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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제주도는 원희룡을 버릴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01.17  11: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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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정치인의 귀향, 환영은 짧았다
야권 ´키맨´ 부상…제주도민의 딜레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해 12월 1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해군의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뉴시스

제주도는 원희룡을 버릴 수 있을까?

이는 다시 말하자면 원 지사가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이 가능하냐는 물음이다. 이에 대한 답은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원 지사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있어서지 그의 정치적 중량감은 상당하다.

우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의 핵심인물이다. 그가 없이 통합이 성공으로 끝나기 어렵다. 남원정의 해체와 함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남경필 경기지사, 바른정당 잔류를 사실상 택한 정병국 의원과 달리 여전히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는 원 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제주로 날아가 설득에 나섰을 만큼, 그의 행보에 통합신당의 성공여부가 달렸다.

그런데 원 지사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복당압력을 받고 있고, 지역 언론에겐 연일 날선 비판의 대상이 된 데다 도내 여론도 호의적이지 못하다. 지난 2014년 60%에 가까운 압도적인 득표율로 도지사에 당선되며 고향땅을 밟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측근들은 사석에선 간혹 ‘원 지사는 외로운 싸움 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제주도민들은 원 지사를 버릴 수 있을까.

개혁파 정치인의 귀향, 환영은 짧았다

#1. 2014년 4월 30일 제주공항.

“누가 나와도 원희룡을 이기긴 힘들 거우다(겁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원희룡에겐 지지를 보냅니다. 제주도가 모처럼 낸 인물 아닙니까. 오히려 더 큰 일을 해야지, 고향에 돌아오면 어쩌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 2017년 9월 19일 제주대학교.

“원희룡이 영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 버스 중앙차로 뭐 한다고 해서 지금 난리라, 택시 기사들은 못마땅해 합니다. 한국당은 여기서 완전히 ‘엑스’고, 민주당 쪽이 인기가 좋지요.”

2014년, 고향으로 돌아온 개혁파 정치인은 거침이 없었다. 당선되자마자 협치를 내걸고, 선거에서 상대방으로 맞붙었던 신구범 전 제주지사를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했다. 2010년 시작된 외국인 투자이민제로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제주 토지 매입이 계속되자, 취임 1달 만에 한라산 중산간 인근 지역에 대한 중국인들의 토지 매입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자본이 지으려는 초고층빌딩 드림타워도 제주의 자연경관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층수를 낮춘다. 그 해 11월 원 지사는 <리얼미터>가 실시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65.5%의 긍정평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환영은 짧았다. 곳곳에서 미묘한 잡음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보수 정당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이념색이 옅고, 오히려 가끔 진보적 정책을 수용하는 원 지사에게 조금씩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사안으로, 한 쪽에서는 보수 지지층에게, 다른 쪽에서는 진보 지지층에게 비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제주도 서울본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2016년, 기자와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이 토로한 바 있다.

“행정이란 게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선을 다해도 일부는 불만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원 지사처럼 어느 한쪽 편만 들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면 뜻밖에 양 쪽 모두가 볼멘소리를 합니다. 진심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이게 작은 섬이다 보니 이해관계가 너무 직접적이라 어렵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제주 내 공기업 인사 부정청탁 근절(2016년 5월), 제주 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등재(2016년 11월) 등 꾸준한 성과를 내 왔으나 인기는 좀처럼 반등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시도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두고선 많은 비판이 뒤따랐다.

물론 사안별로 다양한 입장, 그리고 분석과 평가가 있는 만큼 원 지사의 도정에 대한 계량(計量)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도내 일부에선 상당히 의미심장한 시각이 존재한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놨다.

“지방은 관가, 지역 유지(有志)들, 지역언론 등이 일종의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도는 섬이라 훨씬 더 강력하고, 배타적이다. 이런 곳에서 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실패 확률도 높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치적인 압박도 받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탈당을 암시했지만 한국당 복당에는 선을 그은 원 지사다. 지난 3일엔 제주도의 바른정당 소속 도의원 7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남경필 지사의 복당 배경에는 경기도 내 기초의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다는 후문을 감안하면, 원 지사에게 가해지는 복당 요구를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현 상황을 정리하면, 최소한 원 지사가 제주도로 돌아왔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짧은 환영 끝에 남겨진 것은 행정가, 정치인으로서의 많은 숙제다. 특히나 정치적으로, 원 지사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제주도민들도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의 ‘키맨’ 부상

원 지사가 제주도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화려한 행적과 애향심, 그리고 잠재력에 기인한다.

소위 제주 시골의 ‘흙수저’ 출신으로, 전국 학력고사 수석, 사법고시 수석 등 입지전적 행보로 전국적 주목을 끌었다. 오랜 세월 변방으로 서러움 속에 살았던 제주도민들에겐 상징적인 존재였다. 고교시절 자신의 장학금을 털어 축구시합인 백호기 응원에 보탰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정치인으로서의 잠재력도 충분했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검사로 활동하다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엔 단 한번도 50%이하로 득표율이 떨어진 적 없이 내리 3선을 이뤘다. 한나라당 시절 당 대표에도 도전하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된 인사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차세대 리더 1위를 수 년 간 독차지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엔 전체적으로 보수진영의 지나친 우클릭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개혁파인 원 지사의 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당장 지방선거에서의 주자가 필요한 야권의 바른정당, 한국당의 정략적인 구애는 차치하더라도, 원 지사의 정치행보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음은 한국당의 한 당직자가 17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지금 보수층이 이념을 내세워서 더 우파로 갈 때가 아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보수층을 잠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남원정처럼 과거 당내에선 좌파취급 받았던 개혁파들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 당의 미래와 직결돼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원희룡을 버릴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제주도에서 원 지사에게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4·3 사건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에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 변방 제주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대를 했지만 크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원 지사는 그런 제주에서 흔치 않게 나타난 중량급 정치인이다.

지역적으로 대구경북(TK)은 군사독재시절을 포함해 40여년간 정권을 잡아왔다. 민주화 이후에도 노태우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이를 연장했으며, 여전히 TK기반의 보수정권을 향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같은 변방이었던 호남은 90%를 상회하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기어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통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이를 지켜본 제주도민들의 마음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제주도에서 여러가지 제반 상황에 의한 원 지사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제주도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원 지사의 정치에 치명상을 입힐 것인가에 대한 자문이다.

17일 야권 한 관계자의 말은 의미 심장하다.

"TK가 40여 년간 독점적으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지역민들의 전폭적 지지에 기인한다. DJ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연유도 호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 때문이었다. 제주도가 스스로 원희룡을 버릴 수 있을까. 도민에게 되묻고 싶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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