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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와 정동영에게 드리운 김문수의 그림자

기사승인 2018.02.10  2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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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촛불은 지역주의로의 회귀를 명령한 적 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 천정배와 정동영은 '지역주의 타파'가 기치인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둘은 그렇게 타파하고자 애썼던 '지역주의'에 기댄 민주평화당 창당의 주역이 됐다. 이 모습은 '배신자'로 낙인찍힌 김문수를 떠오르게 한다. ⓒ시사오늘 그래픽디자이너 김승종

2004년.

“지역주의 심판이라는 선거의 본질을 되살려 주길 바랍니다.”

“지역주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는 것은 정말 피를 토할 일입니다.”

그리고 13년 후, 2017년.

“영남패권주의 정당인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것은 우리당을 일으켜주신 호남민심에 대한 ‘먹튀’ 입니다. 지지기반을 버리고 이룰 수 있는 전국정당화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국민의당은 특히 호남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안 됩니다. 호남을 중심으로 파고 들어야합니다.”

위 발언이 모두 동일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애석하게도, 이는 모두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이자 국민의당의 중추였던 천정배, 정동영 의원의 과거 발언들이다.

◇ "지역주의 타파하자"며 정당 박차고 나간 젊은 정동영과 천정배는 어디로

천정배·정동영·신기남 의원은 지난 2003년 11월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다. 한나라당 소속의 김부겸·김영춘·이부영·이우재·안영근 등을 포용하는 등 정당을 가리지 않고 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을 받아들였던, 말 그대로 ‘열린 정당’이었다.

창당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창당 공신 ‘천·신·정’ 트리오 중 천정배와 정동영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계 정치인들에게 갖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두 사람이 어떻게 DJ에 뿌리를 둔 민주당과 동교동계 좌장들을 ‘낡은 정치’라고 비판할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지만, 두 의원은 동교동계의 ‘호남 정당화(化)’ 및 지역주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하며 개혁 정치의 길로 나아갔다.

그렇게 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총 152석을 얻어 ‘여대야소’라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한 역풍(逆風)이기도 했지만, 개혁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담겨있었다. 한 지역에 하나의 정당만 옹호하는 배타적 지역주의를 폐기하고, 민생을 생각하는 건강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를 바랐던 개혁적 표심이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 이 둘은 자신들이 그토록 타파하고자 염원했던 ‘적폐’, 지역주의에 기대 정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이 “적폐 수구세력과 합당할 수 없다”며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비난하는 모습은, 과거 한나라당 출신까지 포용하며 열린우리당을 만들던 행적과 모순된다. “호남을 버릴 수 없다”며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만 모인 ‘호남당’ 민주평화당을 창당한 모습은, “호남에만 머물러 전국정당의 꿈을 버릴 것이냐”고 동교동계 원로 권노갑 고문을 비판하던 젊은 정치인 정동영·천정배와 대치된다.

   
▲ 그들은 결국 지역주의로 회귀했다. 둘의 회귀는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 시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에 대한 배신과도 같다. 과거 ‘개혁정치’를 기치로 앞장섰던 젊은 정동영, 젊은 천정배에 대한 자아(自我) 배반과도 같다.ⓒ뉴시스

◇ 지역주의 회귀 움직임에서  '배신자' 김문수가 보인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결국 지역주의로 회귀했다. 둘의 회귀는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 시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에 대한 배신과도 같다. 과거 ‘개혁정치’를 기치로 앞장섰던 젊은 정동영, 젊은 천정배에 대한 자아(自我) 배반과도 같다.

둘은 민평당 창당이 ‘촛불민심’에 따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촛불은 그들에게 호남 정당을 창당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 2016년 말 박근혜 퇴진을 외친 촛불항쟁은 정치의 사유화(私有化), 즉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 유지 및 사익 추구에 매몰된 ‘낡은 정치’ 행태를 바꾸라고 명령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지역주의는 촛불이 타파하라고 명령했던 ‘낡은 정치’에 속한다. 지역주의는 선거철마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들에 의해 강제된 것이었다. 정치권이 자극하는 지역주의 향수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데 큰 장애물이었고, 그로인해 한국 정치는 민주화 이후 30여 년 동안 정체됐었다. 그러나 정 의원과 천 의원이 ‘촛불의 뜻’ 운운하며 다시 세운 지역주의 정당은, 결국 촛불 민심을 배반하는 행위의 반복이다.

우리는 ‘배신자’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어렵지 않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떠올릴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20년을 넘게 노동운동과 민주주의에 투신한, 80년대의 전설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김문수는 ‘극우 세력’으로 변모했다. 80년대의 그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박정희의 독재를 비판했지만, 2017년의 그는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 심지어는 “국회가 급진노조는 감싸고 돈다”, “기업인을 국정감사장에 부르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 적폐” 등 반(反)노동적 막말들을 일삼고 있다.

노동운동과 민주주의를 사랑하던 젊은 김문수가 독재자와 사용자를 위한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이후, 우리는 그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천정배와 정동영 의원 역시 지역주의 타파를 염원하던 국민들을 배반한 ‘배신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었던 둘을 지지하고, 정동영을 차기 리더로 세워줬던 국민에 대한 배신. 지역주의가 대변하는 낡은 정치를 이젠 좀 버려달라는 촛불의 외침에 대한 배신. 이런 그들에게 김문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제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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