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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남원정을 헤어지게 했나?

기사승인 20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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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세력의 핀치 부른 보수세력의 관성
천정배·정동영의 통합 반대는 ´관성 학습한 U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남원정 앵콜쇼에 참석한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왼쪽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뉴시스

오랫동안 보수 내에서 함께 개혁을 외쳐온 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의 길이 나뉘었다. 이들은 옛 한나라당 시절부터 ‘남원정 트리오’로 불리며 쇄신파를 대표해온 이들이다. 정치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당적을 옮길 때도 바른정당을 만들며 함께했던 이들은, 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앞두고 서로의 길이 달라졌다. 남 지사는 복당, 정 의원은 잔류, 원 지사는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남원정이 당내 계파나 조직이 없는 이유는 이들이 정략 논리보다는 명분과 가치 중심으로 움직여온 이유도 있지만, 영남패권론에 지배된 보수정당내의 영원한 6두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수 십 년 간 한국의 정치 지형은 얼핏 보기에 영남의 보수정당과 호남의 진보정당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항상 조금 더 덩치가 큰 영남과 보수 쪽이 우세해왔다. 이는 결국 양 지역의 구심력을 강화시키며 패권주의를 불러왔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이러한 구도가 흔들렸다. 호남을 모두 내주고도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의 지위에 올라섰다. 새누리당은 뜻밖의 성적표와 함께 패닉에 빠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이념정당과 지역정당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정치발전연구소 강상호 대표는 지난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제 이념정당, 지역정당의 시대는 가고 포괄정당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통합 승부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호남 정당’이라는 타이틀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특히 자유한국당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껏 해오던 대로’의 관성에 머물렀다. 여전히 영남 민심에 의지하는 한편, 특별한 쇄신 없이도 결국은 보수 지지층이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초의원들에게 이어졌으며, 결국 남원정을 흔드는 요인이 됐다.

남 지사의 명분은 기본적으로 보수 통합을 우선시 하는 데 있다. 물론 이러한 표면적 기치도 존재하지만, 이면에는 경기도 내 기초의원들의 불안감에 따른 강력한 복당 요구도 존재했다.

한국당 경기도당의 한 핵심 인사는 14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비슷하면 이길 것 같은 쪽에 붙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라며 “애초에 의석 수, 덩치가 더 크기 때문에 이길 것 같은 한국당이 보수를 대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남 지사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한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원 지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바른정당 소속 도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대거 복당하며 원 지사에게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바른정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당은 아니라면서도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어차피 영남 몇 군데는 무조건 한국당이 가져간다면, 바른정당(통합신당)이 지방선거 이후 설 곳이 없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상황은 이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경기도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남 지사가 복당한다면 크게 오판하는 것 같다”면서 “보수가 진짜 개혁을 하지를 않는 것이 문제지, 보수가 통합했다고 바른정당 지지자들이 한국당을 찍을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2월 19일 전북 전주 노블레스컨벤션홀에서 국민의당 평화개혁연대가 시국토론회를 연 가운데 국민의례를 하는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왼쪽)과 정동영 의원. ⓒ뉴시스

한편, 보수에 남원정이 있다면 진보에는 천정신이 있었다. 과거 ‘천‧정‧신(기남)’이라 불렸던 여권의 개혁세력인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은 지금 정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한 때 지역주의 타파와 새로운 탈이념 정당을 만들겠다며 열린우리당을 건설했던 이들은, 세월이 지난 지금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일종의 ‘U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보수당의 남원정의 실패가 연상된다. 진보당에 몸담고 있는 한 호남을 잡아야 다시 살아날 기회가 있다는 관성에 굴복한 모양새다.

지역의 맹주이자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정 의원은 원래 국민경선을 처음 제안하기도 했던 원조 개혁파다. 계파색도 옅고, 당내 조직도 만들지 않다 보니 중량감에 비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 의원은 지난 해 4월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DJ의 동교동계에 속하지도, 노 전 대통령의 친노계도 아닌,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세력이 아니다 보니 힘들었다. 늘 계파가 있는 정치인들과 길항 관계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천 의원도 호남 정계의 적자(嫡子)라 할 수 있는 대형 정치인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전두환 정권에서 법관 임용 받기를 거부하고 변호사가 됐던, 흠 잡을 데 없는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천 의원도 당내 계파나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지난 2015년 현 여당과 등을 돌렸다.

과거의 발자취는 차치하고, 현 시점에서 정 의원과 천 의원은 ‘박정천’으로 불리며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과 함께 통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서 잡았던 호남의 지역패권과 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지난 개혁 행보와는 ‘방향성이 다른’ 주장이라는 점이 지목되는데, 계파 없이 개혁에 실패했던 이들이 보수가 영남에 집착하듯 호남에 집착하는 관성을 학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전주 정가의 한 소식통은 지난 1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금 국민의당이 민심을 잃은 건 호남을 버려서가 아니다. 옛날처럼 호남호남 하면서 호남을 들먹여서 이름을 팔면 안된다”라면서 “통합을 하든 창당을 하든,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는 진정성이 있는 사람을 찍는 것이다. 지금 안철수를 반대하는 호남파는 약간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 정계의 다른 소식통 역시 같은 날 “천정배와 정동영이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아쉬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여기 (민주당으로)민심 떠날 사람들은 모두 이미 떴는데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서는 인기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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