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한·중 관계,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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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한·중 관계, 어디로 가나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7.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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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갈등´ 봉합 합의…´저자세 외교´ 논란
´상생의 新시대´ 열기 위해 중국 거듭나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악화일로로 가던 한중관계가 해빙기 국면을 맞고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봉합 단계로 진입, 양국간 심한 균열이 접점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최근 사드문제로 발단된 경색을 해소하고 교류협력 회복을 골자로 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0월 31일 이를 공식 발표했고,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발표문에는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해 7월 8일 박근혜 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4개월 가까이 이어졌던 갈등이 해소의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합의를 위한 양국 간 실무 협의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채널을 통해 지난 8월부터 비공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 재확인,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 정리, 교류협력의 조속하고도 전면적인 정상화 추진 등 세 부분으로 돼 있다.

핵심쟁점인 사드와 관련해서는 "중국 측이 미사일 방어(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고,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양국이 각각 자기 입장만 재확인, 공식화하고 상대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선에서 봉합했다. 

즉, 중국은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이에 한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자위적 조치임을 설명, 사드가 북한 이외의 제3국을 겨냥하지는 않는 만큼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음을 확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 배치가 북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미국 중심의 MD 체계 편입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상호 존중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서로 ‘체면’은 살려 주면서도 양국의 상이한 외교안보 시각을 인정하는 선에서 타결된 것이다.

결국, 한국은 교류협력 정상화라는 ‘실리’를 택했고, 중국은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이라는 ‘미래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함께 중국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한·미·일 협력 구도'가 유지 강화되는 흐름속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불씨 여전…제2사태 재발 가능성

한중 양국은 합의이행을 위한 첫 단계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를 개최키로 했다. 문 대통령과 시 국가주석은 다음 달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자리에서 양자회담을 갖는다. 수교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한중관계를 정상화로 되돌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번의 한중 해빙 기류는 시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출범을 전후해 두드러졌다.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내부적으로 절대권력 강화에 성공한 시진핑이 이에 힘입어 대외적으로도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최근 당 체제를 정비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한중 양국간 '사드 갈등'은 두나라 모두가 상처만 입은 형국이었다. 무엇보다도 북한 김정은 정권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핵ㆍ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데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었지만, 오히려 역기능만 일으켰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북핵 대응 기조를 압박과 대화의 병행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그렇지만, 불씨는 여전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정도로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언제든지 제2, 제3의 사드 보복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번 합의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만 추종할 경우 중국과 큰 갈등에 다시 휩싸일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북핵 대응 방침과 중국의 시각이 어떻게 절충되어 나갈 것인지도 계속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한국, 경제 피해 심각 

