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오늘]도시바 인수전 이끈 SK 최태원의 '뚝심'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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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오늘]도시바 인수전 이끈 SK 최태원의 '뚝심' 통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9.2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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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캐리커쳐) ⓒ시사오늘

최태원 SK회장의 ‘뚝심’이 통했다. 도시바가 자사의 메모리 사업부를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에 매각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크게 들썩이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혼전을 거듭한 끝에 결국 ‘한미일 연합’이 막판 뒤집기로 승기를 잡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 연합’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매각 액수는 설비 투자 등을 포함해 2조 4000억엔(약 24조 3000억원)에 이른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미국 사모펀드 베인케피털,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자금 2000억엔 이상을 대출하는 형태로 참여했다.

지분 비중은 베인캐피털이 49.9%로 가장 많다. 이어 도시바 40%, 그 외의 일본 기업들이 10.1%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취득할 수 있는 비율은 15%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의 '뚝심'...열세의 상황에서 쟁쟁한 경쟁자들 물리치고 '승기' 잡아

최 회장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도시바 인수전에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과 미국 웨스턴디지털(WD)가 이끄는 ‘신(新) 미일연합,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 등 3파전에서 치열한 물밑 교섭이 오가는 동안, 최 회장은 일본 내 부정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얻기 위한 행보에 집중했다.

SK하이닉스가 인수 참여 의사를 처음 밝힐 당시, 일본 내에선 ‘한국이나 중국에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며,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다. 홍하이의 경우, 무려 3조엔을 베팅했지만 일본정부가 기술유출을 이유로 반대에 나서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4월 직접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을 비롯한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비전을 직접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또 “기업을 산다는 개념이 아닌, 보다 나은 개념으로 접근하겠다”며 도시바와의 상생 경영 방안을 제시하는 등 설득에도 주력했다.

▲ 일본 도쿄의 도시바(東芝) 본사 건물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 모습.ⓒ뉴시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선택은 적중했다. 비록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경영권을 당장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바가 가진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또, 도시바 메모리 인수는 SK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 사업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낸드 시장 2위 업체인 도시바 메모리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개발과 생산력 증대 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메모리 시장에서 올 2분기 기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선 점유율 10.5%로 5위에 그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등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D램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고, 업계에서도 2019년을 전후해 시장 규모 측면에서 낸드플래시가 D램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만큼, 낸드 플래시 사업부문 강화는 SK하이닉스에 있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지난 2015년부터 중국정부가 ‘반도체 굴기’에 나선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2014년 9월 ‘국가 반도체 산업 투자펀드’ 1200억위안(약 21조 원)을 비롯, 지방정부 기금과 사모기금 600억 위안(약 10조 원)을 조성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정부 지원 아래 중국 업체들은 자금력을 앞세워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낸드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낸드 플래시 개발은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중국 업체들과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술 격차는 1~2년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 기술’이 빛을 발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198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낸드 플래시를 상용화했고, 관련 원천 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로선 향후 특허분쟁을 비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바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발판삼아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확대도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나아가 중국으로의 도시바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음으로써, 중국 업체들에 대한 SK하이닉스의 기술적 우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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