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단했던 새누리당은 어떻게 갈라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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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단했던 새누리당은 어떻게 갈라섰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1.17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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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목표에서 보수 집권당 최초 분열에 이르기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이 보수집권당 최초로 분열됐다. 사진은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 뉴시스

새누리당이 갈라졌다. 비박계 의원 29명은 지난달 27일 탈당,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새누리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끝없는 계파 갈등 속에서도 단일대오를 유지해왔던 보수 정당이 분당(分黨)이라는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고했던 정당이 오합지졸(烏合之卒)이 되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목표치를 ‘180석’이라고 밝혔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대표는 곧바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가 없기에 국민들께 180석을 달라는 호소였다”고 해명했지만, 야권 분열 덕을 본 새누리당이 얼마나 유리한 상황인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 ‘비박계 숙청’에 나섰다. 이에 비박계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공천 파동’이 확대됐고, 김 대표가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정점을 찍으며 보수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122석에 원내 제2당. 제20대 총선 참패는 새누리당 균열의 시발점이었다.

총선 패배는 역설적으로 친박계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비박계를 대거 배제하고 ‘진박’ 위주로 공천장을 돌린 새누리당은 122석 중 80석 가량을 친박계로 채웠다. ‘총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된 친박이 새누리당을 좌지우지하는 아이러니가 현실화된 셈이다. 그리고 이는 보수층과 새누리당의 간극을 확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수층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적 공천이 참패의 원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공유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가 된 친박계는 총선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어 올렸다. 이후 정 원내대표가 ‘민심 수습책’으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자,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키는 ‘실력 행사’까지 했다.

이어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을 혁신비상대책위원으로 불러들이고, 비박계인 이혜훈·김세연·이진복 의원을 비대위원에서 제외하며 당권 장악 의도를 노골화했다. 8·9 전당대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린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로,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장우·조원진·최연혜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최순실 게이트’로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 속에서도 친박계는 정우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세우며 ‘힘’을 과시했다.

당권 경쟁에서 연달아 승리했지만, 이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민심에서 유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직전인 지난달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16.4%로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층은 이미 새누리당이 ‘친박계 독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속 의원의 65% 이상이 친박계인 새누리당은 ‘한 번 더 친박’을 외치며 정우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새누리당에는 민심 이반을 감지하고 주류 세력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견제 세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까닭이다. 결국 비박계는 탈당을 결행했다. 당내 권력 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민심이 새누리당을 외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보수 집권당 역사상 최초의 분당(分黨)은 이렇게 현실화됐다.

17일 새누리당 내 한 원로 정치인은 "3당합당 이후 수많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분당이 되지 않은 이유는 중 하나는 어느정도 비주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겪으면서 친박은 당내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은 일방 독주식 정치를 해왔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져 나왔지만,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책임을 지는 친박인사는 없었다. 결국 이로인해 분당은 현실화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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