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송민순에 빠진 정치권과 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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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송민순에 빠진 정치권과 본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0.2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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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감도 법안도 안중에 없는 국회의원들…무엇을 위해 일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제20대 국회는 최순실과 송민순 논란에 휩싸여 산적한 민생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시사오늘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한다.’

백과사전은 국회의원 직무를 이렇게 설명한다. 국민의 대표자이자 대리인인 국회의원에게는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 복리 증진을 위한 법률을 제정할 책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은 직무유기(職務遺棄)를 하고 있다. ‘일하는 국회’는 온데간데없고,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쟁(政爭)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파행(跛行)으로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결의안 가결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정현 대표는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일주일 만에 정상화되긴 했지만, 이미 제대로 국감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지난 18년 동안 국감현장을 모니터링해온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2016 국정감사 성적은 사상 초유의 F학점”이라면서 보충 국감을 촉구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법률 제정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제20대 국회가 문을 연지 어느덧 넉 달이 지났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숫자는 0이다. 개원 첫 날인 지난 5월 30일 51개 법안이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총 2600여 개에 달하는 법안이 접수됐으나 처리된 것은 하나도 없다.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제19대 국회조차 같은 기간 동안 250여 개가 넘는 법안이 처리됐다. 제20대 국회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나 다름없다.

이번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보상 문제, 15년 만에 국내 환자가 발생한 콜레라 문제, 지진 발생과 그에 따른 원전 안전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민생(民生)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야당은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 ‘올인’했고, 여당은 청와대 ‘보디가드’를 자처했다. 민생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법안도 마찬가지다. 2600여 개 법안 안에는 경제활성화 법안이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국가비상사태’ 운운하며 직권상정을 요구했던 법안이다. 야권이 강조하는 경제민주화 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잠자고 있다. 제20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과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법안’도 창고에 쌓여 있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정쟁에 파묻혀 외면하고 있는 꼴이다.

정당(政黨)은 정치적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정당인’이라면 소속 정당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당인이기 이전에 ‘국회의원’이라면, 정당보다는 국민을 먼저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최순실도, 송민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국민의 대표자들은 언제쯤 깨닫게 될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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