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리노베이션①]'낡은 건물에 새숨을 불어넣어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제는 리노베이션①]'낡은 건물에 새숨을 불어넣어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7.12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노베이션 불모지 대한민국, 제반환경 조성 절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건축물 노후화로 국민안전이 위협 받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으로 리노베이션 부문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글과 무관 ⓒ 뉴시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문재인 대통령의 간판 공약 정책으로 간주되면서 '리노베이션'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노베이션에 대한 국내 인식이 빈약한 실정인 만큼, 제반환경 조성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점 많은 리노베이션 '참 좋은데…', 선진국 50%·대한민국 10%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란 건물 기본 골조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건축물의 기능 향상과 노후화 억제를 위해 외관과 내관 일부 또는 전체에 개·보수, 증·개축을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흔히 '리모델링(remodeling)'으로 지칭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모델링은 인테리어 등 필요한 부분만을 새롭게 단장함으로써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무게를 둔 반면, 리노베이션은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건물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물리적, 문화적, 사회적 수명을 연장한다.

건물을 아예 허문 뒤 다시 쌓아올리는 재건축과도 상이하다. 쉽게 말하면 리노베이션은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 있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리노베이션은 시대에 따른 사회적 요구, 미적 감각, 첨단 기술 등을 리모델링보다 확실하게 충족시키면서도, 신축·재건축에 비해 공기, 자금 등 기회투자비용이 적어 위험부담이 없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 유럽 등 선진국 건설시장은 리노베이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50% 수준에 육박할 정도다. 이탈리아가 73.9%로 가장 비중이 높고,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도 62~58%를 차지하고 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리노베이션 시장은 주로 선진국에서 활성화 돼 있는 편이다. 중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에 앞서 성장하면서 건물 역사가 오래된 데다,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찾는 목소리가 많아서라는 게 중론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유럽이다. 12일 유럽 건설산업분석기관 유로컨스트럭트(Euroconstruct)에 따르면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주요 19개 국가의 건설시장 내 리노베이션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50% 수준이다. 시장규모로 따지면 무려 981조2144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불모지 실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제2차 건축정책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건설시장에서 리뉴얼(재건축+리노베이션+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0%에 불과하다.

심각한 건축물 노후화…리노베이션 없인 국민안전 치명타
"신축·재건축 선호 분위기부터 바꿔야…합리적 기획 필요"

문제는 국내에서도 1960~70년대 고도성장기 당시 대량 공급된 각종 건축물과 인프라의 교체, 개·보수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12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를 살펴보면 전국 총 3488곳의 읍·면·동 가운데 '쇠퇴도시(지속적인 인구감소·높은 노후건축물 비율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6%(2300곳)에 이른다. 서울(79.4%), 대전(76.3%), 광주(70.5%), 대구(76.3%), 부산(82.7%) 등 고도성장의 수혜를 누린 지역 내 쇠퇴도시가 많다는 게 눈에 띈다.

또한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준공된 지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의 비율은 오는 2020년 약 5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 노후화도 시한폭탄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노후인프라의 실태분석과 지속가능한 성능개선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연령 30년 이상 국내 SOC(사회간접자본) 시설물은 2014년 기준 전체의 9.6%로 오는 2024년에는 21.5%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 전국 총 3488곳의 읍·면·동 가운데 '쇠퇴도시(지속적인 인구감소·높은 노후건축물 비율·산업체 감소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월 기준 약 66%(2300곳)에 이른다. 리노베이션이 요구되는 이유다 ⓒ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 같은 건축물 노후화는 대형 참사 등 국민안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리노베이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되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성공적인 리노베이션을 위한 제반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리노베이션에 대한 수요는 시간이 지나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신축·재건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역대 정권의 재건축·재개발 사업과는 다른 합리적인 기획이 요구된다. 그래야 사회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흥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건설동양브리핑'에서 "노후 인프라를 포함해 압축성장기에 건설된 건축물에 대한 성능 개선 등 요구가 국내에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리노베이션 부문에 대한 상세한 통계 데이터 구축의 필요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