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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폐비 윤씨와 전직 영부인의 불행

기사승인 2018.03.18  16: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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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 정치의 주인공 폐비 윤씨, 역사가 주는 경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지난 2007년 SBS 대하사극 '왕과 나'에서 폐비윤씨 소화 역을 맡은 탤런트 구혜선(왼쪽)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뉴시스

조선의 왕비들은 정치인의 아내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태종의 왕비인 원경왕후 민씨는 제1차 왕자의 난 당시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 빠진 남편을 구해냈다. 하지만 태종의 배신으로 멸문지화에 가까운 수모를 겪었다.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 윤씨는 조선 역사상 최초로 수렴청정을 한 왕비였다. 정희왕후는 세조가 계유정란을 앞두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갑옷을 입히며 용기를 줬다는 일화를 가진 강단 있는 인물로 유명하다. 또 예종이 죽자 한명회를 비롯한 훈구파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어린 성종이 즉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킹메이커이다.

반면 조선 정치권을 피비린내 나는 복수혈전으로 물들게 한 왕후도 있었다. 다름 아닌 희대의 폭군 연산군의 모친 폐비 윤 씨다.

성종은 폐비 윤 씨에 대해서 “예전에 중궁의 실덕(失德)이 심히 커서 일찍이 이를 폐하고자 했으나, 경들이 모두 다 불가하다고 말했고, 나도 뉘우쳐 깨닫기를 바랐는데, 지금까지도 오히려 고치지 아니하고, 혹은 나를 능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며 폐출을 명했다. 성종은 1년 후, 폐비 윤 씨를 사사한다.

하지만 폐비 윤 씨 사건은 연산군 때 갑자사화라는 불행의 씨앗을 잉태한다. 간신 임사홍이 폐비 윤씨 모친의 밀고를 듣고 이를 연산군에게 전한다. 이에 분노한 연산군은 모친의 복수를 위한 한풀이 정치를 펼치면서 정적파 제거라는 일거양득의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다. 조선의 수많은 인재들이 희생됐다.

하지만 연산군의 한풀이 정치는 조선의 역사를 뒤흔드는 대혼란의 신호탄이 됐다. 연산군은 갑자사화의 여파로 중종반정으로 폐위돼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폐비 윤 씨에 이어 2대에 걸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 여사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사업가로부터 수억 원이 담긴 명품 가방을 전달 받은 의혹을 비롯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조만간 검찰이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전직 대통령의 부인으로서는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영부인이 검찰 수사를 받는 사례는 후진국 정치에서나 볼 수 있는 창피한 일이다.

정치인의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영부인을 꿈꾸는 정치인의 아내들은 남편과 자식을 도와 성군의 길을 걷게 하는 현명한 왕비도 있지만, 폐비 윤 씨처럼 될 수도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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