실질적 초점은 한국이 그동안 '사드 갈등'으로 받은 '경제적 타격' 부문이다. 이번 합의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진행된 중국 측의 일방적·폭력적 對韓 경제 보복이 1년 4개월여 만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후유증은 실로 크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제는 이번 합의문에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피해 보상 언급은 물론이거니와 유감 표명조차 없었고, 한국 측이 항의했다는 흔적도 없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갈등으로 중국은 실질 피해도 입지 않았지만, 한국 측 피해에 대한 중국 측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것은 이번 합의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국 야당가에서 ‘빈껍데기’, ‘굴욕외교’라며 깎아내리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사실, 지난 '사드 갈등' 1년4개월은 한.중 수교 25년 역사상 경제 마찰이 가장 날카롭게 부딪힌 시기로 평가된다. 중국의 과잉 조치로 다른 나라로 투자처를 옮기려는 한국 기업이 늘었고, 국내 관광·유통·자동차업계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개별적으로는 현대자동차와 롯데 등 중국 진출 기업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준 롯데의 경우, 중국은 현지 롯데마트의 발을 묶은 여러 규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롯데는 누적적자를 견디다 못해 중국 내 롯데마트를 팔기로 했으나 제값을 받기 위해서라도 정상영업이 필수란 소식이다.
피해규모와 관련, 미국 상원의 코리 가드너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한국의 사드 피해를 120억 달러(약 13조5500억원)로 추산했는가 하면, 한국은행은 사드 충격으로 올해 우리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0.4%포인트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11조원을 투입하면 성장률이 0.2%포인트가량 오르는 효과가 있다. 0.4%포인트는 그 두 배로, 가드너 위원장의 추산 피해액보다도 훨씬 높다.
때문에 중국의 직간접 보복에 시달린 한국의 현지 진출 기업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다. 국가 간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중국 정부를 어떻게 믿고 기업 활동을 하겠느냐는 하소연까지도 들린다. 양국의 경제협력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경제 측면에서 국내 관광업계가 입은 피해도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관련 산업에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다. 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국내 여행, 항공, 면세점, 화장품 업계가 큰 피해를 봤다. 한류 문화산업, 유통업, 제조업 등에도 전방위로 그림자가 번지면서 중국에 우호적이던 한국인의 인식도 바뀌고 있는 추세다. 그렇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았던 한류와 관광에 대한 금한령은 조속히 공식 해제돼야 마땅하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 규제도 즉각 해제해 사드 갈등 이전으로 복원돼야 한다.

▲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 정상회담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중국, 경제보복 조치 큰 반성을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한국도 중국의 3대 교역국이다. 이번 합의에 진정성이 있다면 중국 정부는 보상은 못해줄망정 정상화 조치를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번 공동발표문에서 양측은 '모든 분야 교류협력의 정상화 합의'만 표면적으로 언급했을 뿐, 전방위 보복 조치로 그동안 한국 기업들과 경제가 입은 막대한 피해에 대한 중국 측의 언급은 한마디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한.중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상태로 사드 보복은 FTA 파트너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방패 삼아 주변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행동 방식이 앞으로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되며 진정한 반성이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합의과정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단단히 세우지 못한 것은 또하나의 큰 문제점이다. 한·중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외교·안보 사안과 경제 문제를 분리·대응하는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 사드갈등 봉합에 정경분리 원칙도 포함됐어야 할 사안이었으며, 사드 경제보복을 했는데도 정부는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런 식의 타협은 훗날 중국이 다른 보복을 하더라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한국 안보주권 훼손 외교

'북한 핵' 문제도 한중 양국간에 여전히 핵심사안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보여 준 중국의 자세로 봐서는, 향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추가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 방식에 따라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적지 않다.  북핵 고도화에 따라 사드 포대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MD 체제 가입 여부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발전 방향 등은 한반도 정세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가변적 성질을 갖고 있는 탓이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져 전략폭격기·핵항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수시로 전개된다면, 이번 합의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북핵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야 한다. 양국 모두 기본적으로는,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는 만큼 협력 공간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이번 합의의 전제나 다름없는 세 가지 원칙의 배경은 다시 조명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강 장관의 원칙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사드 추가배치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삼불(三不)’ 정책으로 압축된다.

강 장관의 이같은 국회 발언 자체가 중국 측과의 사전 합의 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정부가 중국의 ‘삼불’ 요구에 굴복한 형국으로 중국이 주장해 온 ‘3불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 이 가운데 특히 한·미·일 3국 간 군사동맹 반대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우려’를 받아들여 군사동맹을 맺지 않겠다고 한 게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는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과도 상충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 방문과 7월 독일의 G20 정상회의 참가 때 ‘한·미·일 안보협력 발전’을 약속한 바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사드 추가 배치는 북한의 추가 도발 때 사용 가능한 한국 안보주권의 군사·외교적 카드다. 때문에 이번 합의도 사실상 중국을 향한 사과성 발언이자 안보 주권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더 이상 사드 배치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은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란 얘기다. 중국에 제2, 제3의 사드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군사 장비 배치는 한 국가의 고유한 군사 주권이다. 중국이 자국 내에 한국을 감시하는 레이더를 배치해도 한국은 항의한 적이 없다. 사드 1기의 방어 권역은 남한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다른 3분의 2는 사실상 무방비다. 그런데도,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에 '우리는 앞으로 어떤 군 장비는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안보 주권이 훼손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감한 안보 사안들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중국에 약속한 셈이다. 서로 주권을 존중하고 국제 규범을 따르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가지 않으면 이번 같은 일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 안보를 책임진 정부라면 안보 주권 훼손을 담보로 외교적 합의를 하는 일이 앞으로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

