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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경영복귀 논란' 한진그룹 조현아…'장발장 떠올려야'

기사승인 2018.03.30  11: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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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위한 최종변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님께서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3년 만입니다. 대법원으로부터 지난해 12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지는 3개월 만이고요.

다소 이른 시점의 경영복귀인 만큼, 여론은 최악입니다. 더욱이 대한항공 측은 '정확한 복귀 시점이나 방법은 알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유전무죄, 적폐 끝판왕 등 비판은 물론이고, 대한항공과 칼호텔 불매운동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 대한항공

존경하는 재판장님,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경영복귀인 것은 사실입니다. 변론에 앞서, 조 사장님을 대신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사실은 이번 경영복귀는 명분으로 봐도, 법적으로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 사장님께서는 자숙의 시간을 갖는 동안 선행을 베푸셨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을 돌봤고, 결연 아동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했습니다. 지체 높으신 분께서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평생 안 해도 될 일이었는데 말이지요. 죄인으로서, 그리고 재벌대기업 오너가의 장녀로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 측이 조 사장님의 목격담이나 사진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팩트는 조 사장님께서 경영복귀에 앞서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것이지요. 진정성을 따질 게 뭐가 있습니까? '악어의 눈물'도 눈물은 맞지 않나요.

또한 조 사장님께서는 최근 대한민국의 얼굴이 되기도 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앞서 부친 조양호 회장님과 함께 성화봉송에 나선 겁니다.

성화봉송 주자는 후원기업이 홍보를 위해 성화봉송 주자 중 70%를 추천 선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올림픽조직위위원회가 30%의 주자를 선정합니다. 조 사장님께서는 아마 한진그룹의 몫에서 선정됐겠으나, 정말 문제가 있다면 조직위에서 막지 않았겠습니까?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면죄부를 준 게 아니겠어요?

비록 집행유예 기간이 남은 시점이긴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미뤄보면 조 사장님의 경영복귀는 아주 적절하고, 적법하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국내외 호텔을 경영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분이 아닙니까?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탁월한 인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물론 도의적인 책임이 아직 남은 건 맞습니다. 승무원을 폭행하고,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임의로 항공기를 돌려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했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라면,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 미제라블>, 장발장은 '식빵' 하나를 훔친 죄로 2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 안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장발장은 다시 한 번 죄를 저질렀습니다. 자신을 도와준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를 훔친 겁니다. 하지만 미리엘 신부는 그를 용서했습니다. 감명을 받은 장발장은 이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선행을 베풀어 훗날 시장에 당선되기까지 이릅니다.

이런 '식빵' 같은 경우에도 용서와 이해심의 힘으로 죄인이 갱생해 사회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났는데, '식빵'도 아니고 고작 '땅콩' 때문에 한 사람이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조 사장님께서는 고작 '땅콩' 하나 때문에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좀 비싼 '땅콩'(마카다미아)이긴 했지만, 그래도 '식빵'보단 저렴할 겁니다.

국민들에게 감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리엘 신부처럼 용서와 이해심을 발휘해 한 사람을 살려주시겠습니까, 아니면 끝까지 장발장을 추격한 자베르와 같은 냉혹함으로 한 사람을 영원히 매장시키시겠습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조 사장님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요즘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성 불평등을 뿌리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가정 내 여남(女男) 불평등 문화 타파와 자녀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 사장님의 부군 박종주씨는 성공한 의사입니다. 박 씨는 2010년 조 사장님과 결혼한 이후 아이브성형외과 원장, 한진그룹이 투자한 인하국제의료센터 전문의 등으로 활동하면서 승승장구했습니다.

남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을 거두는 사이, 조 사장님께서는 쌍둥이 엄마가 되셨습니다. 쌍둥이를 돌보지 못해 고통스럽다며 선처를 호소했던 조 사장님의 얼굴을 생각하면, 두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출산 과정도 무척 고되지 않았습니까. 오직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만리타국(萬里他國) 하와이로 원정출산까지 감행했습니다. 그 모정(母情)을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조 사장님에게 찾아온 건 커다란 시련이었습니다. 비록 자신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받았을 많은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도 가네요. 또한 왕성하게 활동하는 남편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을 겪었겠습니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조 사장님의 경영복귀를 지탄할 게 아니라 응원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 뉴시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유전무죄, 적폐 끝판왕과 같은 비판은 사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파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파면까지는 부당한 게 요지입니다. 교육부도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사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말실수로, 상습적 언행도 아닌 일로 공무원을 파면하는 건 좀 지나치긴 했지요.

하지만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 권력기관과 공무원 조직 내에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자들이 많다는 건 분명히 확인됐습니다. 엘리트에 의한 통치, 자본과 권력 여하로 구분되는 사실상의 신분제,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울산공항 보안검색대 무단통과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 특혜 응원 논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의 특별사면, 그러려니 하고 잊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들 애써 잊고 살면서, 나아가 언젠가는 그들처럼 되리라는 소망을 품고 살면서,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그들처럼 살라고 가르치면서, 왜 조 사장님께 비판을 하고, 모독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모쪼록 재판장님이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님과 한진그룹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몰상식한 비판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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