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외침에 시달리는 역사
‘일 드 보테(Île de Beauté : 아름다운 섬)’로 불리는 지중해가 낳은 꿈처럼 아름다운 섬.
나폴레옹이 태어나 그리워하던 섬.
죽기 전에 꼭 한번 여행해야 한다는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섬.
세계적 트레킹 코스가 뒷벽으로 펼쳐져 서있는 섬.
그 곳은 코르시카.
코르시카(코르시카 어: Corsica, 프랑스어: Corse 코르스)는 지중해 북쪽 이탈리아 서남쪽에 위치한 프랑스의 섬이다. 중심 도시는 아작시오이며 면적은 충청남도 정도의 크기로 8,681㎢이다.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32만 명이 조금 넘는다(32만2120명). 이 섬은 지중해에서 4번째로 큰 섬이라고 한다. 지중해 북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의 풍치 뿐만 아니라 G20 이라는 유명한 트래킹 코스가 있어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코르시카는 4천 년이라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과 영향을 받아온 곳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에 위치해 있는 지리적인 중요성 때문이다.
본래 코르시카 섬은 기원전 237년까지 카르타고의 영향권에 있었다. 카르타고와 로마와의 세 차례에 걸친 대 전쟁(포에니 전쟁) 이후 로마는 지중해 전역을 지배하게 되는데 이때 코르시카 섬도 포함되게 된다. 그 뒤 AD 430년 반달족이 로마를 정복할 때까지 코르시카는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고, AD 522년 동로마 제국에 편입되었다. 그 뒤에는 비잔틴과 고트족, 사라센 등 다양한 세력의 지배를 받았으며, 1282년 마침내 피사와 멜로리아 전투 후에 제노바 공화국의 속령이 되었다. 한때 이베리아 반도의 아라곤 왕국(1296년 ~ 1434년)과 프랑스(1553년 ~ 1559년)에 점령되기도 했으나, 섬은 1768년 프랑스에 팔릴 때까지 제노바의 영토였다.
코르시카 섬이 프랑스에 팔린 후 1년이 지난 1769년 아작시오에서 하급 귀족 출신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났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실권하고 나서 처음 유배를 간 곳도 그의 고향 코르시카 섬이다.
◇ 전통을 현대화한 음악
이곳 코르시카는 비록 인구도 작고 땅덩어리도 작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뮤지션들이 제법 많다. 그것은 코르시카가 지금까지 지녀온 전통적인 문화에 기인한다. 특히나 프랑스령이기는 하여도 프랑스이기를 거부하고 따로 국기와 국가를 지니고 있고, 또 언어도 이탈리아 사투리의 일종인 코르시카 어를 고집한다. 특히 그들이 사용하는 국기는 검은 얼굴에 흰 머리띠를 두른 무어인으로 보이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아마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라곤을 800년이나 지배했던 이슬람의 후예임을 부분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듯하다. 이러한 것들은 음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르시카의 전통적인 음악은 '폴리포니'라는 남성 합창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것은 한 때 아랍의 영향을 받은 음악과 중세 유럽의 교회 음악이 섞이고 여기에 섬사람들의 독특한 기질과 문화, 그리고 강인한 기질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I Muvrini(이 무브리니)’도 큰 카테고리로 보면 폴리포니로부터 영향을 받은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이 무브리니’는 형제 두 명으로 이루어진, 어쩌면 듀엣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무브리니’라는 명칭은 코르시카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상징적인 포유류 동물의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마케팅을 생각한다면 불어가 훨씬 상업적으로 유리했을 텐데 오히려 몇 십 만 명 밖에 사용하지 않는 코르시카 어로 가사를 썼다. 이렇게 언어적 이해를 한정적으로 제한하였음에도 오히려 세계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제주도 사투리로 노래를 한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음악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얼마나 음악적으로 깊이가 있고 또 어떤 언어를 쓰든 어떤 피부색을 가졌든 어떤 문화를 영위하고 있든 간에 누구든 빠져들게 하는 호소력과 설득력을 얼마나 내포하고 있느냐와, 문화적인 포괄성과 독특함을 얼마나 지니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들
이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어떤 면에서 전통적인 코르시카 산악인들의 목가적 외침처럼 호방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수없는 외세의 침략과 통치로부터 받은 역사적 고통을 언어로 토하는 느낌, 그리고 때로 독특한 주술적 이야기를 되뇌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아랍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멜리스마 창법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이 무브리니’의 대표곡은 1998년에 내놓은 〈Leia〉라는 음반의 11 번째 트랙에 들어있는 ‘Quelli Chi Un Anu A Nimu’ 라는 곡이다. 가슴을 저리게 만들 정도의 깊은 울림이 압권이다. 어쩌면 처절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남성 보컬의 목소리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 곡의 제목은 코르시카 어인데 그 뜻은 ‘Those Who Are Alone In The World’로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들’이라는 의미이다. 마치 그들 코르시카 인들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말이다. 하긴 누구든 간에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지만 본질적으로는 삶은 어차피 홀로일지도 모른다.
이들 뒤에 연주하는 세션이 사용하는 악기는 아코디온, bass, hurdy gurdy(주1), bagpipe(주2), 퍼커션, 피아노, 기타, 키보드, 드럼, 전자기타, hammond organ(주3),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피아노, tremolo guitar, cetera, alto(비올라) 등으로 비교적 다양하고 곡이 갖는 특징에 따라 번갈아 연주를 한다. 클래식과 같은 분위기의 곡에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오보에 같은 고전 악기를 사용하고 현대적인 음악에는 신디사이저나 전자기타 등과 같은 현대적인 악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런대로 분위기가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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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코르시카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이야기들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