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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책④] “통신비 인하 공약, ‘포퓰리즘’”

기사승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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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 “정부 정책, 경쟁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한설희 기자) 

   
▲ 이병태 교수는 우리나라 통신비가 결코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며, 통신비 인하 공약의 전제부터 흔들어 놨다 ⓒ 시사오늘

모든 정책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특정 정책이 나에게,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시사오늘〉에서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몇 가지 약속을 되짚어보고, 이 공약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네 번째 시간은 ‘통신비 인하’ 공약에 대한 카이스트(KAIST) 이병태 교수의 평가 시간이다.

이병태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사과정을, 텍사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과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그는 2011년부터 카이스트 테크노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며 IT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시사오늘〉은 지난 9월 6일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이 교수를 만나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부탁했다.

“우리나라 통신비, 생각보다 높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데이터요금 할인 확대 등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가계통신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인식 아래, ‘통신비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병태 교수는 우리나라 통신비가 결코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며, 통신비 인하 공약의 전제부터 흔들어 놨다.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통신비 줄여주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작부터 잘못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통신비가 높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 연말 기준 가계 소비지출 통계를 보면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이다. 주거비·교육비·교통비 등 11가지 항목 중 통신비보다 낮은 항목은 가사서비스밖에 없다. 우리가 지출하는 통신 관련 지출에 단말기 할부금, 부가세, 소액결제 등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많아 보일 뿐, 순수 통신비만 따지면 5%밖에 안 된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데이터요금 할인 확대 등을 약속했다 ⓒ 더불어민주당

-시민단체에서 내놓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통신비가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통신사의 총매출액을 1인당 GDP(국내총생산)으로 나눈 통계기 때문이다. 물가 수준을 계산할 때는 명목소득이 아니라 PPP(구매력지수)로 나눠야 한다. 우리나라는 명목소득은 25000달러 정도지만 구매력지수는 36000달러에 달하는 나라다. PPP를 기준으로 계산한 통신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중하위권에 속한다.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통신사를 공격하기 위해 이 통계를 활용하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더라도, 통신사의 이익률이 높으면 요금 인하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통신사 영업이익률도 과거 5년 동안 3~7%에 불과했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전에는 보조금 경쟁으로 3% 정도였다가, 지금은 7% 수준까지 올라왔다. 즉 통신사 이익을 전부 빼앗아서 나눠줘야 지금보다 통신비를 7% 낮춰줄 수 있다는 뜻이다. 커피 한 잔 가격도 안 되는 액수다.”

-통신사 영업이익률이 그렇게 낮은 이유가 무엇인가.

   
▲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통신 포퓰리즘이라고 단언했다 ⓒ 시사오늘

“국민들은 체감을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통신비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가 쓰는 데이터양이 5배 늘었다. 단가로는 80% 이상 할인된 것이다. 통신사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가 없다.”

-이미 통신망이 잘 구축돼 있으니 기본료는 폐지해도 된다는 말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통신망은 고속도로와 다르다. 한 번 설치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통신이 잘 터지지 않으면 새로 설치도 해야 하고, 정상 작동하도록 계속 유지·보수도 해야 한다. 지난 촛불시위 때처럼 한 곳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차에 중계기 여러 대를 싣고 가기도 한다. 기본료는 망을 까는 것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도 사용되는 돈이다.
망 설치가 완료되지도 않았다. 지금 5G를 테스트하고 있지 않나. 여기에 수조 원이 든다. 만약 기본료를 폐지하면, 5G로 갈 수가 없다. 이스라엘을 보자. 물가가 워낙 비싸서 국민들이 시위를 하니까, 국가가 통신비에 손을 댔다. 그 후 이스라엘 통신 산업은 유럽에서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지금도 4G를 쓰는 국민이 1/3이 안 된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망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고, 통신 품질이 나빠지면서 경쟁력도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통신비를 인하하면 된다고 역설한다. 이것도 불가능한가.

