해 절충점을 마련한 것이다. 무급 휴직을 백지화하고, 연간 1000억원 삭감한다던 복리후생비도 자녀 학자금 등 일부는 유지하기로 했다.

고용 보장은 전환 배치와 희망퇴직에서 길을 찾기로 했으며 임금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에도 합의했다. 단협 개정을 통해 법정휴가, 상여금 지급 방법, 학자금 등 일부 복리후생 항목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기로 뜻을 모았다. GM 본사의 대출금 27억 달러(약 2조9천억 원) 출자전환과 향후 10년간  28억 달러(약 3조 원) 신규 투자 방안도 제시됐다. 지난 2월 7일 첫 상견례 이후 14차례 교섭을 가진 끝에 이뤄 낸 성과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 합의안은 확정됐다.

이로써 한국GM은 법정관리를 일단 면했다.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던 노사합의안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만약 노사가 이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정관리로 갔다면 한국GM 노동자 1만4천명과 협력업체 노동자 14만명 등 15만명 이상이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 있었다. 또 군산에 이어 부평과 창원의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을 것이다.

사측이 군산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장기 무급휴직안을 철회한 대신, 노조가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등을 받아들여 절충한 결과다. 당초 사측은 추가 희망퇴직을 받고 남은 인력은 부평·창원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며, 여기서 제외된 근로자는 4년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4년 무급 휴직은 '사실상 해고'라며 전원 전환배치를 강력히 요구하자 한발 후퇴한 것이다.

이에따라 군산공장의 희망퇴직 미신청 직원 680명에 대해 4년 무급휴직 대신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시행키로 했다. 군산공장에선 이미 지난 3월 2500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대량 실직 사태를 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측은 또 '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정상화 계획을 노조와 협의키로 하는 한편,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에 말리부를 대체할 후속 차량 모델 확보를 위해서도 노사가 노력한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도 이번 합의를 끌어 내는 데 한몫 했다. 정부는 자구안 발표 뒤 차관회의를 열고 GM이 요구해온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GM은 미국 GM 본사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한국 정부의 지원 아래 일단은, 회생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재발요인 상존

그렇지만 한국GM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합의안을 자세히 보면 문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불안요인은 계속 상존한다. 우선, '합의' 자체에 문제점이 많다. 일부 쟁점을 뒤로 미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분쟁이 재발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최소한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청사진이 나와야 하고, 지금 이 순간만 넘어가려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사보고서에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높게 나왔다지만, 이것 역시 처절한 구조조정과 GM의 장기회생 계획,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이 모두 빈틈없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전제한 결과다. 하나만 삐걱거려도 회생가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잔존 인력에 대한 처리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인력에 대한 처리는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이다. 인건비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 역시 이미 합의한 임금 동결 등을 제외하고는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줄일지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GM 본사가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를 배정하기로 했다지만 이 또한 물량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부평2공장에 대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차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인다 해도 한국GM이 만든 차가 잘 팔려야 하는데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 지경까지 간 것은 2013년 말 유럽에 수출하던 쉐보레 차량 판매를 GM이 중단한 영향이 크다. 곳곳에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GM본사 전략과 '함정'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GM의 재정구조와 GM 본사의 자세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을 넘어 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어떠한 자금 지원도 불가능하다. 지난해 평균 연봉 8700만원에 달하는 과다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도 원인이지만 GM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이익을 빼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GM 본사가 빌려준 자금의 출자전환과 신규 투자금 28억 달러를 대출로 지원한다고 했지만 정부와 산업은행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투자 규모를 부풀렸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GM은 여전히 우리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불안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GM은 지난 10년간 유럽과 호주 등 각국 정부에 구조조정 비용을 전가하고 지원이 끊기면 철수했다. 한국에서도 ‘먹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과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GM의 노동생산성이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GM 공장 폐쇄 문제는 언제 터져도 또 터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본 '함정'이 도사린다.

