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 안철수에게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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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 안철수에게 득일까 독일까?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8.04.23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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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도시’ 정책은 수면 아래로… 보수 결집, 김문수에게 유리하다는 우려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지난 20일 바른미래당의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단일 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후보의 행보가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안 후보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등 지방선거 보단 정국(政局) 전반에 대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득보단 독’이라며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안 후보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등 지방선거 보단 정국(政局) 전반에 대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득보단 독’이라며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 ‘지역 일꾼’보다 ‘대권 주자’ 강조… ‘스마트 도시’ 정책은 수면 아래로

“지난 7년간 새정치를 하겠다며 애써온 제가 구태정치의 상징인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를 모른 척하고 저의 서울시장 당선만을 위해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민의 헌신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민주세력을 가장한 사람들에 의해 짓밟혔기 때문입니다.”

안 후보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선거캠프에서 나온 ‘시장 선거만 준비할 수 없다’는 발언은, 다소 모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일 김기식 전 원장의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나아가 지난 14일에는 아리수 처리시설 방문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드루킹 사건’의 발원지인 경기도 파주시의 한 출판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로 규정해야 한다”며 대선 당시 자신의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이례적 행보들이 서울시장 후보보다는 ‘차기 보수 대권주자’ 이미지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보수의 전멸(全滅)’을 논하는 현재 상황에서, ‘김기식·김경수 때리기’는 안 후보의 전국적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패한 우상호 의원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준비가 잘 안 돼 있다”며 “자신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려 디지털 정책을 내세웠는데, (정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듯하다”고 정책의 미비함을 비판한 바 있다.

다만 한동안 안 후보는 그의 대표 정책인 ‘스마트 도시’보다 ‘드루킹 사건’에 전력을 더 쏟을 계획이다. 그는 지난 22일 사건에 관련된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지금 현재 포털에서의 ‘뉴스 장사’를 없애는 것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드루킹 사건을 강조하기 위해 야권 연대를 하는 것이 중도층을 흡수한 ‘보수 결집’을 불러와 한국당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 남 좋은 꼴?… ‘보수 결집’으로 김문수 지지율 상승 우려

문제는 이러한 대국적 전략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은 보수에게는 아주 좋은 건수”라며 “야권이 결집해서 특검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결집이 유권자들의 ‘샤이(shy)보수 대연합’으로 이어져 남(한국당) 좋은 일만 해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드루킹 사건을 강조하기 위해 야권 연대를 하는 것이 중도층을 흡수한 ‘보수 결집’을 불러와 한국당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등 ‘극우 보수’ 이미지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수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진보 대 보수’의 진영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 극우 지지층을 기반으로 보수표를 흡수하겠다는 셈법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4월13~14일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휴대전화 가상번호 50%, RDD 유선전화 50%)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 내 정당지지도는 한국당(18.2%)이 바른미래당(14.5%)을 앞선 상황이다(2018년 3월 말 현재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2.9%).

박원순-김문수-안철수 3자 가상 대결에서도 김 후보(20.4%)는 안 후보(19.0%)의 지지율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안 후보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응답률 3~4%인 조사는 믿을 수 없다”며 “5월이 지나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안 후보도 ‘보수 대결집’ 가능성을 우려해 자신을 ‘야권 대표 주자’로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보수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수차례 부인하면서도, 단일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야권 대표’ 단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철수는 ‘야권 대표 주자’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안철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이미지잖아요. 시작은 진보, 지금은 보수에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본인은 늘 ‘중도’를 강조하고 있고요. 정치적 명분인 ‘중도’는 포기 못하고, 선거에서는 유동층 표로는 부족하고. 그러니 보수표를 끌어오려면 김문수보단 안철수가 보수후보로 적합하다는 이미지를 확장시켜야죠.”

*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리서치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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