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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원희룡의 가치는 무엇일까?

기사승인 2018.01.20  17: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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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출신 자수성가 개혁파의 위기…지역주의·정치양극화에 떠밀리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거의 극우정당이 되버린 친정 한국당과, 아직 윤곽도 그려지지 않은 통합신당 사이에서 고심 중인 그다. 주목받는 보수의 차세대 정치리더였던 원 지사는 어느 새 정치판에 마지막 소장파로 홀로 서 있게 됐다. ⓒ뉴시스

한국 정치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가치는 무엇일까?

70년대와 80년대, 독재 대 반독재의 대결구도에서 김영삼(YS)과 김대중(DJ)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원 지사의 가치를 한 단어로 규정하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가치는 존재한다.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암호화폐 광풍을 보면서 문득 원 지사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암호화폐는 투기와 도박으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분상승을 가능케 할 희망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여전히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명확한 사실이 한 가지 존재한다. 그 안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정치인들의 난립 속에서 ‘그놈이 그놈’이라는 양비론은 정가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온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과 같은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최소한 원 지사는, 그런 ‘핵심 가치’를 품고 있는 정치인 중 하나였다. 이대로 위축되기엔 정치인으로서의 가치가 아깝다.

원 지사는 크게 두 가지 상징성을 지녔다. 자신의 생애를 관통하는 ‘노력하는 흙수저의 성공사례’와, 최후의 개혁 소장파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이다.

제주 중문의 시골에서 지독한 가난과 싸워왔다는 그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 환경을 극복하고 삶을 개척해왔다. 지금의 개혁 세력만 보더라도,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은 '금수저'에 가깝지만 원 지사는 아니었다.

과외 한번 받지 않고 서울대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한 원 지사는 당시에도 이미 제주도가 자랑하는 인재였다. 이후 군부독재시절엔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고, 민주화 이후엔 법조인으로, 정치인으로 치열한 삶을 걸어왔다.  

원 지사를 제주제일고 학창시절부터 기억한다는 제주 정가의 한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엔 난리가 났었다. 우리가 비록 섬 사람이고 가진것도 없지만, 뭐든 하면 된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정치 입문 뒤의 행보는 뚜렷한 소신을 볼 수 있다.  2000년 16대 국회에서 원내에 입성한 원 지사는, 보수 일색이던 당시 한나라당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왔다. 미래연대를 만들었고, 남원정과 함께 소장개혁파 운동을 하면서 당 지도부와 충돌을 불사했다. 그 결과 탄핵 역풍이 강하게 분 제17대 총선에서도 수도권의 몇 안되는 야당 의원으로, 50%를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당 최연소 최고위원에 선출되고, 2007년 대통령 경선을 완주하면서 정치적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크게 두 가지의 한계와 직면했다. 바로 새누리당 내에 만연했던 계파정치와 영남제일주의였다. 계파도 없고, 비 영남 출신이었던 그는 2014년 결국 새누리당에 불었던 ‘중진차출론’ 바람에 떠밀리듯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의 도정도 순탄치 않았다. 꿈꾸던 개혁정치를 제주도에서 펼치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았다.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지역 유지들을 비롯해, 지역 언론들도 그를 공격하는데 앞장섰다. 잠깐 들른 서울에서 촬영한 원 지사의 본지 사진을 가져다 ‘도정에 힘쓰지 않고 중앙에 돌아갈 날만 기다린다’고 비난한 지역지도 있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7월, 세종포럼에서 한 기자가 ‘서울에 있을 때보다 피곤해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원 지사는 “힘이 들긴 합니다만, 계속 가야지요”라면서 “제가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쉽게 뭘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거의 극우정당이 되버린 친정 자유한국당과, 아직 윤곽도 그려지지 않은 통합신당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주목받는 보수의 차세대 정치리더였던 원 지사는 어느 새 정치판에 마지막 개혁 소장파로 홀로 서 있게 됐다. 몸을 기댈 계파도 없고, 고향에서조차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6·13 지방선거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다.

이미 ‘우클릭’과 ‘영남정당화’가 가속되는 한국당은 원 지사와 노선이 달라지는 중이다. 통합과정의 잡음이 잦아들지도 않은 통합신당도 원 지사가 선택하기엔 고심된다. 게다가 당의 두 핵심인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모두 소위 ‘금수저’ 출신, 그리고 영남 인사들이다. 원 지사가 이 순간 홀로 고민을 거듭하는 데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자리한다.

야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19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보수층 일부가 보기엔 원 지사도 사실 좌파다”라고 말했다. 지역주의와 이념양극화에 떠밀린 원 지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증언이다.

하지만 적어도 원 지사가 정치권에 있는 한 ‘지역주의’와 ‘이념주의’ 더 나아가 ‘계파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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