중국 '무례외교' 타성

역시 문제는 중국 정부의 자세다. 거의 무례하게 한국측에 많은 것을 요구, 받아내고만 성격이 짙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외교적 '무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지난 역사에서도 수차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92년 10월 한국과 중국이 40여년간에 걸친 단절의 시대를 청산하고 막 외교관계를 수립했던 때, 당시 장정연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장대사는 초대 주한 중국대사이고 그의 발언은 첫 기자회견에서 나온 것이어서 파문은 그 만큼 더 크고 충격적이었다. 장대사는 이 회견에서 6·25동란의 중국개입과 관련, "중국 정부는 유감을 표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발언했다.

그 때도 한국 정부의 외교자세가 문제가 됐다. 양국간 수교교섭과정에서 사전에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느냐 하는 점이었다. 6·25동란은 우리민족에겐 잊을 수 없는 역사상 가장 큰 비극중의 하나였고, 또 당시 중공의용군의 개입으로 한국은 재산손실은 물론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당연히 중국측의 명시적인 유감표명 또는 사과가 있어야 했고, 수교전에 한국정부는 이를 소홀함이 없이 챙겨야만 했다. 오늘, 지적되고 있는 '저자세'외교, '졸속'외교란 비판도 이런 행태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번 사드 문제의 경우도 유사하다. 지난해 2월 미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갈수록 험악해져 가던 시점에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한·중 관계 파탄’ 운운하며 외교적 무례를 범했다. 추 대사는 그 때 “양국 관계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킨 노력들이 사드 문제 때문에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오래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사의 본분이 자국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 해도 주재국의 국격을 모욕하거나 훼손하는 언행은 금기 중의 금기일 것이다.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중국이 표방한 외교정책 방향과도 배치되는 자세다. 만약,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호응해 북의 핵·미사일 실험을 억제했다면, 사드 배치가 지금처럼 뜨거운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문제 삼기 전에 북한이 더 이상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게 우선일 것이다.

▲ 지난 1일 제주도의 한 면세점 앞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 ⓒ뉴시스

이중행보의 중국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한국에 무엇인가. 역사적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그러나, 옛 소련과 함께 2대 공산종주국의 하나였으며, 6·25땐 북한을 편들어 참전했던 적대국이었다. 다만, 근래에 와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개방과 개혁을 본격화 했다. 그 결과의 하나가 한국과 적대관계를 청산시킨 지난 1993년의 수교였다. 그 때 상해임정요인 유해봉환 협력은 한국정부의 상해임정 법통계승을 중국이 사실상 인정한 우호적 조치이기도 했다.

그 후, 양국관계 변화와 발전의 견인차역할을 한것은 역시 경제였지만, 한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행보는 항상 이중적이었고 때로는 참으로 무례했다. 6·25 참전에 대한 유감표명의 유보와 휴전40주년에 맞춘 기념행사및 축하사절 대북파견등은 중국의 비우호적 행동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눈부신 경제관계 발전에도 불구, 양국 정치관계의 발전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북한붕괴의 방지가 중국국익에 부합된다는 잘못된 판단과 북한에 대한 해묵은 이데올로기적 의리감에 따른 중국측 행동의 제약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알 수 없는 나라이며 그럴수록 그들을 철저히 연구, 대응해 나가야 한다.

