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공약, 논란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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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공약, 논란 핵심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6.12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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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해야 경기 살아난다는 정부 vs. 임금 인상하면 소상공인 도산한다는 재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착수했지만, 재계 반발이 만만치 않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실현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1일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재계 반발이 만만치 않아,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비 늘려야 경기 살아나”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건 것은 ‘수요 창출’과 연관이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공개한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중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가 4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 한국노총이 발표한 4인 가구 표준생계비는 556만334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0명 중 4명 이상이 ‘4인 가구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생계비’의 절반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고, 소비가 부진하니 경기도 침체된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때문에 정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수요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최저임금을 인상해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면 유효수요가 많아져 경기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도 이득이라는 논리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 또한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미국과 독일의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비 욕구가 진작돼 경기가 활성화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600만에 달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 “최저임금 인상하면 일자리 줄어들어”

반면 재계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채용을 줄여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도산할 우려도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2017년 6470원 △2018년 7485원 △2019년 8660원 △2020년 1만 원을 기준으로 인건비 부담액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향후 3년간 인건비 증가액이 139조996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최대 5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가능한가’ 세미나에 참석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자영업자가 우리나라 고용의 40%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들의 월수입이 200만 원이 채 안 된다”면서 “그런데 (최저시급이 1만 원이 되면) 고용된 사람 1인당 월급이 209만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대안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와 영세사업장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소상공인 지원 정책 마련이 우선

이런 이유로 각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이전에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앞선 세미나에서 ‘최저임금제외 빈곤해소 정책’ 주제 토론에 나서 “현실을 명확히 고려해 고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상공인에 맞는 정책적 배려를 선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정부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2조원에 달하는 보건, 복지, 고용에 대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이 예산의 일부를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업종의 지원 예산으로 편성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도 영세사업주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최저임금 2020년 1만 원 인상을 목표로 보완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카드수수료율 인하 △납품단가와 최저임금 인상 연동 △정부의 복지예산으로 지역의 골목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 활성화 △자영업자 대상 세제 지원 조치 등을 지원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지원책에 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다각도에서 영세사업주를 위한 대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지원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대안이 마련되더라도 법 개정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만큼, 조속한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는 정부·노동계와 ‘속도 조절’을 외치는 경영계의 마찰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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