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표절 논란에 얼룩진 제과업계…"연구개발 외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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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표절 논란에 얼룩진 제과업계…"연구개발 외면 결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4.1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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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왼쪽부터) 빙그레 '슈퍼콘', 일본 글리코제과 '자이언트콘' 사진. 두 제품이 매우 흡사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각 사(社) 제공

국내 제과업계가 연이은 리뉴얼,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히 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5일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슈퍼콘'을 신규 출시했다. 빙그레는 연구개발 기간 4년, 100억 원을 투자했다며 해당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근래 준비한 사업 중 가장 비중을 둔 아이스크림 프로젝트라는 게 빙그레의 설명이다.

하지만 슈퍼콘은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일본 글리코제과의 '자이언트콘'을 그대로 베낀 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슈퍼콘과 자이언트콘을 살펴보면 삼각 형태의 포장 마무리, 제품명 위치와 디자인, 포장지 색깔 등 제품의 주요 특성이 흡사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빙그레 측은 "두 제품의 유사성을 검토해 디자인 변경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출시 당시 새로운 포장 방식과 디자인을 강조한 만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표절 의혹은 국내 제과업계의 단골 메뉴다. 오리온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인기 상품 '꼬북칩'은 일본 세븐일레븐의 PB제품 '사쿠사쿠콘'을 본뜬 과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오리온 측은 8년의 시간을 들여 자체 개발한 제품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4겹 스낵이라는 유사성 자체를 부인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표절 논란과 함께 리뉴얼, 한정판 에디션 제품 등도 구설수에 오르는 눈치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아이스크림 '아포가토'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가격을 기존 8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했다. 빙그레 역시 비슷한 시기 엔초, 더위사냥을 리뉴얼 출시하고 가격을 각각 20% 상향 조정했다. 힘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린 셈이다.

또한 해태제과의 봄 한정판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은 출시 한 달 만에 140만 봉지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끌었지만, 기존 제품과 별다르지 않은 맛에 겉포장지만 바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 (왼쪽부터) 오리온 '꼬북칩', 일본 세븐일레븐 PB '사쿠사쿠콘' ⓒ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들이 새롭고 신박한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단기적인 매출 신장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슈퍼콘 표절 논란'을 야기한 빙그레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15년 1.31%(104억 원), 2016년 1.19%(96억 원), 2017년 1.16%(99억 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크라운제과·해태제과식품)도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0.4%(43억 원), 2016년 0.4%(46억 원), 2017년 0.5%(53억 원)로 정체된 상황이다. 인적분할 후 신설된 크라운제과 역시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0.4%에 그쳤다.

업계 양대산맥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73%, 0.99%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0.28%, 0.36% 오른 수치다.

하지만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오리온은 오리온홀딩스에서 인적분할해 신설되면서 기업가치 하락을 겪은 만큼, 양사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유의미한 통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업보고서상 롯데제과의 연구개발비는 2016년 101억 원에서 2017년 29억 원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오리온의 연구개발비도 42억 원에서 39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 불황과 사드 후폭풍에 따른 중국 내 매출 부진으로 제과업체들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대신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다. 연구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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