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물밑에선 야권 정계개편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3당의 이합집산이 예고되긴 했으나, 최근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되는 분위기다. 야 3당에서 중도파가 모여서 만드는 ‘중도신당’론이 급부상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 청산이, 국민의당에선 호남계의 반발이 주목할 만한 변수로 지목된다.
바른정당은 대표적 자강파였던 이혜훈 전 대표의 사퇴 등으로 내부 혼란을 겪으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지난 달 27일엔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3선 중진 의원들이 만찬을 하며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잠정 합의하기도 했다.
한국당도 이에 호응하여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비롯한 ‘친박계 청산’을 통해 바른정당으로 하여금 통합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사태가 변했다. 시작은 여론조사였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를 가정한 정당지지율은 19.7%로 더불어민주당(46.3%)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8일 이 결과를 암시하며 “제3지대에 대한, 제3의 길에 대한 국민 기대가 굉장히 높다”면서 “이제는 다당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고 전하자, 반(反) 한국당 계 의원들이 호응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9일 “양당이 이념·정책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여론조사에서도 두 당이 협력했을 때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고 했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추진하고자 하는 법률별로 방향이 같은 부분을 정리해 최우선으로 처리하자는 데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밝혔다. 통합파에 가깝다고 알려진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라 파장이 컸다.
게다가 한국당에서 친박계 청산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론이 오히려 더 불붙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부의 호남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호남계의 중심격인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같은 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게 정체성"이라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최근 인터뷰를 들어보니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버리고 호남 위주를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우리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에 급격하게 ‘중도 신당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일부, 국민의당 내 비호남계, 바른정당 자강파가 합쳐져서 새로운 노선의 신당을 만든다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야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19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어차피 국민의당엔 민주당으로 가고 싶은 분들이, 바른정당엔 한국당으로 가고싶은 분들이 있다”며 “그 분들을 제외하고, 한국당에서 오시겠다는 분들도 받아서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당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 이상 아주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면서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역사상 없었던 공멸, 잘해야 한국당만 명맥을 이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또 다른 야당의 당직자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요는 민주당 견제에 문제가 되는 것은 친박과 호남 아니냐"며 "이 두 가지가 어떻게든 해결되면, 야권 전체의 삼당합당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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