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계파 갈등]김무성 향한 친박 공습…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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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계파 갈등]김무성 향한 친박 공습…시작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9.22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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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공천권 두고 배수진 친 산업화 세력, YS 적자 김무성 앞세운 민주화 세력…'마지막 승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3당합당을 기점으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힘을 겨뤄왔다. 2015년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그들의 마지막 승부라고 볼 수 있다."

김무성을 향한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습이 재개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으로 오랜만에 현실권력 맛을 본 산업화 세력이, 미래권력을 향해 광폭질주하고 있는 'YS 적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앞길을 막아섰다.

산업화 세력이 김 대표를 막아선 이유는 차기 총선 공천권에 있다.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지는 산업화 세력과 'YS(김영삼 전 대통령)-김무성' 계보의 민주화 세력이 이제 전쟁의 끝장을 보려한다. 그야말로 '마지막 승부'다.

새누리당 분란의 씨앗 남긴 '박정희-維新'과 'YS-三黨合黨'

▲ YS(김영삼, 왼쪽), 박정희 ⓒ 김영삼 회고록

1961년 5·16 군사정변을 기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YS는 한국현대사의 양극단에 섰다. 전자는 '대한민국 산업화 아버지'가 됐고, 후자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의 길을 걸었다.

산업화-민주화를 둘러싼 가치판단을 떠나, 이들은 각자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방을 끊임없이 공격했고, 때로는 서로를 이용했다. 그리고 범인(凡人)이라면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단행했다. '유신(維新)'과 '3당합당(三黨合黨)'이 바로 그것이다.

두 사람의 말로는 극명하게 갈렸다.

유신을 결단한 박정희는 1979년 그의 최측근이 격발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서울의 봄'은 짧았고, 박정희의 빈자리는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세력이 차지했다.

YS는 숙원이었던 군부정권 종식과 대망을 이루고자 1990년 3당합당(노태우 민정당-YS 통일민주당-JP 공화당)을 결단, 대한민국 최초의 문민정부를 수립하기에 이른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현대사의 양극단을 걸어온 두 거물 정치인이 민자당을 그대로 계승한 오늘날의 새누리당에 분란의 씨앗을 남긴 셈이다.

'산업화 세력의 20년 숙원' 이뤄준 박근혜, 상도동계 막내→민주화 세력 수장 김무성
두 사람의 예고된 갈등

대한민국 정치판의 주류는 누가 뭐래도 민주화 세력이었다. YS,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잇따라 권력을 잡았고, MB(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이재오 등 민주화 세력의 도움을 받아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민주화 세력의 독주는 2012년 대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끊긴다. 산업화 세력으로서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이후 20년의 부침을 겪은 끝에 이룬 쾌거였다.

그러나 산업화 세력의 입가에 만연했던 미소는 이내 사라졌다. 새누리당 내 민주화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타공인 'YS 적자', '상도동계 막내' 김무성 대표가 있다.

김무성-YS-박정희의 인연은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김 대표의 부친 김용주다.

김용주는 YS-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그는 1960년 민주당 원내총무직을 수행했다. 그리고 당시 민주당 원내부총무가 바로 YS였다. 두 사람은 상당히 친분이 깊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용주는 박정희로 인해 정계를 떠나야했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정계 입문 초반 그의 부친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10대 총선에서 김 대표가 신민당 포항 경선에 출마하려하자 YS는 '장래를 함께 도모하자'는 내용의 친서를 그에게 보내며 지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김 대표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면서 중도에 하차할 수밖에 없다.

이후 김 대표는 1984년 YS가 결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창립멤버,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상도동계 활동에 입문한다. 그리고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 내무부 차관 등을 역임하면서 'YS 적자'로 거듭났다.

YS 밑에서 오랜 시간 내공을 갈고 닦은 김 대표는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을 발휘하면서 '무던'하고 차분하게 정치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좌장 서청원을 누르고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당내 민주화 세력의 수장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사이의 갈등은 '예고된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친박계=산업화 세력', '비박계=민주화 세력'의 구도 또한 확인된다.

실제로 친박계의 면면을 보면 산업화 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유신헌법을 주도했고, 이병기 현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민정당 총재보좌,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을 역임한 인사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의 부친 홍우준은 민정당 소속으로 11·1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홍우준은 그의 자서전에서 "전두환 정권이 나를 국회의원에 출마하도록 권고했다"고 기술했다. 특히 '김무성 대권 불가론·친박 대권론'을 제기해 최근 정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는 전두환의 사위였다.

20대 총선 공천권 둘러싼 산업화 세력-민주화 세력의 마지막 승부, 판세는?

▲ 박근혜 대통령(왼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잠잠하던 친박계가 다시 김무성 대표를 흔들고 있는 까닭은 역시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산업화 세력의 노쇠화다.

지금 친박계는 인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환, 황우여 등 원내 인사들을 거듭 내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쓸 만한 사람들은 '구시대의 정치인'이 됐다. 얼굴마담으로 내세울만한 사람도 없다. 더욱이 친박계는 자신들이 보유한 패 가운데 가장 막강한 '박근혜' 카드를 이미 지난 대선에서 빼들었다.

이보다 뼈아픈 것은 더 이상 내걸만한 기치가 없다는 것이다. '산업화'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과거의 유산이 된지 오래다. 전통 지지층의 향수를 자극해 어느 정도 표심 확보는 가능하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20대 총선은 산업화 세력으로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무대'다.

반면, 민주화 세력은 '김무성'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아직 손에 있다. 기치도 뚜렷하다. 당장 '경제민주화'를 외칠 수 있고, 나아가 '민주화에서 선진화로, 그리고 통일로'라는 슬로건 또한 주창할 수 있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의 '정책통'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은 최근 '선진화'와 '통일'을 결합한 '선진통일'을 각종 강연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로 짐작컨대, 판세는 민주화 세력에게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산업화 세력이 사활을 걸고 배수진을 친 채 맞선다면, 두 세력이 치고받는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가능한 주요 변수는 '오픈프라이머리'다. 현재 친박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혁신안이 통과돼 야당과의 동시 시행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친박계에게 절대 불리한 제도다. 오픈프라이머리의 깃발이 들리는 순간, 청와대 '공천 입김'은 헛바람에 그치게 된다. 현역 의원들은 김 대표 뒤에 줄 설 수밖에 없다. 산업화 세력의 민주화 세력으로의 이탈이 예측된다.

이와 관련, 상도동계의 한 원로 정치인은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3당합당을 기점으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힘을 겨뤄왔다. 2015년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그들의 마지막 승부라고 볼 수 있다"며 "물론 두 세력을 칼로 무 베듯 가를 순 없다. 예컨대 친박계 좌장이라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YS계가 아닌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세 대결보다는 상생과 협력의 길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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