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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섬진강이 부른다②

기사승인 2018.03.26  16: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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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광양 매화, 구례 산수유에 이은
하동 섬진강 둔치와 쌍계사 십리벚꽃길 축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명화 자유기고가)

이젠 완연한 봄, 섬진강변 조잘조잘 봄이 오는 소리가 따스하고 정겹다.

일 년 중 섬진강이 가장 많은 손님을 초대하는 3월에서 4월. 매화, 산수유 그리고 벚꽃에 이르는 봄꽃 세 자매가, 겨울잠 자던 섬진강과 지리산을 소란스럽게 깨운다.

   
▲ 섬진강 둔치의 광양 홍매 ⓒ정명화

은은한 매화 향과 함께 시리도록 아름다운 백매가 순결해 보인다면, 홍매는 화려함의 극치라 할 수 있겠다.

이토록 고혹미를 지닌 매화와 샛노란 산수유가 만개해 지기 시작하는 3월 말 경엔, 하동 벚꽃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섬진강 봄꽃 트리오 완전체를 이룬다.

   
▲ 광양 섬진강 둔치 ⓒ정명화
   
▲ 하동 섬진강 둔치 ⓒ정명화

4월이 가까워지면 계절의 여왕은 벚꽃, 섬진강 벚꽃이 옅은 핑크빛을 띠며 꽃비가 내려 쌓인 듯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낸다.

특히 동틀 무렵, 어둠을 살짝 머금은 벚꽃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이 절경을 보려고 필자는 새벽같이 일어나 섬진강 둔치를 걸으며 황홀한 감상에 젖는다.

   
▲ 하동 섬호정 전망대 ⓒ정명화

송림공원 맞은 편 섬호정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수려하게 펼쳐진 섬진강 물줄기와 둔치의 화려한 봄꽃 잔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멀리서부터 풍기는 진한 벚꽃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 섬진강 둔치 벚꽃길 ⓒ정명화

벚꽃 송이가 어쩜 이토록 소담스럽고 고울 수 있을까. 마치 솜사탕 같지 않나.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하동 진입로에서 화개장터에 이르기까지 약 25여 km에 걸친 둘레길 에는, 데크를 설치해 보행로 겸 자전거 도로가 기다린다.

그런 만큼 도회지를 벗어난 자연과의 만남에 승용차대신 하동이나 구례, 광양에 도착하는 열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하길 적극 추천한다.

그리곤 하동과 구례, 광양 지선버스와 강변도로를 따라 걷기를 병행하면, 환상적인 벚꽃 무리와 섬진강을 길동무삼아 교감하며 무념무상의 힐링 코스와 여유로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 평사리공원 ⓒ정명화
   
▲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구간 ⓒ정명화

예쁜 벚꽃에 취해 송림공원에서 섬진강을 따라 약 10 km 남짓 화개장터 쪽으로 이동하면 평사리 공원에 이른다.

평사리 공원은 ‘박경리 토지’의 배경인 최 참판 댁 맞은 편 섬진강 둔치 공원으로, 텐트를 치며 야영을 할 수 있는 장소다.
                              
건너편 지리산 자락엔, 토지의 최 참판 댁을 재현한 고택이 악양 평사리의 평야를 굽어보고 있다. 악양은 슬로우 시티로 선정돼, 평화로운 농촌이 제공하는 느림의 미학을 맛보게 해준다.

하동과 화개장터 간 운행하는 완행버스를 타면, 개치나루터에서 우회전해 악양으로 들어 최 참판 댁에 당도한다.

   
▲ 벚꽃 나들이 행렬 ⓒ정명화

광양 매화 시즌처럼 하동 벚꽃 피크에도, 하동에서 구례로 이어지는 19번 국도가 주차장을 방불할 정도로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섬진강을 끼고 펼쳐진 19번 국도는 사계절 아름답기에, 필자는 하동터미널에서 출발해 화개장터, 구례행 버스를 종종 이용한다.

