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반격에 요동치는 정치권…프레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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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반격에 요동치는 정치권…프레임 바뀌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19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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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 프레임 미끼에 걸렸나…노무현 대 이명박 정쟁구도 확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자신의 측근을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했다 ⓒ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자신의 측근을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했다. ‘적폐청산은 정치 보복이며, 그 원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逝去)’라는 것이 이날 이 전 대통령이 내놓은 핵심 메시지다.

이러자 청와대는 즉각 반박 논평을 내놨다. 박수현 대변인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분노’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MB 목표는 ‘정치 보복’ 프레임?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명확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MB가 발표한 성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안에는 생각보다 치밀한 전략이 들어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은 ‘정의(正意) 대 불의(不意)’ 프레임 속에서 이뤄졌다. 때문에 그 대상이 보수 세력이었음에도, ‘진보 대 보수’ 프레임이 가동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지난 6개월간 우리 정치 구도는 거의 ‘경찰 대 도둑’에 가까웠다.” 앞선 관계자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는 다른 프레임을 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연결된 관계인 까닭에, ‘정치 보복’ 프레임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 대 도둑’ 같은 일방적 구도가 아니라, ‘노무현·문재인 대 이명박’이라는 정쟁(政爭) 구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 강경 발언…MB 뜻대로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노’라는 단어는 ‘정치 보복’ 프레임을 활성화시키기 좋은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의 입장 표명 이후, 친이(親李)계 인사들이 일제히 언론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성토하고 나선 것은 이런 지적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신들이 과거에 겪었던, 또는 모셨던 분의 참담함을 너희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아마 이런 심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해진 전 의원 역시 같은 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이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경하다는 뜻은 아닐 텐데, 어떤 부분에서 분노를 느낀 것인지 저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프레임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들이다.

결국 문 대통령이 선택한 ‘분노’라는 표현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먹잇감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해는 가지만 꼭 저런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정두언 의원 역시 “제 눈에는 그 분노했다는 것이 결국 표적 청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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