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②] 이유있는 우클릭… “이제 안(NO)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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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②] 이유있는 우클릭… “이제 안(NO)철수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8.01.23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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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중시하는 보수, 인물을 중시하는 진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거듭되고 있다. ‘진보의 대안’처럼 등장했던 안 대표가 과거를 뒤로한 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중도보수 색채를 풍기는 통합신당을 창당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의 '우클릭' 행보는 친노-친문으로 이어지는 진보 진영의 ‘인물중심주의’에서 밀려난 후, 보수 진영의 '권력중심주의'에서 탈출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현재 안철수 대표의 모습은 친 진보성향이라고 해석하기엔 어폐가 있다. 보수 코스프레, 얼치기 좌파 등 보수당 인물들의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가 ‘우클릭’ 행보를 멈추지 않는 것에는, 노무현(친노)-문재인(친문)으로 이어지는 진보당의 ‘인물중심주의’ 속에선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분석이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시사오늘 그래픽 김승종

안철수의 시작은 분명 왼쪽에 가까웠다.

전 국민에게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안철수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여론 조사에서 50%의 높은 개인 지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5%대의 박원순 후보에게 출마를 양보하며 ‘친(親)진보’ 성향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진보성향이 강세 지역이었던 서울 노원구 보궐선거 출마 후 승리 △민주당과 연합하여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등 진보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안 대표는, 민주당에서 소외된 호남계를 모아 국민의당을 창당함으로써 ‘중도좌파’를 상징하는 기호로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안철수 대표의 모습은 친 진보성향이라고 해석하기엔 어폐가 있다. 안 대표는 늘 자신이 ‘보수의 적자(適者)’임을 강조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통합신당’을 창당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최저임금·암호화폐·공무원 증원 등 다양한 정책 현안에서 진보정권과 각을 세우며 보수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어느 순간부터 안철수라는 인물은 ‘우클릭’하며 보수로 U턴 중인 셈이다.

그리고 보수 코스프레, 얼치기 좌파 등 보수 진영의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가 ‘우클릭’ 행보를 멈추지 않는 모습에는, 노무현(친노)-문재인(친문)으로 이어지는 진보 진영의 ‘인물중심주의’ 속에선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분석이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진보 진영의 큰 본류(本流)은 ‘인물중심주의’다. 노무현을 시작으로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진보 진영의 상징이 되었고, 선거 역시 친노와 비노, 친문과 반문 계파를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물론 보수 진영이라고 해서 계파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과 비박은 ‘옥새 파동’ 등 심화된 공천 갈등을 전국적으로 생중계하며 망신살을 뻗쳤고, 현재도 당내에선 친홍과 비홍 세력이 지방 선거를 두고 치열한 다툼 중이다.

그러나 같은 인물 중심 계파라고 해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은 한 가지의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계파 밖 인물까지 리더로 추대할 수 있느냐’는 융통성이다.

▲ '계파 정치' 부분에서 진보당과 보수당은 한 가지의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계파 밖 인물까지 리더로 추대할 수 있느냐’는 융통성이다. 진보에게는 없지만 보수에게는 있는 이 융통성은 보수당의 ‘조직중심주의’, 또는 ‘권력중심주의’로 해석된다. 과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당은 어떤 인물이 리더가 되던 정권만 당이 잡을 수 있다면 포용하고 가는 경향을 보인다. ⓒ뉴시스

진보에게는 없지만 보수에게는 있는 이 융통성은 보수진영의 ‘조직중심주의’, 또는 ‘권력중심주의’로 해석된다. 보수진영은 어떤 인물이 리더가 되던 정권만 잡을 수 있다면 포용하고 가는 경향을 보인다.이는 과거 허주(虛舟) 김윤환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빈 배’라는 호(號)를 가진 정치인답게,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는 노태우와 김영삼(YS)이라는 정 반대의 인물을 각각 보수의 리더로 추대했으며, 그 두 번 모두 성공을 이뤄냈다. 김 전 대표는 전두환 정권 후반기에 내각에 있으면서 노태우를 13대 대선 후보로 내세웠고, 이어 제14대에선 민정계 인사들을 설득해 YS 정권을 창출해냈다.

당시 YS는 김 전 대표가 몸담았던 정치세력의 걸림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리더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보수의 정신은 19대 대선 당시 ‘반기문 대망론’을 언급하며 정치권과 아무 연고가 없던 반 전 UN사무총장을 보수 진영 쪽으로 출마시키려던 것과, 비주류였던 홍준표를 한국당의 리더로 삼은 최근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친노에서 이어진 친문 세력은 ‘문재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재명·박원순·안철수 등 도전자들의 당내 세력화를 적극적으로 막았다.

친문 세력에게 패배한 도전자들 중에는 현재 국민의당 소속인 손학규 전 지사도 있었다. 손 전 지사는 한때 콘텐츠를 앞세워 ‘손학규계’를 이끌고 친노 다음가는 조직력을 자랑했지만,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문재인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러야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지난 2월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원 대위원 선거에선 제가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모바일 선거에서 졌다”며 “(민주당 전당대회는)맨 꼭대기에서부터 맨 아래까지 완전히 친문 일색인 패권적인 구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친문 세력은 2012년 이후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면서 패권적 성향으로 발전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비주류였던 호남 세력의 커다란 반발을 사게 됐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탈당 사태·2012년 손학규 전 지사의 경선 패배라는 반면교사(反面敎師)와, 2013년 친문 세력과의 갈등으로 비주류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야 했던 경험을 한 안철수 대표는, 진보에선 자신이 뜻을 펼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동시에 인물을 교체해가며 조직을 유지하려는 보수 쪽에서 바라던 정치를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의 시작 역시 ‘친노(친문) 진보세력’과의 결별이었고, 안 대표가 극중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는 민주당의 반대편에 선 우클릭에 가깝다는 게 정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도 2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안 대표가)원래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성향이었지만 최근 최저임금문제나 청년일자리 등 경제 분야에서도 보수와 가까워지고 있다”며 “따라서 ‘중도보수당’을 창당하는 것이 안 대표의 정치를 하기엔 더 ‘맞는 옷’을 입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산계로 정치를 시작한 이래 상도동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노(老) 정치인은 이날 다음과 같은 말로 안철수 대표의 현 위치를 전했다.

"다수의 정의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정당이란 정치권력의 집권을 목표로 삼는 이익 집단이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는 진보 정당에게서 자신의 이익을 찾지 못했으며, 이젠 중도보수당을 통해 그를 실현하고자 한다. 안 대표가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완성하지 못한 이익은 무엇일까. 혹자는 이를 ‘대권욕심’으로, 또 누군가는 이를 ‘다당제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한다. 아직은 무엇도 확신하기 어렵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는 이제 보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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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gp 2018-01-30 22:15:16
대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고 모바일에서 졌다면, 줄세우기에서는 이기고 일반 당원투표에서 졌다는 소리다. 안철수의 우클릭은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저 지난 6년을 대통령이 되기 유리한 쪽에 서서 코스프레를 한 것 뿐이다. 살아온 결이 진보일 수가 없는데, 무슨 진보타령인가? 허긴 현 단계에서 대통령이 되기 좋은 포지션이 이렇다할 후보가 없는 보수라는 계산이 서니 우클릭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저 무채색일 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