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앞 집결하는 한국당…“집토끼로 대권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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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앞 집결하는 한국당…“집토끼로 대권 잡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2.20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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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우클릭으로 지지율 회복세…‘집토끼’ 힘으로 대선 반전 노리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지난 18일 대한문·청계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와 촛불 집회를 비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어. 다 주변 사람들 잘못이지. 주변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탄핵하면 (역대) 대통령들 다 탄핵됐어야지.”

“빨갱이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어. (촛불집회) 저거 다 선동돼서 나온 사람들 아니야. 한 명당 5만 원씩 준다던데. 이러면 나라 망해. 어떻게 만든 나라인데 이 나라가.”

지난 18일 대한문·청계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와 촛불 집회를 비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플랜카드를 든 일부 참가자는 지나가는 시민과 언쟁을 벌였고,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는 기자를 “어디서 왔느냐”며 윽박지르는 장면도 연출됐다.

과열된 현장을 그대로 대변이라도 하듯,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더 이상의 평화는 없다.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다”면서 “평화적 방법을 넘어서 저항할 것”이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또 그가 “빨갱이 반란세력에게 고한다. 우리를 모두 죽이지 않고서는 너희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창하자,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자”며 따르는 사람도 있었다. 

▲ 이 자리에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더 이상의 평화는 없다.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다”면서 “평화적 방법을 넘어서 저항할 것”이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 뉴시스

무질서해 보이는 이 자리에는, 그러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김진태·조원진·윤상현·전희경·박대출 의원과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김문수 최고위원은 지난 이날 태극기 집회에 참석,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과 특검 연장 반대를 외쳤다. 탄핵 결정을 앞두고 ‘보수 결집’에 나선 것이다.

이날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청계광장 연단에 올라 “대통령을 효수하고 삼성 이재용을 잡아먹는 민중혁명을 막을 길은 태극기밖에 없다”며 “문재인 씨 등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전부 나와 선동하고 목을 치겠다는데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대한민국을 지키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도 “특검 연장을 왜 해주나. 그렇게 당하고도 간도 쓸개도 없나. 우리가 바보 천치인가”라면서 “야당이 특검법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 그걸 담당하는 국회 법사위에 제가 있는 한,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원진 의원 역시 “편파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특검에 대한민국이 속았다. 저 앞에 있는 가짜 촛불 민심에 우리는 속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같은 한국당 의원들의 태도는 지난해 말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당의 전신(前身)인 새누리당은 “촛불에 담긴 민심을 잘 받들어 국정을 하루빨리 정상화 하겠다”며 ‘촛불 민심’ 앞에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탄핵안 표결에서도 친박 의원들 20~3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철저한 ‘반성 모드’로 탄핵 정국을 통과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당은 촛불 집회와 철저히 각을 세우는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기존의 친박 의원들은 물론, 대권 주자들까지도 촛불 집회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시당 핵심당원 간담회에 참석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이제 광화문 촛불은 돈이 떨어졌는지 시들시들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돌아가셨나. 바로 비리와 부정 때문이다”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태세를 전환한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당지지도가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당에게 밀려 3위까지 주저앉았던 한국당의 정당지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정당지지도는 지난주 14.5%보다 1.7%포인트 오른 16.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30.5%까지 상승, 30.9%를 기록한 1위 민주당을 바짝 뒤쫓았다. 적극적인 ‘우클릭’ 전략이 20% 내외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도’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 이날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청계광장 연단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사진은 울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김 비대위원 ⓒ 뉴시스

20일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개혁을 외치면서 뛰쳐나간 바른정당은 정의당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데, 한국당은 굳건히 2위를 지키고 있지 않나”라며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저렇게 고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당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혁이니 뭐니 하면서 괜히 집토끼를 놓치는 것보다는 보수층이라도 확실히 잡아놓자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정당지지도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4당 체제 하에서 치러질 공산이 큰 차기 대선 전략이 수정됐다는 말도 들린다. 보수 결집으로 확고한 20% 지지도를 만들어 놓을 경우, 차기 대선에서 ‘반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앞선 여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우리 대선은 보수 대 진보 구도였기 때문에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이 중요했지만, 이번 대선은 중도를 노리는 후보가 최소 한 명, 많으면 두 명까지 등장할 수 있는 구도”라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누가 집토끼를 확실히 관리하느냐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 정권 교체가 최우선 과제처럼 보이다 보니 중도층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몰리지만, 막상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제3지대’에서 나온 후보가 중도층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라며 “보수 3, 중도 4, 진보 2 정도인 우리나라 국민의 이념 성향을 생각하면 역전까지는 몰라도 팽팽한 승부가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4당 체제의 특성을 고려, 한국당이 중도층으로의 확장보다는 보수층을 결집하는 방식으로 극적인 ‘뒤집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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