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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책③] 원자력발전소, 정말 없애도 괜찮을까?

기사승인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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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 정범진 교수 “원전 폐기 공약, 에너지정책 기본 모르는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원자력 전문가다 ⓒ 시사오늘 전기룡 기자

모든 정책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특정 정책이 나에게,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시사오늘〉에서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몇 가지 약속을 되짚어보고, 이 공약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 번째 시간은 ‘원전 폐기’ 공약에 대한 경희대 정범진 교수의 평가 시간이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서울대에서 원자핵공학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식경제부 전력수급계획 수립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 자문위원,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원자력단 단장, 국무총리실 원자력이용개발전문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회 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원자력 전문가다. 〈시사오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脫原電)’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8월 22일 경희대 국제캠퍼스를 찾아 정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자력발전, 안전성 걱정할 필요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원전의 위험성’을 원전 폐기의 핵심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범진 교수는 원자력발전이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라며 정부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의 위험성을 내세우며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 원전이 그렇게 위험한가.

“원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후, 전 세계적으로 세 번의 큰 사고가 있었다. 1979년 TMI-2 원전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하지만 세 차례 사고 모두 실제 인명피해는 생각보다 적었다. TMI-2 사고는 운전원이 실수로 밸브를 잠그는 바람에 냉각수가 안 들어와서 원자로심의 반이 녹았지만, 격납용기 덕분에 방사선 물질은 밖으로 새지 않았다. 체르노빌에서는 초기 폭발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초기 진화작업에 참여한 134명이 과피폭증상을 겪었다. 그 중 28명이 사망했고, 이후에 19명이 더 숨을 거뒀다. 또 그 지역 어린이들 가운데 6000명 정도가 갑상선암에 걸려 15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사고에서는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것이 공식적인 통계다. 원자력발전소를 50년 넘게 운전했는데 총 세 번의 사고가 일어났고, 사망한 사람도 모두 합쳐 100명이 안 된다. 사고 확률도 낮고, 사고가 일어나도 인명피해가 적다는 것이 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쿠시마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는데, 발표하는 곳마다 원전사고 피해자 통계 수치가 다른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가.

“UN이나 IAEA, WHO같은 공식기구에서 발표하는 자료와 환경운동단체가 발표하는 자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쿠시마 사고 희생자라고 발표한 1368명은 쓰나미로 인해 집 잃은 이재민들이 피난 갔다가 질병이나 노환으로 사망한 케이스다. 방사선 사망 통계가 아니다. 환경운동단체에서는 체르노빌에서 2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하지만, 체르노빌 인구가 12만 명밖에 안 된다. 그 정도 희생자 수가 나올 수 없다. 조사 시기에 체르노빌에서 질병이나 노환 등의 원인으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다 합한 수가 2만5000명이다. 이런 식으로 왜곡된 정보가 전파되면서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폐기를 선언한 이후, 각계각층에서 찬반양론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 뉴시스

-우리나라는 전쟁 위험성이 상존하는 데다 지진도 잦아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경향이 있다. 전쟁이나 지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없나.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핵폭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높은 도수의 술에는 불이 붙지만 맥주에는 안 붙는 것처럼, 원자력발전소 핵연료는 농축도가 4%밖에 안 되기 때문에 폭발이 될 수가 없다. 핵폭발이 되려면 농축도가 90%는 돼야 한다. 수소나 증기 폭발은 있을 수 있지만, 핵폭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쟁 시 폭발을 걱정해야 하는 쪽은 울산 화학공장이나 LNG 저장기지, 석유비축기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은 공격을 당하면 정말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지진도 마찬가지다. 내진설계 수준은 원자력발전소가 제일 높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는 땅을 깊이 파서 암반 위에다 짓는다. 지진이 나면 원자로구조물의 상부로 갈수록 흔들림이 커지므로, 더 높은 곳은 더 높은 수준의 진동에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된다. 역사적으로 봐도 지진 때문에 원전 사고가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각에서는 방사선 물질 유출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과도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유출사고는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화학가스 유출사고였다. 원자력발전 하나만 계속 보고 있으면 한없이 위험해 보이지만, 다른 것과 비교해서 보면 원전이 특별히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다.”

