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임단협 잠정합의 두고 조종사 노조 간 찬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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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임단협 잠정합의 두고 조종사 노조 간 찬반 ‘격돌’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8.01.12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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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일처리 지지, 새 집행부 힘 실어줘야" vs "사측 입장만 반영, 이해할 수 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 지난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서울 강서구 본사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는 모습. 사진은 본문과 무관. ⓒ 뉴시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사측과 2년 넘는 교섭을 벌인 끝에 2015년·201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노조 내부에서의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사측은 지난 10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33차 교섭을 통해 2015년 임금 총액 1.9%, 2016년 3.2% 인상과 보안수당 5000원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특히 이번 잠정합의안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임단협 피로감을 해소한 것은 물론, 올해 초 새롭게 출범한 10기 집행부가 사측과 가진 첫 공식 교섭 자리에서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이 가결되기 까지에는 여전히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이미 노조 내부에서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 조합원은 지난 11일 절대 반대한다는 취지의 글을 통해 "조종사 자존심을 그깟 돈 몇 푼에 팔아넘기고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 합의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임단협) 타결 안하고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앞으로 모든 임단협도 회사가 원하는대로 다 들어줄꺼냐"고 힐책했다.

이는 이번 잠정합의안이 노조가 기존에 제시했던 2015년 임금 4%, 2016년 임금 7% 인상안이 아닌 사측의 제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데 대한 불만으로 비춰진다.

또 다른 조합원 역시 "한발 물러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회사안을 그냥 수용하면서 회사의 잘못(잠정합의안 중 2015·2016 임단협 최종 합의 시 쟁의기간 중 발생한 고소/고발 건 모두 취하 조항)까지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희생한 사람들은 뭐가 되냐. 다시 한 번 생각해 부결후 다음 계획을 세워달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잠정합의에 찬성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조합원은 "신임위원장 취임식도 하지 않았는데 역시 '준비된 전략, 소통하는 집행부'답게 일처리가 매우 신속하다"며 "그전 집행부처럼 투쟁하는 척 하지 말고, 조합원들 손해 보지 않도록 준비된 회사안 달라고 해서 빨리 합의하고 복지에 더욱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금 새로운 집행부에서 노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보자"며 "오히려 (잠정합의 반대)글들이 우리 노조의 존립을 더 해치고 있다. 이번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투표로 바뀐 만큼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노조를 해치지는 말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노조 내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집행부 역시 이번 잠정합의에 대한 배경과 조합원들의 지지와 이해를 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성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같은날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직접 글을 올려 "위원장 개인의 입장에서도 이번 잠정합의안 내용에 많은 불만이 있었고 받아들이기 싫었다"면서 "하지만 위원장 개인의 체면치례를 위해 임단협을 늦추는 것은 우리 조합과 조합원에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7년 임단협에서는 조합원의 뜻을 모아 제대로 해 보겠다"며 "조합원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노조가 강경 노선을 걸어왔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반대가 없을 수는 없다"며 "이들에게 잠정합의 취지를 설명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우선은 집중할 것"라고 전했다.

또한 임금 인상 부분에서는 만족할 수 없더라도 복지 향상을 위해 보안 수당 인상과 야간근무수당, 공항 대기 중 실제 비행을 하지 않은 조종사에게도 체류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제안을 이끌어낸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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