“마케팅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마케팅 비용 중 대부분이 판매점 판촉비 혹은 단말기 보조금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것은 단말기 보조금 주지 말고 통신비 깎아주라는 이야기인데,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닌가. 또 우리나라 국민들의 단말기 교체 주기를 생각하면, 단말기 지원금을 주지 않고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손해일 수 있다. 단말기를 자주 교체할수록 약정할인보다는 보조금을 주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업에게 마케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기업이 어떻게 마케팅을 안 하나. 마케팅은 곧 경쟁인데, 시장경제에서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나.”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통신 포퓰리즘이다. 인기를 얻기 위한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통신비가 늘었다고 하는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이 네비게이터 역할도 하고 TV 역할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교통 정보도 보고 EBS로 공부도 한다. 어마어마하게 데이터를 소모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용량을 고려하면 단가는 80%가 줄었다. 보수정당 진보정당 할 것 없이, 도저히 깎아줄 수 없는 요금을 깎아주겠다고 경쟁한 것이다.
한·중·일 해외 로밍요금 폐지 공약도 마찬가지다. 로밍요금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통신사 혼자 갖는 것이 아니다. 중국·일본 통신사와 같이 나눠가져야 한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세금으로 중국·일본 통신사에 로밍요금을 대신 내주는 방법밖에 없다. 전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인기 영합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제4이동통신사, 소설 같은 이야기”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조하는 이병태 교수는, 그러나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시장에 진입시키려고 하는 데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경쟁자 수를 늘려서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물었다.

-시장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제4이동통신사 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4이동통신사 진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통신 산업은 고정비가 높고 변동비가 낮은 장치 산업이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사업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LG U+가 시장에 들어왔을 당시, 정부는 세 회사를 다 살리기 위해 가격승인제를 만들었다. SKT나 KT가 LG U+ 원가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SKT 원가가 60원이라도, LG U+ 원가가 100원이면 SKT도 100원에 팔아야 했다. 이것을 비대칭규제라고 한다. 

   
▲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조하는 이병태 교수는, 그러나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시장에 진입시키려고 하는 데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나마 그때는 통신 시장이 성장할 때라 괜찮았다. 지금은 포화시장이 되지 않았나. 국민 수보다 단말기 수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제4이동통신사가 들어오면 남의 것을 빼앗아 와야 하는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영업해서 성공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뻔하다. 이런 비대칭규제가 이뤄지면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70원에 살 수 있는 것을 100원 주고 사야 하니까. 나는 이 부분을 걱정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비대칭규제를 계속 해왔다. 꼴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부담시켰다. 제4이동통신사가 진입하면 그때보다 훨씬 심한 비대칭규제를 할 것이다. 그냥 등록제로 전환하고, ‘망하든 말든 네가 책임 져라’라고 하면 통신 시장에 들어올 회사는 하나도 없다. 제4이동통신사는 완전히 소설 같은 이야기다.” 

-그래도 제4이동통신사가 들어오면 담합과 같은 시장실패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겠나.

“지금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시장실패는커녕 시장성공이라고 봐야한다. 시장실패는 시장에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청소년과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속도품질도 항상 1위다. 품질 좋고 단가 싸고 거래 활발한데 이게 어떻게 시장실패인가.
담합도 그렇다. 앞에서 말했듯이, 통신비 단가가 5년 사이 80%나 낮아졌다. 단가가 안 떨어지면 담합을 한다고 의심할 수 있지만, 가격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어떻게 시장실패라고 주장할 수 있나. 사용량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이다.
만약 담합이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해서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 5년 후 라이센스 갱신을 해주지 않거나, 주파수를 회수하는 등의 강한 대처 방안도 있다. 굳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떤 쪽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나.

“유심완전개방이나 통신사 가입·해지를 편리하게 해주는 등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 지금은 통신사에 따라 유심을 바꿔 써야 하고, 해지할 때도 직접 대리점에 가야할 정도로 경쟁을 막는 부분이 많다. 이런 것들을 완전히 풀어서, 통신사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국민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시장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면 시장 왜곡 현상만 유발된다. 현 상황에서의 정부 개입은 시장실패를 교정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고, 국민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신 산업을 파괴하고 미래 투자를 줄이는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이병태 교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카이스트 테크노경영연구소 소장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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