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듀랑고, ‘낯섦’과 ‘불편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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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듀랑고, ‘낯섦’과 ‘불편함’의 미학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8.02.05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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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 야생의 땅: 듀랑고 공식 이미지. ⓒ넥슨

‘샌드박스’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샌드박스란 이용자가 주어진 공간 내에서 정해진 스토리나 수단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행하기 위해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장르를 의미한다. 또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시장 내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던 장르이기도 하다.

그랬던 샌드박스 장르가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출시 이후 위상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출시 초반 다사다난한 서버 이슈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듀랑고가 어느덧 흥행게임으로 발돋움했단 이유에서다. 이에 <시사오늘>은 최근 인기몰이에 나선 듀랑고를 일주일여간 플레이한 후, 해당 게임에 대한 리뷰를 간략히 작성해 보았다.

‘낯섦’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

▲ 야생의 땅: 듀랑고에는 취업준비생과 같이 낯설지만 익숙한 직업들이 등장한다. ⓒ시사오늘

듀랑고를 플레이하며 처음 느꼈던 감정은 ‘낯섦’이다. 듀랑고의 스토리는 알 수 없는 사고로 공룡 세계에 도착한 현대인들이 회사·엽록포럼·개척회의·위원회 등의 미션을 수행하며, 거친 환경에서 삶을 개척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판타지 혹은 무협 중심의 스토리를 내세웠던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차별화된 스토리 덕분인지, 듀랑고에 존재하는 직업들도 우리들의 눈에는 생소하게만 보여진다. 듀랑고의 직업은 그간 우리가 숱하게 플레이해왔던 전사·마법사·도적 등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 익숙할 수 있는 주부·학생·취업준비생·기술자·군인·승무원·농부·사무직이 바로 듀랑고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들이다.

아울러 듀랑고 측은 각 직업의 역할군을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일례로 무기/도구 제작 스킬과 궁술 스킬을 연마해 ‘무기 제작이 가능한 궁수’, 건설 스킬과 근접전 스킬을 올려 ‘건설이 가능한 전사’ 등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 기자가 생산직(기술자)으로 플레이를 해보았을 때도 무기/도구 제작 스킬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궁술·방어·생존·요리·도축 등의 스킬을 함께 올리는 게 더욱 효율적이었다. 회사·엽록포럼·개척회의·위원회 등의 퀘스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주력 스킬 하나만으로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을뿐더러, 해당 기관들과 우호도를 쌓아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도 쏠쏠했기 때문이다.

간략한 팁이 있다면 요리 스킬을 올리면 특정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음식이 제작 가능한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가지기를 추천한다.

‘불편함’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

▲ ‘워프홀’, ‘크레이터’ 등의 주요 지역을 찾기 위해 물가에서 ‘탐색’ 기능을 수행한 후 등장하는 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달려야 한다. ⓒ시사오늘

듀랑고를 플레이하며 가장 의아했던 것은 대부분의 MMORPG에 도입돼 있는 ‘자동이동’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자의 경우 퀘스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목표지역의 대략적인 방향과 거리 정도만 표기돼 곤란함을 겪었다. 또한 ‘워프홀’, ‘크레이터’ 등의 주요 지역을 찾기 위해 물가에서 ‘탐색’ 기능을 수행한 후 등장하는 화살표를 따라 무작정 달려야만 했다.

이는 채집·가공·제작 등을 시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재료만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번거로운 가공 과정도 거쳐야 한다. 웬만한 MMORPG에서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터치만으로 가능했었지만, 듀랑고에서 만큼은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플레이한 이용자라면, 이 불편함이 ‘생존’과 ‘개척’이라는 듀랑고의 게임 목표를 표현하는데 있어 얼마나 적합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몇 번의 클릭만으로 모든 채집·제작 등의 과정이 가능했었다면, ‘야생의 땅: 듀랑고’라는 타이틀보다는 ‘문명의땅: 듀랑고’란 타이틀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또한 불편함이 존재했기에 이용자들은 ‘성취감’ 역시 체험 가능하다. 재료를 채집하고, 짧게는 몇십 분에 거쳐 부품을 가공하고, 이를 모아 하나의 완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은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나아가 ‘부족’을 형성해 각 과정을 분담하고 협업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에서는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듀랑고가 노가다를 위한 노가다라고. 이는 막대한 콘텐츠의 볼륨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수행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걸 풍자한 말이다. 그러나 완제품에 너무 익숙해진 현대인들이라면, 제작 과정에 대해 무뎌진 현대인들이라면 공룡시대로 돌아가 한번쯤은 노가다를 해보는 게 어떨까.

담당업무 : 재계 및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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