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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신과 호남팔이

기사승인 2018.01.30  2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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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남 중심'과 '햇볕정책', 단장취의(斷章取義)에 그치지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 민평당 의원들의 기존 발언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결국 DJ정신이란 ‘소외된 호남을 위한 정치’이자, DJ의 대표적 유산인 ‘한반도 평화 실현 의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해석에는 DJ의 ‘호남 정신’을 설명하면서 동진정책·DJPT연합 등의 ‘탈(脫)호남 행보’ 부분을 제외한 것과, DJ의 평화 통일론을 ‘햇볕정책’으로 일반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시스

민주평화당.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가 창당한 신당의 이름이다. 지난 24일 최경환 의원으로부터 확정된 당명을 듣자마자, 기자는 이 당의 기치(旗幟)가 ‘김대중(DJ) 정신’일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는 1987년 DJ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통일민주당을 탈당한 후 만든 ‘평화민주당’을 순서만 뒤바꾼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DJ를 10년간 보좌해 ‘DJ의 마지막 비서관’이라고 불리는 최 의원은 지난 2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SNS를 통해 120여 명에게 추천받은 당명”이라며 동교동계의 개입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어진 “민생평화당·민생중심당 등의 의견도 많았지만 결국 민평당으로 결론이 났다”는 발언을 볼 때, ‘DJ 정신 계승’을 강조하기 위한 내부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실제 민평당 소속 의원들도 ‘DJ 정신’을 내세우며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세(勢)몰이’를 하고 있다. 민평당의 한 축인 천정배 의원은 지난 24일 아침 광주MBC <시선집중 광주>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신당(민평당)은 명확한 개혁을 추구하며 촛불민심과 광주정신, DJ노선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목포에서 열린 민평당의 첫 결의대회에서도 박지원 전 대표는 “DJ의 길,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가겠다. 민평당에 참여하는 것이 DJ이자, DJ가 말한 ‘행동하는 양심’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DJ정신의 적자(適者)는 민평당’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 DJ 정신 = 호남 정치 + 한반도 평화정책 ?

그렇다면 DJ정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민평당 의원들의 기존 발언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결국 DJ정신이란 ‘소외된 호남을 위한 정치’이자, DJ의 대표적 유산인 ‘한반도 평화 실현 의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의 해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DJ의 ‘호남 정신’을 설명하면서 동진정책·DJT연합 등의 ‘탈(脫)호남 행보’ 부분을 제외한 것과, DJ의 평화 통일론을 ‘햇볕정책’으로 일반화한 것 때문이다.

DJ는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면서도 97년 ‘DJT연합’을 통해 유신 세력과 손을 잡았다. 그는 충청의 김종필, TK의 박태준과 연합한 결과 15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TK에서조차 14%대의 고른 득표율을 기록한 안정적인 승리였다.

이후 DJ는 동진정책을 펼치고, ‘지역전략산업 진흥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간 수천억 원을 영남 지역에 투입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호남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훗날 호남 지역민들의 배신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호남 출신의 정치인이 최초로 대통령에 오르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호남정당의 탄생’이라는 국민의당의 근간(根幹)을 이루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작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진로 토론회에서 “DJ의 호남 정신의 본질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자는 것”이라며 통합은 ‘탈호남’이 아닌 ‘호남 강화의 길’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 동교동계 권노갑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고문단 오찬에서 "안철수는 DJ정신을 위반했다"며 민평당 가입 성명서를 발표했다. ⓒ뉴시스

또한 DJ는 71년 대선 시기에 체계적인 ‘3단계 통일론’을 내세운 바 있다. 이 3단계 통일론이란, 통일될 때까지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 평화적 통일의 3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지 표현과 참여에 의해서만 통일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내용은 DJ의 자서전인 <행동하는 양심으로> 351쪽에도 나와 있다.

“통일문제를 박정희 정권과 김일성만의 전유물로 국한시키지 말고 적어도 한국에 있어서는 여야와 그 밖에 국민을 대표하는 세력이 나와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정희 정권이 출발시킨 통일작업을 전 국민의 통일로 승화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성실한 제안에 대해 박 정권이 귀를 기울이지 않은 데서 72년 말 이후의 남북 냉각이 시작되었고, 끝내는 오늘에 이른 것이다.”

민평당 측은 바른정당이 이러한 DJ 정신을 부정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바른정당은 햇볕정책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한국당 같은 보수는 6·15와 10·4 선언을 폐기하라고 주장하지만, 바른정당은 강령에서 6.15와 10.4선언을 존중함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바른정당은 냉전보수가 아니라 탈냉전보수”라며 “이제 대한민국에 필요한 대북정책은 정권과 이념을 아우르는 새로운 초당적 대북정책”이라고 주장했다.

DJ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군사 세력과도 손을 잡았다. 이런 부분 또한 DJ 정신이다.

결국 민평당의 DJ정신은 지엽적 해석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자의로 해석해 쓴다는 ‘단장취의(斷章取義)’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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