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브랜드숍 '뜨는' 편집숍…'미샤' 에이블씨엔씨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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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브랜드숍 '뜨는' 편집숍…'미샤' 에이블씨엔씨의 향방은?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4.2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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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에이블씨엔씨가 자사 브랜드숍 '미샤'를 매각하면서 향후 사업 방향 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가 자사를 대표하는 브랜드숍 ‘미샤’를 투자회사에 매각한다. 최근 한 곳의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이른바 브랜드숍의 인기가 저물어가면서 에이블씨엔씨가 다른 사업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샤의 창업주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은 지난 21일 자신이 보유 중인 보통주 495만여주 중 약 87%에 해당하는 431만여주를 투자회사 비너스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1882억원이다. 비너스원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에이블씨엔씨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자 회사다. 

미샤는 지난 2002년 론칭해 국내 1세대 브랜드숍 돌풍을 이끌었다. 미샤는 당시 시장에 처음 등장한 단일 브랜드 매장인 데다 저가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성공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도 브랜드숍 시장 진출에 나섰고 국내 화장품업계는 십여년 동안 브랜드숍 키우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화장품시장 트렌드가 브랜드숍에서 여러 가지 브랜드 제품을 모은 ‘편집숍’으로 이동하면서 브랜드숍이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도 미샤의 정체성을 두고 고심했을 것이란 게 업계 추측이다. 

실제 최근 소비자들은 단일 브랜드숍보다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헬스앤뷰티(H&B) 매장이나 멀티 편집숍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H&B 시장 성장세가 화장품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순 성장률로 보면 H&B 시장 성장 속도는 평균 15% 성장률을 기록하는 편의점 시장을 뛰어넘는다”며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H&B 매장의 인기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최근 LG생활건강은 자연주의 콘셉트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브랜드 ‘네이처컬렉션’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입장에서는 브랜드숍 시장 포화 상태로 인한 성장 정체도 쉽사리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LG생활건강의 ‘더 페이스샵’ 등의 맹추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매출은 약 4346억원, 영업이익은 243억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6.5%, 37.3% 가량 올랐다.매출액은 지난 2012년 이후 4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브랜드숍 업계 1위의 영광은 되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미샤는 지난 2013년 1위 자리를 더 페이스샵에 내줬으며 이후에는 이니스프리에도 밀려 3위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계약을 놓고 서 회장이 사업에서 발을 완전히 빼는 게 아닌 사업 재정비의 측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계약 체결 후 서 회장의 남은 보유 지분은 63만여주(3.77%) 정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비너스원이 서 회장에게 인수한 주식을 재매각하는 ‘풋옵션’ 등의 전제 조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서 회장이 매각한 지분의 주당 가치가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대비 50% 이상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향후 서 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와 미샤 사업구조 변화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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