‘보팔참사’로 불리는 화학가스 유출사고는 1984년 미국의 〈유니언 카바이드〉라는 회사가 인도 보팔에 세운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돼 2800여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건이다. 생존한 사람들도 대부분이 호흡기질환 또는 중추신경계·면역체계 이상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력수급 문제없다는 정부, 국민 기만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탈원전을 해도 전력수급 계획에 전혀 문제가 없고 전기료 인상도 없다”고 공언했다. 원전을 폐기하면 전력수급이 불안해지고, 전기료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나 정범진 교수는 탈원전 정책 논쟁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라며,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서는 원전이 없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원전을 유지할 필요가 없지 않나.

“에너지정책의 목표는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이다. 어떤 에너지원으로 공급할 것이냐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에너지정책의 가장 기본적 원칙은 다변화다.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 있어야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원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가 몇 %밖에 안 되니까, 이것을 빼도 에너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LNG 가격이 싸다. 하지만 LNG를 믿고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없앴다가, LNG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중단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상황만 놓고 에너지정책을 짜서는 안 된다.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당장은 문제가 없다. 신고리 5·6호기는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니, 문제가 생겨도 그 때 생긴다. 탈원전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 있는데, 정부는 ‘현재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거나 ‘지금은 전기료가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는 격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줘야 할 것은 내년 전기료가 아니라 2030년, 2040년 전기료다. 정부가 논의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정범진 교수는 원자력발전이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라며 정부 측의 주장을 일축한다 ⓒ 시사오늘 전기룡 기자

-실제로 원전을 폐기한 나라도 있지 않나.

“원자력을 포기한 나라들은 믿는 구석이 있다. 수력 발전이 많거나 자원이 많다. 더욱이 유럽은 여러 나라가 연결돼 있어서 전기가 과잉 생산되면 빌려줄 수 있고, 적게 생산되면 빌려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섬나라나 다름없지 않나. 빌려올 수가 없으니 자체적 설비로 예비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에너지 문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부존자원이 다르고 기술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장관이 미국 데이터를 갖고 나와서 ‘신재생 에너지가 싸고 원자력이 비싸다’고 말한다. 이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환경이 전혀 다른데.

하나 덧붙이자면, 정부가 통계를 활용하는 방법도 문제가 있다. 정부 발표를 자세히 보면, 신재생에너지 가격은 미국 자료를, 보급은 유럽 자료를 가져와서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유럽은 사회주의에 가까워 보조금 시스템이 잘 돼있다. 당연히 공급량은 유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시장 중심이라 가격이 싸야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니까 미국 쪽 신재생에너지는 가격이 싸고, 유럽 쪽은 보급이 잘 돼 있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 주장을 뒷받침하기 좋은 통계만 선별적으로 쓰고 있다.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정치인이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질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을 이행하려면 행정부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이 정책을 이행할 때 국민이 어떤 부담을 져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려주고,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 이후에 이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공약이 정책화와 국민에게 묻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바로 이행되고 있는 듯하다. 정책화를 담당해야 할 정부와 공무원은 대통령의 듣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것 같다. 또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수치를 알려주지 않거나, 정작 의견을 물어야 할 탈원전 정책은 의견을 묻지 않고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만을 공론화에 붙이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공약은 전체 국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 않나. 도와주는 지지자 의견을 합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공약을 100% 인정한다고 볼 수도 없다. 한수원 직원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뽑지 않았나. 공약이 이행까지 가려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이 낮은 자세에서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공약을 이행하는 데에는 이러한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데도 같은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 

   
 

정범진 교수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식경제부 전력수급계획 수립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 자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정책조정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원자력단 단장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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