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을까] 지역주의 극복 도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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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을까] 지역주의 극복 도전의 역사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8.03.23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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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戰 3敗… 바른미래당, 최초의 1승 가능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평행선을 달리는 한국 진보당과 보수당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지역주의를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한국 정당들은 평소 ‘지역주의 타파’를 맹렬히 외치면서도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 구도에 함몰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이 피듯, 정치권의 지역주의 증폭을 반대하고 나선 정당들도 있었다. 이에 <시사오늘>은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건 무연고주의 정당들의 흥망성쇠를 되짚었다.

▲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건 무연고주의 정당의 흥망성쇠 ⓒ시사오늘 그래픽= 박지연 기자

◇ 이기택·노무현의 민주당 (1990)

1987년, 태초의 4당 체제가 있었다.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대중(DJ)의 평화민주당, 김영삼(YS)의 통일민주당, 김종필(JP)의 공화당의 4자 대결 구도였다. 그러나 1990년 그 유명한 ‘3당 합당’이 이뤄져 평민당을 제외한 3당이 민주자유당을 창당하자, 이기택·노무현·김정길을 비롯한 5명의 통일민주당 의원들은 민자당 합류를 거부하며 이철, 박찬종 등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8석의 약소한 민주당을 세웠다.

이들은 3당 합당을 “지역주의를 볼모로 하는 정치적 야합”, “호남 포위 야합”이라고 집중 사격하며 세를 불렸다. 91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주의 논리가 강했던 호남, 대구를 제외한 전국 지역에서 광역의원 총 21명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8석의 한계는 뚜렷했다. 8석의 약소국으로는 지역주의 천하를 제어할 수 없었다. 이들은 결국 92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 목소리를 따라 DJ의 당과 합당했다. 이로써 ‘대권은 DJ, 당권은 이기택’이라는 공동대표체제의 새로운 민주당(1991년)이 등장하며 8석의 태동은 잦아드는 듯 했다.

◇ 통합민주당 (1995)

DJ와 이기택, 정치권의 걸출한 ‘두목’이 둘이나 존재하는 쌍두마차는 시작부터 운영이 위태로웠고, 결국 경기도지사 공천 문제로 민주당은 또 다시 분열의 역사를 겪어야 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DJ와 동교동계는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서둘러 독립해 나갔다. DJ 앞으로 마련된 모금액으로 세운 당사까지 이기택 총재에게 넘긴 채였다.

일명 ‘호남계’로도 불리던 DJ의 동교동계 노선에 반대하던 노무현·김원기·이부영·강창성 의원 등은 이 총재와 함께 민주당에 잔류해 통일민주당을 꾸려나갔다. 이들은 96년 15대 총선 당시 영남 지역, 특히 울산 내 2개 지역구에서 당선시키는 등 민주당계는 불가능했던 반(反)지역주의 선전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겐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것이 지지율 하락이다. 지역주의도 극복한 이들은 지지율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부는 국민회의에, 또 일부는 신한국당과의 합당으로 창당된 한나라당에 뿔뿔이 흩어져 행보를 달리하고 말았다.

◇ 열린우리당 (2003)

2003년, 민주당 내 호남계를 비판하는 신진 세력이 모여 한나라당 소속의 김부겸·김영춘·이부영·이우재·안영근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특히 창당에 앞장선 천정배·정동영·신기남 의원은 ‘천정신 트리오’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DJ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들을 “낡은 정치”, “호남 정당화(化)” 등으로 전면 비판하며 지역주의 행태를 강력 비난했다. 그 결과 탄핵 역풍을 타고 17대 총선 당시 과반 이상인 152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주의’의 다른 말은 ‘지역기반’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탄핵사태 이후 급격히 쇠락했다. 영남 민심은 한나라당을, 호남 민심은 다시 민주당을 향했다. 이들의 ‘지역주의 극복’은 결국 약 3년 만에 당이 해산되며 허무한 구호로 남았다.

3전 3패. 반(反)지역주의 정당의 처참한 성적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해산 후 약 11년 만에 바른미래당이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영남의 보수와 호남의 진보가 지역주의를 극복한 중간 지점, 중도에서 만나 동서 화합을 이룩하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과연 최후의 1승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 성적표에 패(敗) 하나만 더 새기고 말 것인가. 3개월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 바른미래당의 성적표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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