세금낭비 정부자세 

이번 사태와 관련, 정부 자세도 되돌아 볼 사안이 적지않다. 노조의 '벼랑 끝 전술'에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또 흔들렸다. 노사 협상이 GM 본사가 정했던 시한인 지난 20일을 넘기자 곧바로 정부가 개입한 것부터 문제였다.

미국 출장 중인 경제부총리가 국내에 있는 장관들과 전화회의까지 열어 협상 시한을 사흘 연장시켰다. 벼랑 끝까지 버티면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노조의 예상대로였다. 이달 초 STX조선 사태와 똑같다. 한국GM과 STX조선을 보면 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은 두 가지다. 한마디로 노조 뜻대로 해주고, 그 뒷감당은 국민 세금으로 한다는 점일 것이다.

정부는 당초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을 한국GM 사태해결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하며, GM에 대한 실사보고서를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며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일자리와 지역경제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 해결에 급급해 GM 본사앞에 쉽게 누워버린 형국이 됐다.

정부는 GM의 한국GM에 대한 28억 달러(약 3조원) 규모 신규 투자 가운데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율(17%)만큼인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한국GM 부평·창원 공장을 외국인 투자 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고 하나 바닥 나버린 기업에 또다시 혈세를 퍼부어야 하느냐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 것도 현실이다.

무작정 세금만 투입한다고 회생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껏 산업은행이 개입한 구조조정은 성공한 사례도 많지 않다. 대우해양조선 STX조선해양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사례를 보면 세금을 투입해 시간만 끌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좋은 조건으로 매각한 경우도 없었고, 부실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GM이 이들의 전철을 밟도록 해서는 안 된다.

▲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GM사태와 관련한 간담회에 참석한 댄 암만 GM 총괄 사장, 카허카젬 한국GM 사장, 배리앵글 GM 총괄 부사장. ⓒ뉴시스

GM각본 흐름, 한국만 피해

GM은 세계 곳곳에서 철수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군산공장 폐쇄를 우리와 단 한 번의 협상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뒤 한국에 와서 여야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을 가장 먼저 만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GM을 상대로 2대 주주인 산은은 최소한 10년간은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아낼 것이라고 한다. 확실한 보장 없이 5000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추가 투입하고, 부평공장을 세금을 감면해주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주는 혜택은 실로 곤란하다는 견해다.

그렇지만, GM 본사가 내세우는 조건은 그 반대다.  약속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2대 주주인 한국의 산업은행이 5000억원 이상 지원하고, 한국GM 부평·창원 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 세제 혜택을 줄것임을 사전 보장하란 요구다. 정부는 이들 GM 측 요구를 다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산업은행 지원이든, 정부 세금 감면이든 궁극적으로 국민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며, 모두 국민 세금이다. 한국민 세금 내놓으라는 GM과 노조는 목청도 크고 실력 행사까지 한다. 그런데 세금 내는 국민은 자기 돈이 부실기업 노조원들 월급으로 없어져도 말없이 방관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의 협상추이는 전체적으로 GM이 16만명의 일자리를 볼모로 협박을 하자 정부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경영실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GM이 짜놓은 각본대로 따라가버린 흐름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언제든 GM 경영난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그때마다 민간 기업에 계속 '국민 혈세'를 퍼줄 것인지 추궁치 않을 수 없다.

3자협상과 차등감자 갈등

진정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GM과 정부·산업은행 간의 협상이라는 산이 그렇게 남아 있다. 역시 GM 본사와의 협상이 문제다. 자금 지원과 신차 배정 등 본격 외부 지원에 앞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여야 한다. 당장 GM 대출금의 출자 전환과 대주주 차등 감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대주주인 GM 본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 관건이다. GM 본사는 차입금 출자전환과 신규 투자를 약속 했지만, 이번 노사협상 도중에도 차입금의 출자전환을 철회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신규 투자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다. 노조의 자구안 동의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커 보였지만, GM이 진정으로 한국GM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해 볼 여지도 있었다.

