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은 '블랙홀'이라더니…재계, '의아·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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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은 '블랙홀'이라더니…재계, '의아·우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0.2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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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언급하기 앞서 경제활성화 방안 제시했어야"
"때가 아니다…경제 위기 속에 '참 나쁜 개헌론'"
"개헌 성사되면 경영 전략짜기 수월할 것", 긍정 반응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추진을 언급한 것과 관련, 국내 경제산업계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눈치다. '참 나쁜 대통령', '경제 블랙홀' 등을 거론하면서 개헌론을 일축하던 박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적으로 적잖이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내외 경제 위기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자칫 현 정권의 개헌 추진 움직임에 경제 현안들이 뒤로 밀릴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개헌론을 언급해 정치권과 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뉴시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론에 대해 공식 입장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각 단체 관계자들은 <시사오늘>과의 개별적인 통화에서 개헌론에 대체로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전경련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1년가량 남은 시기에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언급해 깜짝 놀랐다"며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동력이 필요한 시기인데 개헌에 관심이 집중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랙홀이 될 거라고 개헌론을 삼가던 분이 경제 위기가 한층 심화된 상황에서 민감한 얘기를 하니 의도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한 관계자도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노동개혁법안이 계류 중에 있고, 법인세 인상론도 불붙고 있는 때에 개헌론까지 논의되면 경제 살리기 현안은 완전 묻히고 경영환경도 악화될 것"이라며 "때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핵심 관계자 역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론을 꺼낼 때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개헌론은 업계 입장에서 '참 나쁜 개헌론'이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는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경제 이슈는 뒷전으로 미뤄질 것"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은 행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꺼내기 전에 경제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처 등을 먼저 언급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국내 IT업계의 한 대표급 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개헌론에 앞서 경제 위기에 대해 정부가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를 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어야 됐다"며 "일단은 상황을 좀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개헌이 성사되면 거시적인 차원에서 경제산업계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4년 중임이나 6년 단임제로 가면 보다 계획적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짤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이 길게 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세우기에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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