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중간체크③경기] 남경필이 넘어야 할 세 개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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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중간체크③경기] 남경필이 넘어야 할 세 개의 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2.0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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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공천 받고 후보 단일화 이뤄 민주당 넘어야…가시밭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혁 보수’의 아이콘으로 손꼽혀왔지만, 지난달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는 결정을 내렸다 ⓒ 뉴시스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혁 보수’의 아이콘이다. ‘원조 소장파’로 불리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일원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떠났던 그는 중도보수 진영의 유력 지도자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1월 11일, 남 지사는 자신이 ‘해체돼야 할 정당’이라며 등을 돌렸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렸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재선(再選)하려면, 조직력이 있는 한국당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친 남평우 전 의원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경기도 수원에서만 5선을 달성한 남 지사는 경기도에 탄탄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당이 보수 대표 정당의 자리를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바른정당 간판으로는 경기지사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5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경기도는 원래 보수 색채가 강한 동네”라며 “남 지사 조직이 좋다고 해도, 바른정당 후보로 나왔으면 한국당 후보에게도 졌을 것”이라고 했다.

1단계, 홍준표를 넘어라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남 지사의 한국당 복당은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 한국당 후보 선출 – 보수 단일화 – 본선 승리 루트는 경기지사 재선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문제는 복당 이후에도 재선에 도달하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홍준표 대표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 지사는 절대 한국당에 돌아올 수 없는 인물”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이후 남 지사의 복당을 허가했지만, “지도자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거나 “경기도는 그림을 다 그렸다. 그래서 남 지사가 들어오려 할 때 모든 것을 당에 맡기라고 한 것”이라며 공천 배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심지어 “남 지사 외에 1~2명이 더 있다. 최중경도 들어간다”면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최 전 장관이 전략공천 약속 없이 한국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즉 최 전 장관 영입은 곧 남 지사의 ‘공천 불가’를 의미한다.

이를 의식한 듯, 남 지사 역시 1월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 전 장관 영입설에 대해 “당이 아니라 홍준표 대표가 사랑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 남 지사는 자신의 공천을 탐탁찮아 하는 홍 대표부터 설득해야 ‘도전 기회’라도 얻을 수 있는 입장이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지지율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 뉴시스

2단계, 단일화를 넘어라

남 지사의 더 큰 고민거리는 ‘보수 단일화’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 보수 단일화는 남 지사의 재선을 위한 필수 코스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수행하고 5일 공개한 경기·인천 지역의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46.9%, 한국당이 16.2%, 미래당(통합신당)이 11.6%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지율만 놓고 보면, 한국당과 미래당이 모두 후보를 내세울 경우 남 지사는 필패(必敗)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한국당과 미래당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그나마 승부가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미래당이 한국당과의 단일화에 합의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영남이 결합하고, 이념적으로는 중도·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미래당은 한국당과 함께하기 어려운 정당이다. 실제로 1월 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민주평화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한국당에 대해서는 “후보 연대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1월 25일 대구를 찾아 “지방선거가 끝나면 한국당은 소멸할 것이고, 총선을 1년 10개월 정도 남겨둔 국회의원들의 이동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을 제치고 ‘제1보수정당’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래당이 한국당과 선거 연대를 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남 지사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대당이 아닌 후보간 단일화 쪽으로 눈을 돌린다면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니다.

3단계, 민주당을 넘어라

가장 큰 고비는 본선이다. 앞선 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30.7%에 달했다. ‘샤이 보수’의 존재를 가늠할 수 있는 제19대 대선 결과를 봐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경기도에서 42.1%를,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20.9%를 얻어 21.2%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현 시점에서, 경기도 민심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당지지율은 후보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리얼미터>가 <중부일보> 의뢰로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수행해 15일 발표한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에서, 남 지사는 15.8%를 기록해 53.1%를 획득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37.3%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직전에 일어날 ‘보수 결집’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차이는 아니다.

무엇보다 보수 내부에서도 남 지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경기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남 지사가 한국당으로 복당하면 한국당 지지자들이 다 남 지사에게 표를 줄 것처럼 말하지만, 바닥 민심은 다르다”며 “한국당 표가 남 지사에게 온전히 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 제일 먼저 당을 등졌다가 선거를 앞두고 돌아온 남 지사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개인 경쟁력은 남 지사가 제일 낫겠지만, 민주당을 이기기에 제일 나은 후보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6·13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에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외에도 거물(巨物)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우선 여당에서는 전해철 의원과 양기대 광명시장이 이 시장과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이며, 한국당에서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박종희 전 의원이 거론된다. 민중당에서도 홍성규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국민의당 이찬열·이언주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출마설에 휩싸인 상태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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