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무원 생리휴가, 법조문에만 존재…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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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무원 생리휴가, 법조문에만 존재…유명무실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6.10.23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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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4년간 생리휴가 사용 직원 없어
통일부, 2015년 단 1회 생리휴가 사용이 전부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여성도 최근 4년간 거의 전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정부부처와 중앙행정기관 소속 여성공무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생리휴가(보건휴가)’를 2013년부터 2016년 9월 기준 약 4년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2013년~2016년 기관별 생리휴가 사용 현황 ⓒ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실

특히 국가보훈처 소속 여성공무원들은 생리휴가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실이 각 정부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 350여 명의 국가보훈처 공무원들 중 여성비율은 절반에 가까웠지만, 2013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생리휴가를 사용한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통일부도 2013년도에 단 1명의 직원만 생리휴가를 사용했을 뿐 그 이후에는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통일부 소속 공무원들 중 여성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5년도에 1명만 생리휴가를 사용했다.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들 중 여성비율은 40%이상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증진하고 인간존엄의 가치를 높여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의 생리휴가 사용도 미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공무원들 중 여성비율은 40% 이상이었음에도 생리휴가 사용 현황은 2013년 3회, 2014년 2회, 2015년 5회, 2016년 0회가 전부였다.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권익신장과 건강증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생리휴가 현황도 다른 부처에 비해 높았지만, 업무특성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매우 저조했다. 여가부 공무원들 중 여성의 비율은 60%이상이었지만, 생리휴가 현황은 2013년 29회, 2014년 6회, 2015년 23회, 2016년 21회를 기록했다.

반면, 행정자치부 소속 여성공무원들의 생리휴가 사용현황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30%의 여성 공무원 비율을 가지고 있는 행자부는 2013년 88회, 2014년 107회, 2015년 98회, 2016년 35회를 기록했다.

국방부,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원들의 생리휴가 사용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생리휴가는 근로기준법 제73조에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는 경우에는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유급 또는 무급으로)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급으로 부여해도 되지만,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라 유급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공무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공무원 복무규정 20조 3항에 따르면, 여성공무원의 생리휴가는 무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장에게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임신이나 폐경 등으로 생리현상이 사라진 경우에는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다.

생리휴가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도입됐다. 당시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여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월 1일의 유급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법적으로 유급 생리휴가가 보장됐다. 이후 2003년 일주일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한정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생리휴가는 ‘무급휴가’로 바뀌었다.

생리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여성들이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부담감’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제약회사가 20, 30대 직장 여성 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 결과, 응답자 중 85%가 생리 휴가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중 41.7%는 “회사에서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거나 적다”는 이유로, 32.3%는 “주변에서 생리 휴가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시선이 싫어서”라고 응답했다.

▲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정부부처 및 중앙행정기관 소속 여성공무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생리휴가(보건휴가)’를 2013년부터 2016년 9월 기준 약 4년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뉴시스

이처럼 생리휴가라는 제도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생리기간 중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업무능력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생리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저출산 문제를 운운하는 한국사회에서 모성보호가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재생산에도 문제가 되고 여성의 사회참여율 확대가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며 “국가기관과 기업에서는 이런 문제를 고려한 여유인력을 운용해야 하며 인권위에서는 행정권고와 지도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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