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 지방선거 승부처로 부상한 까닭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부경남, 지방선거 승부처로 부상한 까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2.21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경북의 한국당 vs 부산·동부경남의 민주당, 서부경남서 결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권의 시선이 경남으로 쏠리고 있다. 부산의 더불어민주당, TK(대구·경북)의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뚜렷한 가운데, 백중세(伯仲勢)를 유지하고 있는 경남이 지방선거 승부처로 부상(浮上)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은 보수세가 강한 서부경남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민주당 경남도당이 진주 중앙시장 앞에서 설 인사에 나섰다 ⓒ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민주당, 천재일우(千載一遇) 살려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진주 중앙시장 앞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민주당 경남도당이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설 명절 인사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는 민홍철 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와 6·13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의 ‘텃밭’ 역할을 해온 진주에서 민주당 경남도당이 설 인사를 한 것은 창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선 10일에는 제윤경 의원이 우원식 원내대표와 민홍철 도당위원장, 이재명 성남시장, 홍영표·우상호·남인순·박홍근·홍의락·유은혜·한정애·진선미·서형수·신동근·강훈식·이훈·기동민·김영호·김현권·박재호·손혜원·박찬대·박용진·전재수·김병욱 의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사천 사무실 개소식을 열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 사천 지역위원장을 맡은 것도, 2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이 개소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파격 행보’는 서부경남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제윤경 의원 사천 사무실 개소식에서 “민주당은 경남 동쪽에서 지지가 높고 서부경남에서는 낮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봐도, 김해·양산 등 동부경남은 문재인 후보를, 진주·사천 등 서부경남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17일 기자와 만난 경남 정가(政街)의 소식통 역시 “언제부턴가 경남이 동부경남과 서부경남으로 갈라졌다”면서 “동부경남은 민주당, 서부경남은 한국당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TK의 한국당과 부산·동부경남의 민주당이 서부경남을 사이에 두고 맞서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서부경남에서의 득표율을 ‘5대5’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PK(부산·경남)을 석권(席卷)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앞선 소식통은 “서부경남은 지난 대선에서도 한국당을 밀어준 곳이라 (민주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부경남에서 민주당 표가 조금만 더 나와도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PK 승리’가 서부경남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경남지사는 홍준표 재신임으로 선거를 치른다. 거기는 내 고향”이라며 칼을 빼들었다 ⓒ 뉴시스

한국당, 물러설 수 없는 싸움

당연히 한국당은 결사항전(決死抗戰) 태세를 갖추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부터 “광역지자체 17곳 중 6곳에서 이기지 못하면 집에 가겠다”고 공언해 왔다. 현재 한국당 출신 단체장이 재임했거나 재임 중인 지역은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인천으로, PK가 모두 포함돼 있다. PK에서의 패배는 곧 홍 대표의 거취와 직결된다.

무엇보다도 PK는 한국당의 지역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상상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2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PK에서 지면 홍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이 가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PK에서 지면 홍 대표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당이 휘청거릴 것”이라며 “홍 대표뿐만 아니라 당 전체가 PK의 패배를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 14일 “경남지사는 홍준표 재신임으로 선거를 치른다. 거기는 내 고향”이라며 칼을 빼들었다. 경남지사 후보 역시 자신이 경남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행정부지사를 지낸 대표적 ‘친홍(親洪)’인 윤한홍 의원 전략공천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측근을 내세워 ‘홍준표 재신임’을 묻는 총력전으로 경남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와 관련, 앞선 관계자는 “홍 대표 말이 맞다. 지방선거에서 지면 홍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한국당이 망한다”며 “아마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민주당이고 한국당이고 다 서부경남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PK에서 지면 진짜 TK 자민련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지형 격변(激變)의 시기 속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서부경남으로 쏠리고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