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남북 정상회담은 왜 진보정권의 특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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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남북 정상회담은 왜 진보정권의 특권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3.2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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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권에서 추진했지만 진보정권에서만 성사…북한 바라보는 태도 문제라는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남북정상회담은 단순히 ‘운(運)’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온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좌파 정권에서 북한을 이용한 남북 위장 평화 쇼를 DJ(김대중 전 대통령)·노무현 정부 10년간 했다. DJ가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서울에 돌아와서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 ‘북은 핵개발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했다. 이렇게 위장 평화 쇼를 해서 노벨평화상까지 탔다. DJ,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위장 평화 쇼에 국민들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홍 대표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일관되게 ‘북한을 이용한 좌파 정권의 위장 평화 쇼’라고 평가절하 해왔다. 남북정상회담은 숨겨진 의도가 있는 ‘북한의 기획’에 불과한데, 좌파 정권이 계속해서 ‘미끼’를 덥석 물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말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차치하고라도, 남북정상회담 추진 주체를 ‘좌파 정권’으로 특정한 홍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22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진보 정권 때 뿐이지만, 보수 정권도 정상회담 추진은 다 했다”며 “정상회담을 좌파 정권과 연관시키는 것은 홍 대표가 즐겨 쓰는 ‘종북 프레임’의 일환일 뿐”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선제가 시작된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을 통해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국내외 정치적 상황 탓에 좌절됐고,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1994년 7월 25일 평양’이라는 구체적 일정과 장소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김일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싱가포르와 베이징 등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근혜 정부 때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출구 전략으로 일부 친박 의원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회담이 성사된 DJ·노무현 전 대통령 외에도, 모든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열의를 보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왜 보수 정권에서는 북한을 정상회담 테이블로 이끌어내지 못했을까. 정치권에서는 ‘북한을 다루는 보수 정당의 태도’를 원인으로 본다. 지난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이 유독 진보 정권에서만 열리는 이유에 대해 “북한은 보수 정권을 ‘자신들을 궤멸시켜 흡수하려는 세력’으로 보지만, 진보 정권은 자신들을 ‘대화의 상대’로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지난번에 김영철(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올 때 홍준표 대표가 김영철을 사형시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한국당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런 식”이라면서 “누가 자기들을 ‘사라져야 할 적’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겠느냐”고 되물었다. 남북정상회담은 단순히 ‘운(運)’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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