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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책②] 외고·자사고 폐지가 능사일까?

기사승인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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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대 안선회 교수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취임을 기점으로 외고·자사고 폐지 논의가 시작되면서, 교육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 뉴시스

모든 정책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특정 정책이 나에게,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시사오늘〉에서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몇 가지 약속을 되짚어보고, 이 공약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두 번째 시간은 ‘외국어고등학교·자율형사립고등학교 폐지’ 공약에 대한 중부대 안선회 교수의 평가 시간이다.

교육행정가인 안 교수는 외고·자사고의 단계적 폐지에 동의하면서도, 외고·자사고 폐지가 문제 해결의 ‘키(key)’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학자다. 〈시사오늘〉은 ‘제3의 길’을 제시하는 안 교수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7월 21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중부대 고양캠퍼스를 찾았다.

“핵심은 외고·자사고 폐지가 아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6월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교육 차원에서 폐지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을 시발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외고·자사고 폐지를 ‘형식적 문제’로 규정하면서,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외고·자사고 폐지 논의를 시작했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장기적으로는 외고·자사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래 목적과는 다른 방식으로 외고·자사고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다른 정책과 결합되면서 일류대에 들어가기 위한 지름길로 악용되고 있다.

다만 일반고로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저항도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이름만 바꾼다고 서열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형식적인 부분보다는 실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교육행정가인 안 교수는 외고·자사고의 단계적 폐지에 동의하면서도, 외고·자사고 폐지가 문제 해결의 ‘키(key)’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학자다 ⓒ 시사오늘

-실질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외고·자사고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학생 선발에 따른 고교 서열화 문제, 두 번째는 등록금 문제, 세 번째는 대입 중심 교육 문제다. 이를 개선하면 사회적 갈등을 키우지 않고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외고·자사고의 당초 목적은 학교가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게 하려는 것이다. 어떻게 입학하든 그 학생들을 데리고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고교입학전형에서 외고·자사고는 전기에 별도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 학생이 외고·자사고로 몰리고, 다른 학교에 비해 좋은 대입 결과가 나오고, 서열화가 나타난다. 따라서 서열화 문제를 없애려면, 전·후기를 구분하지 않고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도록 만들면 된다.

최대 3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귀족학교’ 논란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이미 과학고·영재고가 존재하지만, 여기는 귀족학교 논란이 없다. 국가가 등록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일반고와 다르지 않으니 가난한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고,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다. 귀족학교라고 비판받는 것은 단순히 그 학교가 특성화학교이기 때문이 아니다. 높은 등록금 때문에 돈 많은 집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고, 이 아이들만 좋은 교육을 받고, 졸업한 후에 기득권적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고리를 깨려면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 또 방과 후 교육 추가비용이나 기숙사비용 등은 기준을 정해서 매뉴얼화하면 된다.

이러면 대입 중심 교육이라는 문제 하나만 남는다. 이것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교과 과정을 일반고와 동일하게 만들면 된다. 간단한 논리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왜 다양한 교육은 여러 종류의 학교를 세워서 해야 하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통합형 교육과정에서 국어·영어·수학·통합사회·통합과학 등을 공통과목으로 만들고, 이 과목들을 중심으로 수능을 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여러 종류의 학교를 만들어 놔도 교육의 다양성은 살아나지 않는다. 다양성 보장의 핵심은 배우고 싶은 과목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교육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쪽이라면, 외고·자사고 존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 다양화를 촉진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 서열화 인정하는 시스템”

안 교수는 또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도마 위에 올렸다. 학종이란 입학사정관제를 계승한 대입전형으로,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를 교수들이 평가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안 교수는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학교가 더욱 서열화 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세습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능을 절대평가로 만들면서 학교 서열을 없애겠다는 인식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변별력이 없어져 학종이 전면화된다. 학종 비율을 높여놓고 어떻게 학교 서열을 없앨 수 있나.” 

   
▲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 학교가 더욱 서열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세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사오늘

-학종 확대를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 문제는 복잡한 실타래와 같다. 모든 것이 얽혀있다. 외고·자사고만 폐지한다고 학교 서열화가 해결되나. 아니다. 학종 역시 서열화에 한몫 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한다고 한다. 내신 절대평가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서열이 사라지지 않는다. 외고·자사고는 이미 학종에 유리한 토대가 잘 마련돼 있다. 대학 신입생 선발 시 학종 비율이 높아지면, 일반고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외고·자사고에 우수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학종을 하면서 학교 서열을 없앤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학종 자체가 학교 서열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이 세습된다는 점이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학종이 전형 기준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학종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을 포함시켜 저소득층에 유리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을 제외한 일반 학종에서는 수능에서보다 상류층이 훨씬 더 많이 뽑히고 있다. 학종 전형에 포함되는 비교과·서류·증빙자료 등이 상류층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진학정보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능력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부모나 담임교사에 따라 대입결과가 좌우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이른바 ‘SKY’ 대학 재학생 중 최상류층으로 추정되는 국가장학금 미신청자와 소득 9·10분위 비율이 서울대 74.73%, 고려대 72.27%, 연세대 72.56%였다고 보도했다. 모두 70%를 넘고, 학종 중심이었던 서울대는 특히 비율이 높았다. ‘SKY’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서울 주요 대학들도 상류층이 60~70% 수준에 이른다. 대입이 사회 불평등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학종을 줄이면 서열도 줄어든다. 앞서 말했던 방안과 학종 축소를 병행한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외고·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싹쓸이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이나 학생부 비율을 높이면 외고·자사고의 메리트가 상당 부분 없어진다. 외고·자사고를 가면 대입에서 피해를 보니까. 현 상황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 비율이 높아지므로 사회 불평등 세습 정도도 낮아진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게 하고, 대학에서도 모집단위에 따라 반영과목을 달리 하면 교육의 다양성 문제도 해결된다.”

-지금 논의는 고등학교 서열화에 집중된 것 같다. 대학 서열을 없앨 방법은 없나.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서열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자유주의국가건 사회주의국가건 서열화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 기본적으로 서열화는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획일적·경직적 서열화다. 내 주장은 획일적·경직적 서열화를 없애고, 모집단위별로 다양하게 줄을 세우자는 것이다. 다원적이고 유연한 서열화를 해야 한다.

다원적이고 유연한 서열화는 어떻게 해야 이뤄질까. 지금 대학 서열이 경직된 것은 대학에서의 교육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학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나면, 서열이 변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학교 이름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이것을 없애려면 공통 직무능력평가, 분야별 직무능력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보다는 실력이 중요해진다. 대학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서 서열을 뒤바꿀 수 있다. 지금의 서열이 깨지고 유연한 서열이 되는 것이다.

또 분야별로 직무능력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교별 특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A대학은 경영학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B대학은 정치학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학과별로 새로운 서열이 생긴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면서 노력하고, 노력 여하에 따라 서열이 달라지는 환경이 이상적이지 않겠나.” 

   
 

안선회 교수

중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교육정책·진로진학컨설팅 전문가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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