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탓하는 '후안무치'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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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탓하는 '후안무치' 건설업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8.0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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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SOC 없는 추경, '남탓'하기에 앞서 제 눈의 '들보' 봐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 사회기반시설 사업(SOC)을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내 건설업계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경제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SOC를 왜 포함시키지 않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수주 위축으로 어려워진 업계의 실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전부 국토교통부에게 돌리는 눈치다. 최근 기자와 만난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국토부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추경에 SOC가 편성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여소야대 국회 눈치만 보고 있다"는 식으로 국토부를 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업계의 이 같은 불만은 십분 이해할만 하다. 실제로 SOC 투자는 고용 유발 효과가 탁월하고, 전체 사회 생산성을 단기간에 극대화할 수 있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건설업계가 국토부를 탓할 수 있는 처지냐는 말도 나온다. 남탓을 하기에 앞서 제 눈의 '들보'를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정부가 추경 예산안에 SOC 사업을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 건설업계가 국토부를 향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보다는 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 ⓒ 뉴시스

역대 정권은 추경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SOC에 대한 예산을 빼놓지 않고 반영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는 2008~2009년 추경에서 총 1조7000억 원의 예산을 SOC에 편성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2013~2015년 약 2조 원의 예산을 SOC에 투자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도 국내 건설사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SOC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 창출에 소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건설현장 노동력 현황 조사 및 그에 따른 정책시사점 도출'에 따르면 2014년 건설업취업자 수는 183만78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7년 전인 2007년 180만7673명에 비해 고작 3만여 명밖에 증가하지 않은 수치다.

또한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건설업GDP 비중은 2003년 6.1%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4% 대에 머물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추경 예산에서 SOC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대신,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에게 큰 선물을 줬다. 바로 뉴스테이다.

중산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뉴스테이에 대해 건설업계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임대료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고,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뉴스테이가 고액월세 위주로 물량을 쏟아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대폭 늘었다"며 "소비 하락과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엽합도 "뉴스테이가 건설사에 지나친 혜택을 부여해 임대주택의 취지가 사라졌다"며 "정부는 임대주택 정책의 성과를, 건설사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꼴"이라고 내세웠다.

기자는 이 같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추경에 SOC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책임을 국토부에만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제 눈에 '들보'를 보지 않고 남탓만 한다면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추경안에 대한 불만에 앞서 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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