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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폐지 토론회] “피해자 목소리 먼저 들어주세요”

기사승인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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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통한 법·제도 문제점 긴급 점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A 군(당시 16세)은 가해 학생으로부터 2년간 금품 갈취와 잦은 폭행을 당했다. 괴롭힘의 강도는 나날이 심해졌고, 견디다 못한 A 군이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그간의 학교폭력 사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사건은 교사 선에서 종결 처리 됐다. 그에 따른 당연한 수순처럼 A 군에게 보복 폭행과 집단 따돌림이 가해졌다. A 군은 분노의 화살을 부모에게 돌렸다. A 군의 모든 폭언과 폭행은 특히 그의 엄마에게 향했고, 엄마는 심한 우울증을 앓다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발표한 실제 사례 중 하나다. 이처럼 청소년 폭력은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그 가족들의 삶까지 좀먹는다. 얼마 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청소년 폭력 사건이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소년법은 폐지/유지돼야 한다”부터 급기야 “소년범도 사형해야 한다”까지,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와 온정주의 논쟁은 거셌다. 그러나 그 안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치유를 논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피해자들은 학교로부터, 또 국가로부터 이중으로 외면 받는 상황이다.

가해자 처벌로만 향하는 사회의 관심을 피해자 위주로 돌리고자, 지난 11일 국민의당 김삼화 (여성가족위원회)·이용주(법제사법위원회)·이용호(행정안전위원회)의원 공동주최로 '청소년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긴급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는 피해자학부모단체·법조인·교수·경찰 등 각계각층의 패널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참석해 “부산 여중생 사건 화면을 보고 김삼화 의원과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그때부터 급하게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11일 국민의당 김삼화 (여성가족위원회)·이용주(법제사법위원회)·이용호(행정안전위원회)의원 공동주최로 청소년 폭력 관련 긴급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는 피해자학부모단체·법조인·교수·경찰 등 각계각층의 패널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

학폭위 문제 많아… 피해자 가족 지원 시급해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흔히 ‘어른들의 전쟁터’라고 한다”며 학폭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폭위에 학부모 위원들이 과반수 이상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부모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어 신뢰성이 떨어진다. 또 학교 내 단체에서 활동하는 학부모가 들어가서, 학교 입장에 서는 등 편파적인 경우도 많다. 지방에 있는 학교는 외부 전문위원들이 잘 오질 못하고,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호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렇게 학폭위에서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한 피해 학생은 그 분노를 더 약한 사람에게 푼다. 동생이나 엄마가 주 대상이 된다. 학교폭력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견디다 못한 온 가족이 학교 앞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휘발유를 뿌려 분신자살 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피해 학생 보호도 없지만, 피해 받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지원이 전혀 없다. 가해학생 특별교육기관은 482곳인데, 피해학생 전담기관은 29곳이다. 가해자 시설이 16배다. 어떻게 가해자에게만 귀 기울일 수 있나. 이건 마치 피해자가 문제가 있어서 피해를 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다.”

처벌 강화는 초단기적 대책… 장기적으로 피해자 보호·교정 시스템에 초점 맞춰야

법무법인로고스의 배인구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가해소년은 소년법에서 보호해주는데, 피해소년은 어떤 법에서 보호해주냐”고 반문하며 “소년법을 엄하게 개정한다던가, 일정 범죄에 대해 형벌을 높이는 것은 초단기적 대책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효과를 자신할 수 없다. 가장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은, 처벌보단 피해자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 변호사는 범죄 예방을 위해선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도 교정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정환경 재점검이 필요하다. 소년 구금시설은 서울·경기 지역에 딱 하나 있다. 나머지는 다 어른들이랑 같이 수용된다는 거다. 성인범이 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겠는가. 소년교도소도 딱 하나밖에 없다. 또 보호관찰관 수를 늘리는 것도 절실하다. 보호관찰관 한 명의 업무가 너무 과중한 상황이다. 한 보호관찰관이 마약, 폭력 등 각종 분야를 다 다루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 많이 뽑는다고 하셨다. 청소년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관도 많이 뽑았으면 좋겠다.”

   
▲ 이현곤 전 서울가정법원 판사는“피해청소년들이 자기 피해사실을 잘 얘기 하지 않는 것은. 결국에 얘기해도 실효성 없다 하는 이유가 크다. 법 체계가 실효성 있게 뒷받침 되어야 청소년 폭력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

이현곤 변호사(전 서울가정법원 판사) 또한 시스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가정폭력·아동폭력·노인폭력 관련 방지법은 보통 이원화가 되어 있다. 가해자 법률과 피해자 법률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년법은 그런 게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항상 소년법을 얘기 할 때는 가해학생 처벌만 다루고, 피해자 보호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재정적 지원이 의무화 된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은정 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장 역시 소년범을 계도하는 현장에서 느낀 애로 사항을 설명했다.

“청소년범죄 5년간 통계를 확인하면, 전반적으로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재범 이상 범죄율은 31.7%를 차지한다. 이것은 아이들이 사법과정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가출 청소년인 경우가 많고, 보호자 인계 시 보호자가 ‘나는 이 아이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을 쉼터에 데려다주면 바로 뛰쳐나온다. 이런 청소년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줄 장치가 없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 소년법 폐지글을 언급하며 “소년법 개정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내용이 개정돼야 하는 것인지, 소년들의 형사책임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는지 등에 대해 청와대 홈페이지 통해 활달하게 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와 회복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논하지 않고,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모습만 전시해서 과연 어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토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해학생과 가족들을 돕는 얘기가 공론화될 때다.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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