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물산 '홈런'? “그룹에 기댄 절반의 성공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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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물산 '홈런'? “그룹에 기댄 절반의 성공일 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2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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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모그룹 계열사와 거래로 매출 절반 올려…"독자적 생존 능력 길러야"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물산이 홈런을 쳤다. 삼성물산은 지난 27일 올해 2분기 매출 7조510억 원, 영업이익 177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6120억 원이나 개선돼 흑자전환을 달성한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다시 키우기'가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는 이를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미완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영업이익 곤두박질…삼성물산의 '흑역사', 왜?
'키우기'가 아니라 '다시 키우기'인 이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다시 키우기'가 어느 정도 먹힌 눈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 뉴시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모그룹 계열사 제일모직과 합병했다. 당시 여론은 합병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기업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고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회사를 합치려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은 애국심까지 들먹이며 이를 기어이 관철시켰다. 그 배경에는 삼성물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깔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로 인해 삼성그룹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으로 그룹 전체 금융계열사를 관장하고, 삼성전자 지분으로 그룹 전체 제조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 것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을 어떻게든 키워야 했다. 무리한 합병에 따른 국민적 비난을 희석시키고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야 향후 자신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키우기'가 아니라 '다시 키우기'였다. 삼성물산은 합병 직후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다. 2015년 3분기 영업이익 680억 원을 기록한 이후 그해 4분기 영업손실 890억 원으로 적자전환했고, 2016년 1분기에는 무려 435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당시 삼성물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흑자를 봤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규모 적자였다. 더욱이 삼성물산은 2013~2014년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상승기류를 탄 모양새였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주택분양 축소에 주목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총 1만450가구를 분양했다. 이 가운데 1만194가구는 하반기에 몰려있다. 상반기 분양 건수는 단 1건, 264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을 무렵이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주택분양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정통 건설맨이 아니라 딜로이트 출신의 컨설팅 전문가라는 점도 힘을 실었다.

실제로 일부 소액 주주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며 최치훈 사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가(家) 3남매를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물산의 주가조작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인정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결국 0.35 대 1로 결정됐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흑자전환 반등 성공한 삼성물산…실상은 높은 계열사 의존도

▲ 삼성물산의 분기별 실적.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성사된 이후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삼성물산은 모그룹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물산 인터넷 홈페이지

삼성물산은 이번 2분기에 영업이익 1768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의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3분기 실적은 1910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영업이익 1조2000억 원과 지배주주 순이익 1조 원 달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도 "향후 실적 안정성 회복에 따른 투자 심리가 안정되고 있다"며 "그룹 계열사 신규 수주 추가에 따른 성장성 확대 등으로 주가의 탄력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그룹 계열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합병이 성사된 이후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합병 이전인 2015년 2분기에는 매출 1조3110억 원에 그쳤으나 합병 직후인 3분기 매출 3조5390억 원, 4분기 매출 7조2210억 원, 2016년 1분기에도 매출 6조4870억 원을 기록했다. 일단 몸집을 크게 부풀린 것이다. 이는 계열사의 도움이 컸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모그룹 계열사와의 상품·용역거래로만 총 8조885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그해 삼성물산이 기록한 매출 13조3447억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삼성물산 '다시 키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9294억700만 원 규모의 베트남 건설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삼성물산의 올해 2분기 전체 매출의 7분의 1에 육박한다. 계약상대는 모그룹 계열사 삼성 디스플레이 베트남 법인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삼성물산이 국내 제1의 건설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계열사 의존도가 너무 높다"면서 "반면 건설사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3년 이후 줄곧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열사의 힘이 아닌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는 삼성물산도 동감하는 눈치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 27일 한 언론을 통해 "삼성물산은 해외수주 물량이 건설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상반기 해외수주 물량이 하반기 실적에 반영되면 매출은 다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의 한 교수는 지난 25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단기간에 영업실적을 늘리는 데에 매진하려다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며 "신성장 동력을 찾고, 이를 과감히 추진하는 도전 정신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물산의 앞으로의 전망은 대체로 밝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를 게을리한다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삼성물산 CI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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