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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설 맞은 대림시장…'범죄도시' 아닌 '사람 사는 도시'

기사승인 2018.02.14  1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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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불신·오해 여전하지만…"괜찮습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14일 설 명절을 앞둔 서울 대림역 앞에 위치한 대림 중앙시장(중국동포거리).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시사오늘

14일 설 연휴를 앞둔 서울 대림 중앙시장(중국동포거리)은 명절 채비를 하기 위한 시민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인들은 '이거 한 번 잡숴봐'를 연신 외치며 손님 끌어모으기에 안간힘을 쏟았고, 사람들은 흥정에 여념이 없었다.

대림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각양각색의 길거리 음식이다. 매운 양념을 가득 발라 숯불에 구운 오징어, 달걀물을 잔뜩 풀어 넣은 반죽에 갖가지 다진 야채를 첨가해 얇게 펴 발라 만든 이색 전병, 어떤 맛일지 도전해 보고 싶은 구수한 취두부 요리 등이 사람들을 유혹했다.

특히 해바라기씨를 볶는 냄새가 온 시장에 풍겼다.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 10명 중 6~7명 손에는 해바라기씨가 쥐어져 있었다. 앞니로 해바라기씨를 비틀면서 알맹이만 쏙 빼먹었다. 기자도 한 줌 사서 먹어봤는데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림시장에서는 해바라기씨를 덖고 있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 시사오늘

중국동포들이 명절 음식으로 즐겨 먹는 건두부와 순대를 만드는 가게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두부를 종이처럼 얇게 만든 건두부는 고기·야채와 함께 볶거나, 쌈을 싸서 먹으면 별미다. 대림시장의 순대는 흔히 볼 수 있는 당면순대가 아니라, 찹쌀에 선지를 듬뿍 섞어 만든 찹쌀순대다.

기자가 호기심 가득 지켜보자 한 상인이 찹쌀순대 한 조각을 가위로 툭 썰더니 "우리 집 순대가 제일 맛있으니 한 번 맛보고 사시라"며 입에 직접 넣어줬다. 중국음식 특유의 향신료 내음이 느껴졌으나 거북하지 않았다. 다소 짭짤했지만 한 데 엉겨붙은 찹쌀과 선지가 쫄깃하게 씹혀 짠 자극을 덜어줬다.

   
▲ 당면을 넣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순대와는 달리, 대림시장의 순대는 찹쌀에 선지, 내장 등을 넣어 만든다. 건두부나 피망으로 만 순대도 판매된다. ⓒ 시사오늘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과일, 야채, 정육, 생선, 반찬 등을 파는 진짜 대림시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중국동포들이 설 명절 만두소 재료에 주로 쓰는 셀러리, 부추 등을 싼 가격에 사려는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향긋한 고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매운 양념을 발라 조리한 오리 목, 날개 등도 입맛을 다시게 했다.

대림시장에서 20년 넘게 야채가게를 운영했다는 조선족 A씨(71)는 "시골에서 직접 기른 걸 팔기도 하지만, 셀러리 같은 건 대부분 중국에서 물건을 떼온다"며 "우리나라 채소들은 맛과 향이 좋지만 크기가 작은 편인데, 중국 채소는 큼직해서 여러 요리를 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다시 대림시장 입구 쪽으로 몸을 옮겼다. 어디선가 '촥', '쿵', '촥', '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주변을 살펴보니 한 떡집에서 갓 나온 뜨끈한 찹쌀떡을 두 사람이 번갈아 내려치고 있었다. 떡집 상인은 커다란 찹쌀떡을 칼로 뚝뚝 썰어 팥고물, 콩고물과 함께 저울에 달아 팔았다.

찹쌀떡 1근을 구매하면서 '인절미와 비슷해 보인다'고 묻자, 떡집 상인 B씨는 "같은 민족 전통음식인데 다를 수가 있나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인절미와 닮은 찹쌀떡. 팥고물, 콩고물을 묻혀 먹으면 시쳇말로 '꿀맛'이다. ⓒ 시사오늘

시장에서 만난 시민 김모(43, 여)씨는 "대림시장을 자주 방문한다. 물건도 신선하고, 별미 음식도 많다"며 "뉴스나 신문에서 대림시장을 안 좋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다 오해라는 생각이다. 중국동포에 대한 반감을 언론이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림시장을 나가는 길에 산사나무 열매에 설탕 녹인 물을 묻혀 만든 과일사탕을 하나 샀다. 상인 C씨는 "산사라고 사과맛이 나는 열매다. 소화에 좋아서 디저트로 좋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묻자 C씨는 "괜찮습니다"라며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발길도 오히려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풍경, 호기심 때문이겠지만 두 번, 세 번 방문하면 이곳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 <범죄도시>, <청년경찰> 등 조선족 흉악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지면서 조선족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대림시장은 여느 재래시장과 다르지 않았다. 설 명절을 앞둔 대림시장은 '범죄도시'가 아니라 온정 넘치는 '사람 사는 도시'였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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