언젠가 벚꽃 시즌, 기사 아저씨에게 '이런 아름다운 길을 매일 달리니 행복하겠다'고 순진한(?) 말을 건넨 적이 있다. 처음엔 수긍하는 듯하더니, 그런데 봄엔 구경꾼들의 행렬에 길이 막히니 운행하기 너무 힘들고, 그래서 그때는 길가의 벚꽃나무들을 모두 다 뽑아 버리고 싶다'는 강력한 표현으로 고충을 털어 놓았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게, 시즌 때 도로정체가 극심한 건 사실. 특히 외길이니 진입하여 막히면 다른 길로 빠져나갈 방도가 없기에 대중교통 이용을 더욱 더 권장하게 된다.

   
▲ 화계 쌍계사 십리벚꽃길 ⓒ정명화

벚꽃나무는 섬진강을 따라 구비구비 새하얀 긴 꽃터널을 만들며 늘어서 있다. 마치 금가루를 뿌린 듯, 눈꽃처럼 반짝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화개 쌍계사 십리벚꽃길에서 절정을 이룬다. 

올해 하동 벚꽃축제는 2018년 4월 7일부터 8일까지 2일간 꽃향기, 녹차향이 어우러진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둔치 일원에서 열린다.  

이에 하동군은 십리벚꽃 길로 유명한 화개면 일원 벚꽃개화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본격 가동했다고 21일 밝혔다.

   
▲ 하동군청 홈페이지 ⓒ정명화

매년 전국에서 하동 십리벚꽃 길의 개화시기를 묻는 전화가 많으나 현장에 가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하동군은 화개장터와 십리벚꽃 길 등 3곳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로도 개화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벚꽃개화 실시간 서비스는 하동군청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외에 화개면 일원의 주차장과 화장실 위치도 제공한다.

특히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시기는 근접화면으로 서비스하며, 차차 꽃이 피는 시기를 고려해 원거리 서비스도 함께.

하동군 관계자는 “이번 벚꽃개화 서비스를 통해 벚꽃의 화려한 풍경을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해, 알프스 하동만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 화개 십리벚꽃길 ⓒ정명화

하동군이 이런 준비를 할 정도로 섬진강과 둔치에 자리한 녹차 밭과 함께 벚꽃 향연은 종합선물세트란 생각이 들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아름다운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문득 오래 전에 심고 가꿔온 손길과 자연이 너무나 감사하고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하루라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이 작은 천국을, 행복의 나라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호젓이 걸으며 평소 즐기던 음악과 함께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다. 

봄에 어울리는 노래로 요 근래 2030세대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로이 킴의 '봄봄봄'이 유명한데, 이와 더불어 필자는 애잔한 옛 곡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도 애청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원로가수 백설희님이 처음 불렀지만, 다양한 개성이 묻어나게 많은 가수들이 리바이벌했는데, 특히 김도향 버전을 즐긴다.

그리고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도 좋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이렇게 봄날의 노랫말이 애틋하고 애절한 건, 아마도 피었다 쉬이 지는 꽃과 짧게 머무르다 사라지는 봄이 아쉬워서 일거다. 인생처럼 유한하기에 아름답고, 무상하기도 하다.  곁에 마냥 붙들어 둘 수도 없고,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게 아닐까.

   
▲ 섬진강 ⓒ정명화

봄꽃이 쉬이 피고 지든, 봄날이 무심히 가든, 해는 떠오르고 섬진강은 교교히 흐른다.

유유히 여유롭고, 모든 것을 품고 포용한 듯 넉넉한 강, 섬진강.

섬진강은 말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나직이 속삭이는 것 같다. ‘나처럼 살기를…흐르는 강물처럼…’ 

그럼에 어지럽게 채워졌던 심령이 깨끗하고 정갈하게 씻겨져, 한결 비워진 채 홀가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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