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되려면 5개월 기다려라?…'구직자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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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맨 되려면 5개월 기다려라?…'구직자 우롱'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11.0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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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바로 투입된다는 말 믿고 8년 다닌 직장 퇴사했는데…내년 3월에나 투입 가능" 분통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쿠팡이 '예비 쿠팡맨'들의 현장 투입 시기를 최대 4개월 이후라고 통보해 구직자를 우롱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채용 페이지 캡처

쿠팡이 최근 면접에 합격한 쿠팡맨들을 대상으로 최대 4개월 이후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통보로 구직자들을 울리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쿠팡맨이 2분 지각을 이유로 해고되는 등 쿠팡이 쿠팡맨을 소모품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쿠팡맨 면접에 합격해 지난달 11일 배송교육에 투입된 A씨는 <시사오늘>에 제보를 통해 2주간 진행된 배송교육이 끝난 직후 쿠팡 본사로부터 바로 입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보통 쿠팡맨 입사는 △지원서 제출 △면접 △면접 합격인원 운전테스트 △운전테스트 불합격자 컴패니언 쿠팡맨으로 입사 △2주간 배송교육 △2주간 운전교육 순으로 이뤄진다. 컴패니언 쿠팡맨은 운전테스트에 불합격했지만 교육 기간 동안 재시험 기회를 부여받고 채용되는 인원이다. 

A씨는 “운전교육 하루 전날 쿠팡 본사에서 전화가 와 ‘바로 입사가 어렵고 12월부터 순차적으로 투입이 가능하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내년 3월 경에는 투입이 가능하니 운전교육을 받을 건지 말 건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A씨는 쿠팡 채용팀의 한 달간 배송·운전교육이 끝난 뒤 현장에 바로 투입된다는 말을 믿고, 교육 일정에 맞춰 8년간 다닌 직장도 퇴사했다. 사전에 쿠팡이 예정 입사일을 말해줬더라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채용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A씨는 결국 운전 교육 첫날에만 참여한 뒤 교육을 중단했다. 

A씨는 “쿠팡맨 업무를 해보고 싶은 의욕에 오래 근속한 직장까지 그만뒀는데 내년 3월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구직자를 우롱하는 행위 아니냐”며 “2주간 배송 교육을 받는 동안 오래 다닐 직장이라고 생각해 배송 어플을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휴대폰도 사비로 구매했다”고 토로했다. 

▲예비 쿠팡맨들에게 발송된 '입사안내 메일' 일부. 해당메일에는 동행배송 & 운전교육 프로그램 O.T 안내와 함께 '실제 근무는 O.T 다음날부터 진행된다'고 쓰여 있다. ⓒ시사오늘

이같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통보받은 사람은 A씨 뿐만이 아니다. A씨에 따르면 교육 현장에서 만난 10~11월 입사 대상자들은 모두 같은 내용으로 구두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처음 본사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근무 예정 지역이 아니더라도 바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캠프(배송 센터)로라도 배정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다른 캠프도 상황은 똑같다’는 답을 들었다”고도 말했다. 

쿠팡맨은 친절함과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쿠팡이 업계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낮은 정규직 전환율, 강도 높은 업무 등으로 소모품 취급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2분 지각’을 이유로 한 쿠팡맨이 해고되기도 했다. 해당 쿠팡맨은 수습기간 중 계속된 야근으로 몸이 안 좋아진 상태에서 2, 3분 지각한 것이 해고 사유로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배송하는 사람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소모품도 아니고 너무 화가 난다. 입사를 확정짓지 못한 쿠팡맨들이 허비한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냐”며 “이런 상황에서 쿠팡 근무자들이 제대로 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쿠팡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12월부터 투입되기 시작해 대부분 1개월 이내에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합격을 한다면 최대 3개월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를 해드린 게 약간 소통이 되지 않았던 듯하다”며 “일방적 통보라고 보기엔 어렵고 (A씨가) 추가 교육을 스스로 중도 포기하셨기 때문에 ‘최종 합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노무법인 노동119의 지석만 노무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현행법상 구두로라도 약속을 했다면 교육 직후를 채용내정일로 볼 수 있다”며 “녹취 등의 증거가 있으면 (본사에서 언급한) 내년 3월까지 채용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 취업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기 때문에 민사청구 등을 통해 해당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김범석 쿠팡 대표는 3500명이던 쿠팡맨 수를 지난해 말까지 5000명, 올해까지 1만명, 오는 2017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현재 쿠팡맨은 3600여명에 머물고 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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