무엇보다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오래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출자전환과 차등감자는 그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GM 본사는 차입금의 출자전환에 따라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의 지분(현재 17%)이 15%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우리 정부의 20 대 1 이상 차등감자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차등 감자가 없으면 GM이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할 경우 산은 지분이 1% 이하로 줄어들게 되며, 그 지분이 15% 미만으로 내려가면 자산 처분 등 한국GM 이사회의 주요 결정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GM의 일방적 경영에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자칫 있을 수 있는 '먹튀' 등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차등감자는 부실기업 회생 작업 때 대주주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지원만 받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와 산은은 GM 본사가 한국GM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확인돼야 자금지원과 함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 제도적 지원도 한다는 입장이기에 마찰이 불가피하다.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꼭 필요하다.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GM 본사의 진정성 있는 성의가 중요하다.

물론, 우리 정부에게 한국GM 회생의 절실함이 GM과의 협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일자리 15만개와 지역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이니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김동연 부총리나 이종걸 산업은행 회장이 노사협상 와중에 자금 등의 지원 얘기를 먼저 흘린 것은 유감스럽다. 정부는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대주주 책임과 지속 가능한 생존 방안이라는 지원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대주주 GM본사 책임 검증을

그런 점에서 곳곳의 위험요소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GM에 대한 GM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실효성 있는 경영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한국GM 중간실사 보고서를 통해 미 본사 차입금의 출자전환과 신규 투입금, 신차 2종 배정을 하게 되면 한국GM이 2020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보고서 자체가 허술하다.

최근 4년간 3조원대의 부실을 초래한 미 본사와 한국GM간의 과도한 이전가격 및 업무 지원비용, 철수비용 떠넘기기 등 수상한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사결과와 해법이 없다. GM 본사가 2013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생산지인 군산공장 대책에 소홀했고, 그 결과 한국GM에는 천문학적인 적자가 쌓였다. 그런데도 본사는 한국GM에 부담을 안겼다. 그동안 한국GM에 비싼 값으로 부품을 넘기고 낮은 가격으로 완성차를 넘겨받아 한국GM 부실화를 키웠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GM의 보다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조치는 그렇게 중요하다.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데도 부실기업을 정부가 무작정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2020년부터 한국GM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산업은행의 잠정적인 보고서 역시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노조가 인건비·복리후생비 절감에 협력하고 GM 본사는 신차 배정, 차입금 출자전환, 신규 투자 등의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GM 본사는 부평과 창원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2종을 새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정도로 한국지엠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GM 본사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개발·생산에도 한국GM의 참여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정부의 지원 여부도 이를 실질적으로 검증,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젠 그야말로 GM 본사가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국GM 부실의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GM 본사에 있다.

구조조정과 회생대책 

잘못된 부실기업 지원 정책으로 인해 국내 경제가 타격을 받는 일이 더이상 되풀이 되선 안된다. 시장논리에 따른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회생시킬 유일한 길이다.

과거의 사례들은 이를 거듭 일깨운다. STX조선에는 혈세 8조 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생사 기로에 서 있다. 성동조선도 8년간 4조 원의 혈세로 연명하다 끝내 법정관리로 갔다. 부실이 눈덩이처럼 느는데도 두 회사에 지난 8년간 밀어넣은 혈세가 10조원이 넘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줄 알고도 구조조정을 미룬 대가는 그렇게 혹독했다. 지난 4월 금호타이어가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해외 매각을 최종 결정한 것도 그렇다. 구조조정 실패는 재앙(災殃)을 키울 뿐이다. 좀비기업에는 헛돈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얻기까지 국민 혈세로 치른 대가는 너무 컸다. 이같은 실패가 GM에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국GM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1, 2대 주주인 GM 본사와 산업은행, 그리고 한국GM 경영진에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이 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끈다고 하지만 더 본질적인 구조조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한국GM 노사 모두에 철저히 고통분담을 시키고,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치밀하고 확실한 회생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GM 본사는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획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며, 산업은행과 정부는 이를 따져보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GM도, 근로자도, 협력업체도 모두 오래갈 수 있다.

한국GM 노조 역시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투쟁만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으로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임금협상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공권력행사보다는 개별기업의 노사교섭에서 기업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신중히 고려, 균형있는 합의점을 찾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임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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