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컴퓨터 정치…“철수가 버전-업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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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컴퓨터 정치…“철수가 버전-업 됐어요”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8.01.03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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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인기 정치에서 2017년 정당 정치로
대선 당시의 이상 정치에서 통합 위주의 현실 정치로
"대선 이후 여유 찾고 발전해" 정치인 자질 높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안철수의 ‘정치 프로그램’ 버전이 업그레이드 됐다. 개인 정치에서 정당 정치로, 안일한 이상주의 정치에서 정국을 냉철하게 진단하는 ‘현실정치 프로그램’으로 변화한 것이다. 

안 대표는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창당, 또 두 번의 총선과 두 번의 당 대표 역임까지, 압축 경험을 넘어선 '농축 경험'을 통해 ‘급속성장’ 할 수 있었다. 그가 개발한 백신프로그램 V3와 같이, 자신의 ‘정치 프로그램’ 버전도 개인·이상정치에서 정당·현실정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분석이다.

두 번의 ‘철수(撤收)’를 거쳐 2013년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 안철수의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뉴시스

첫 번째 버전(V1), 2013년 신당을 창당하던 안철수

2012년부터 시작된 ‘안철수 신드롬’은 재야의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와 대권 주자로 추대했다. 두 번의 ‘철수(撤收)’를 거쳐, 안철수는 2013년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무소속으로 정치계에 본격 입문하게 됐다.

‘신드롬 콩깍지’가 걷히고 드러난 정치인 안철수의 현실정치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해 8월, 당시 안철수 의원과 만났던 정운찬 전 총리는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그와의 만남은 지루했다”고 털어놓았다.

2012년 대선 당시 정 전 총리의 만나자는 요구에도 답변을 하지 않던 안 의원은 느닷없이 축사를 부탁하며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안 의원은 만나서 내내 ‘국민의 열망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그저 ‘열심히 하시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더라”고 회고하며 한숨을 쉬었다.

안 대표의 “국민의 열망을 저버릴 수 없다”는 말은, 본인의 새정치 세력 구축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순진하게도 ‘무조건 나를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현실감각 제로의 안철수식 화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정치 전문가들도 안 대표의 부족한 사교성과 현실 정치 감각을 그의 단점으로 꼽았다. 박지원 전 대표 역시 공공연하게 “안 대표는 싫은 사람 말을 잘 듣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며 안 대표가 ‘본인 위주의 정치’만을 고집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2017년 5월, 국민의당 후보로 ‘장미대선’을 치루게 된 안 대표는 자신의 개인적 지지율만 믿고 “대선은 문재인-안철수 구도가 될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후보 단일화 작업을 거부했다. 당시 정당이 아닌 개인기로 쌓은 지지율이 금방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뉴시스

두 번째 버전(V2), 2017년의 대선주자 안철수

2013년 정계 입문 이후, 그는 ‘새정치연합’이라는 신당을 창당했지만 현실 정치의 벽을 만나 고전했다. 정치 세력화 작업은 그의 바람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민주당과 합당했지만 탈당을 거듭하다 결국 지금의 국민의당을 창당하게 됐다.

2017년 5월, 국민의당 후보로 ‘장미대선’을 치루게 된 안 대표는 자신의 개인적 지지율만 믿고 “대선은 문재인-안철수 구도가 될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후보 단일화 작업을 거부했다.

박지원 전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양당 간 후보 간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두 후보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도 지난 10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무성 전 대표가)지난 대선 단일화 협상 당시 힘들었다고 말했다”며 “안철수 대표는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의 안 대표는 정당이 아닌 개인기로 쌓은 지지율이 금방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하 의원은 이에 대해 “능력 있는 정치인이면 바로 단일화를 하자고 했어야 된다. 그런데 ‘꿇어라’ 이런 식으로 나와서 협상이 실패했다고 (김무성 전 대표가) 전했다”고 증언했다.

▲ 2017년 말. 국민의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서, 안 대표가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와 중도통합 추진력을 보였다. 정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진단하기 시작한 것이다.‘연대는 없다’, ‘무조건 혼자 간다’식의 막연한 이상정치는 사라지고, 자신의 재신임을 건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선언까지 빠른 추진력을 보였다. ⓒ뉴시스

세 번째 버전(V3), 중도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2017년 말. 국민의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서, 안 대표가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와 추진력을 보였다. 정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진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대는 없다’, ‘무조건 혼자 간다’식의 막연한 이상정치는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재신임을 건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선언까지 신속하게 추진했다.

안 대표는 수 차례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바른정당을 포기한다면, 대부분의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한국당으로 복당하게 됩니다. 자유한국당은 원내 1당이 되고, 그 자리를 놓칠 수 없는 민주당은 결국 그나마 성향이 비슷한 국민의당 의원들을 빼가고 말 것입니다. 결국 우리당 39명은 뿔뿔이 흩어지고, 다당제는 사라집니다.”

과거 행적에서는 볼 수 없던 예리한 정국 진단이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 및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통합이 정치 명분으로보나 큰 그림 상으로도 옳다”며 “과거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회의를 많이 가졌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여전히 많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어 “(안 대표가)아직 5년의 짧은 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분명 시행착오도 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정치인으로서의 발언과 행보가, 대선 이후 좀 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통합이 마무리 되면 본인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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