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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이구동성 “정부 규제 우려 크다”…암호화폐 둘러싼 입장차 재확인

기사승인 2018.02.08  14: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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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차의과대 교수 “정확한 정의 없이 ‘투기’ 명명한 정부, 실수 저질렀다”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 “암호화폐, 금융산업 아니기에 영원히 화폐 못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임영빈 기자)

“잡초가 많다고 논과 밭을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의 최근 암호화폐 규제 관련 움직임에 대해 학계가 직격탄을 날렸다. 산업 제반에 대한 금지에 앞서 투자자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부르짖은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마련한 「암호화폐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 세미나에서는 작금의 암호화폐 열풍을 진단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가 오갔다.

   
▲ 정세균 국회의장은 “가상통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블록체인 관련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제시돼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이날 발표는 고려대학교 김형중 교수의 ‘암호화폐 규제 원칙’과 국회입법조사처 원종현 입법조사관의 ‘투자자보호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이들은 암호화폐 광풍(狂風)을 진정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긴 하지만, 과도한 시장 개입 및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축소의 빌미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는 것에 궤를 같이 했다.

우선 김 교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서로 붙어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정부는 암호화폐의 긍정적 미래를 바라보며 암호화폐 R&D 예산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한”고 주장했다. 이어 “암호화폐 사업을 진흥시키면서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정한 규제도 마련해야한다. 단, 너무 과도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 역할을 함께 주문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가격 통제보단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 △투자적격업체 지정 △코인공개(ICO)허용 △거래소 등록 △실명제 도입 △보안감사 등의 제도 확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또, 최근 암호화폐 투자 실패의 원인을 정부로 돌리는 일부 견해에 대해서는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임을 강조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김형중 교수(왼쪽)는 “한국은 충분히 암호화폐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암호화폐 정책에서 신중히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원 조사관은 “암호화폐 규제의 기본 방향 설정은 확실성과 비례성, 투명성에 근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암호화폐 관련 기술을 최대한 존중하는 영역에서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기본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설정했다.

아울러 “저의 기본적 입법 방향은 투자자를 어린 아이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며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한 만큼, 정부가 국민에게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촉구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거래소 규제의 당위성도 언급했다. 원 조사관은 현행 중개업자의 등록 및 운영 등 기준을 별도 마련해 기존 통신판매업자와 차별화시켜야 하며, 영업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서 거래소 등록을 한층 더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중개업자를 청산 및 보증 기능을 가진 실질적 거래소로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해야한다고 보충 설명했다.

이어서 김기흥 경기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와 업계·학계 간 극명한 온도차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가운데)은 “법화와 가상통화의 발행근거는 전혀 다르다. 가상통화는 영원히 화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차의과대학교 이영환 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암호화폐금지, 거래소금지, ICO금지 등 정부의 3대 금지는 낙후성을 증명할 뿐”이라며 “실효성도 법적 근거도, 명확한 정의도 없는 상태에서 규제를 가하고 ‘투기’라고 명명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잡초가 많다고 논과 밭을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도 반문했다.

데일리금융그룹 대표이자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을 운영 중인 신승현 대표 역시 정부의 스탠스가 ‘주도’가 아닌 ‘대응’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에 우려를 전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인가된 거래소에서 인가된 코인만 거래가 이뤄진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논의 등이 필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학계·업계와 달리 금융 당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법적 근거, 발행자, 법정화폐와의 교환을 보장하지 않는 투자대상을 정부가 무슨 근거로 지정하겠는가?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정부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차 국장은 또 “암호화폐는 금융산업이 아니다”라면서, 거래소 등록에 대해서도 “거래소를 폐지할 필요가 없듯이 등록제를 도입할 필요 또한 없다. 해킹이나 불법거래 등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장래성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영원히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영빈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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