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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전월세를 잡아라②]'상한제'로는 부족…'임차인 지위향상' 절실

기사승인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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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로 전월세상한제, 표준임대료제, 임대소득세 강화 등 세입자 보호책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나아가 '고(高)임대료와의 전쟁' 선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高전월세를 잡아라①'에서 현재 대한민국 전월세 실정을 짚었다(관련기사: 어게인 노무현?…'어게인 MB' 피해야,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20). 이번 기사에서는 선진국 사례를 들어 세입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제언해 본다.

전월세상한제 둘러싼 공방…도입 가능성은?

   
▲ 전월세상한제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이 관계당국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고(高)전월세를 잡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수의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세입자 보호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pixabay

전월세상한제를 놓고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임대료 인상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다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자본적 규제라는 반대 입장과, 높은 전월세를 잡기 위해선 반드시 도입이 필요하고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장하는 착한 규제라는 찬성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서 세입자 보호책이 빠졌던 만큼, 이달 말께 발표될 예정인 가계부채종합대책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사를 통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제도 도입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권리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전월세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책 마련에 속도전을 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현행 9%)로, 임대인의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집주인이 초기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 결과적으로 전월세 가격 폭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임대계약 만료 시 세입자에게 임대기간 연장 청구권을 보장하는 제도)보다 집주인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규제인 만큼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반대 기류에도 전월세상한제 도입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데다, 여당(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야권 대선주자들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반대할 명분이 없다.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전월세상한제가 국회를 통과할 공산이 큰 이유다.

임차인 지위 최악 수준…전월세상한제 外 추가 대책 필요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촉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월세상한제만으로는 높게 형성된 임대료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주인에 비해 세입자의 지위가 과도하게 낮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17일 세계부동산시장조사업체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GPG)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대차 관련 제도(Landlord&Tenant Law)는 '임대인 우위(Pro Landlord)'로 평가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임대인 우위에 속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슬로베니아, 체코, 영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일본은 '강한 임대인 우위(Strongly Pro Landlord)'의 임대차 관련 제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임대인 우위의 법제를 가진 국가로 구분되는 까닭은 단순하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뿐만 아니라, 선진국 대부분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정·표준임대료, 임대료 분쟁조정 공적 기구 설치 등 통상의 임차인 보호책이 단 하나도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임차인 우위(Strongly Pro Tenant)'인 프랑스, '임차인 우위(Pro Tenant)'인 독일 등에서는 세입자로 하여금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이 적정한 선에서 이뤄졌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표준임대료를 제시한다.

만약 집주인이 표준임대료를 초과하는 임대료 인상을 추진할 경우에는 공공기관 성격을 띠는 임대료분쟁조정기구가 중재에 나선다. 주변 시세와 표준임대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되면 이를 즉각 무효화하기도 한다. 독일은 징역 또는 벌금형까지 처한다.

임대인 앞에서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임차인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임대료를 관리·감독하고, 나아가 임대인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임차인을 위해 분쟁조정까지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다. 집주인의 재산권보다 세입자의 주거권을 우위에 둔 모양새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이 그밖에 세입자 보호책도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임대차 관련 제도를 최소한 '임대인·임차인 중립(Neutral)'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례는 임차인 지위 향상 문제를 소홀히 여길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공정·임대료 제도를 시행했던 영국은 1990년대 들어 규제를 풀고, 임대차를 시장 자율에 맡겼다. 현재 영국은 1~2인 가구 기준 전체 소득 가운데 약 40%를 주거비(월세)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월세상한제를 비롯해 다양한 세입자 보호대책 도입을 당청 간 논의하고 있다"며 "본질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전월세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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