지난 90년대 한때,  북한의 핵이 동아시아 안보의 최대위협이며 국제적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인식과 제의에 한일은 물론 중국마저도 동조하는 성과가 있었던 일도 있었다. APEC총회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 소련도 포함하는 미·일·중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한국의 국제공동노력이 사실상 합의되는 결과를 낳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중국의 이중적 행보는 계속됐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은 동북아의 평화와 필연적으로 연결될 것이고, 한반도의 자주 평화통일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통일한국의 상황까지 감안한 중국의 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한반도인식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개방개혁 및 한반도 평화민주통일'을 전제로한 정책의 추구가 정도(正道)일 것이다. 중국도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큰 안목에서 한국과의 진실된 관계정상화에 눈을 떠야 한다. 진정한 한중 관계개선과 남북한 관계개선이 상호 연관을 갖는다는 것을 중국은 다시 깨달아야 한다.

정상회담 교훈

한·중은 연내 문재인 대통령 방중과 내년 2월 시진핑 주석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석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관계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국 모두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중이다. 양국관계 정상화와 중국의 대한 보상 등 참된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이번처럼 '저자세'로 가선 안된다.

한중 정상외교史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강택민 전 주석이 가졌던 경험과 성과는 대표적인 교훈을 상기시킨다. 지난 93년 11월, APEC를 계기로 활발한 한·미·일·중 개별 연쇄정상회담의 주요 공동관심사 역시 그 때도 '북한핵' 이었으며,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당시 김 전대통령과 강 전 주석이 가진 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미 중관계개선의 중재를 자청, 즉각적이고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 정상외교의 각을 한층 높히면서, 강 주석으로 부터 한반도는 반드시 비핵화돼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받아낸 적이있다.

김대통령은 그 때 강주석과 사상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북한 핵위기가 원만하게 수습되면 곧이어 식량지원등 대북경제협력에 속도를 급히 더할 생각이라고 밝힌 대목이 국제적 공감대와 함께 큰 주목을 끌었다.

더 나아가, 김 전 대통령의 이와 관련된 가시적 행보는 계속됐다. 이어 94년 3월, 북경에서 있었던 김 대통령과 강 주석의 2차 한중 정상회담은 제재와 분쟁의 기로에 서있는 급박한 북핵문제를 놓고 더욱 깊이있는 대화를 했을뿐 아니라 구체적 결실까지 끌어냈다. 즉, 원칙론만 강조하던 중국이 처음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나온 것이다. 강 주석의 대안은 유엔 안보리결의를 의장성명의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대신, 북한에 가장 큰 영향국인 중국이 성명의 관철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는 공표 내용이었다.  북핵문제의 교착과 안보리회부 및 북한의 대남 불바다 위협 등으로 한반도의 안전이 크게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나 나오던 한반도 안보다짐을 한중정상회담에서 김 전대통령은 중국으로 부터 받아냈던 것이다.

동북아 평화 공존 - 새 과제 첫걸음을

이번 '사드 합의'에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한·중은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상생의 ‘신시대’를 열어야만 한다. 한중 관계 복원 없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도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불신을 신뢰로 바꾸고 외교·안보·경제의 삼각 채널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참된 우호 협력은 양국의 평화 번영은 물론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시아에서 화해와 협조의 새 시대를 여는데도 불가결한 조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합의가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한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공존’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향한 첫걸음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중관계가 경제뿐아니라 정치,사회,문화등 모든분야에서 균형있게 발전되어 가기를 바란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은 중국의 생산기지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은 경제협력에 있어서 상호보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이란 한 나라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과도하게 치우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돼 나가야 한다. 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이 악화된 것도 큰 문제로,  민간 사이의 다양한 교류채널 확대도 시급하다.

중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인 만큼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에 불필요한 마찰이 없도록 미국과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당연한 일이다. 국가와 민족미래를 새롭게 여는 문 정부의 보다 지혜로운 선택과 역량을 촉구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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