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보이콧’…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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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보이콧’…얻은 것과 잃은 것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6.0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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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후보자 인준 표결 불참, 존재감 사라진 한국당의 승부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불참하는 강수(強手)를 던졌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의 선택은 ‘보이콧’이었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불참하는 강수(強手)를 던졌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와 한국당의 허니문은 임기 시작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철저히 검증하되, 인준에는 가급적 협조하는’ 태도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조차 꾸리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출범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최순실 게이트’였던 만큼, 한국당이 여론의 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첫 총리 인준부터 반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표결 불참이라는 무리수를 둔 데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존재감 부각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5월 4주차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지난주(12.4%)보다 0.4%포인트 더 하락한 1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국민적 공분이 온 나라를 휘감았던 올해 초 새누리당의 역대 최저 지지율과 맞먹는 수치다.

이러다 보니 한국당이 이 후보자 인준을 강하게 반대함으로써 존재감을 높이고, 보수 결집의 토대를 만들려 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이 후보자 인준 반대 이유였던 ‘5대 인사 원칙’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도 ‘뇌관(雷管)’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다. 5대 인사 원칙 위배를 반대 명분으로 내걺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조각(組閣) 과정 내내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카드를 확보했다는 이야기다.

6월 임시국회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달 초 10조 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7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예산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공약했던 공공부문 인력충원을 위한 예산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쳐왔다. 즉, 이 총리후보자 인준을 강행해 협치가 깨졌다는 ‘명분’을 손에 쥐면서, 다가올 6월 임시국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패가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가결된 후 “총리 인준이 늘어지더라도 여·야간 원만한 합의에 의한 인사가 총리가 되길 원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협치 정신이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며 “저희로서는 강력한 대여 투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일에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주재하는 이런 일반적 국정설명회 식의 성격을 가진 협의체 구성에 저희들은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진정한 협치를 구현하기 위해 여야가 주체가 되고 국회가 주도하는 협의체 구성을 할 것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삼아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당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강한 정권 초반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의 정당지지율도 50%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 총리후보자 인준 표결에 불참한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4선에 도지사까지 역임한 인물을 ‘의혹투성이’라고 비판한 것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일반적으로 다선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지냈다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검증됐다’는 의미로 간주되는 만큼, 한국당이 다소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 역시 “청문회에서 얼마든지 검증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보이콧까지 갈 문제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라며 “5번이나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을 위장전입을 이유로 낙마시키려 하는 모습은 나조차도 공감이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의 승부수가 자칫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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