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그들은 표현의 자유, 상상을 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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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그들은 표현의 자유, 상상을 잡아갔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5.16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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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마광수 교수˝나는 전과 2범의 학계와 문단의 왕따˝˝마광수라는 이유로 19금 빨간 딱지 붙여져˝˝은교는 야한 척 폼만 잰 전형적인 양다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즐거운 사라>를 창조했다는 이유로 학계와 문단에서 거세당한 작가, 마광수 연세대 교수. 인터뷰 중간마다 ‘사라’는 자주 등장했다. 애증과 연민이 뒤섞인 뉘앙스다. 어쩌면 사라는 그의 무덤까지 쫓아가 괴롭힐지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사라는 해방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서점에서 룰루랄라 섹스하러 가는 <즐거운 사라>를 볼 수 있느냐이다. 마 교수와 만난 건 지난 7일 이촌동 자택에서다.

우선, 조만간 나올 신간에 대해 물었다. “육체의 민주화 선언이라고 일종의 문화비평집이에요. 미성년자를 만 15세 미만으로 고쳐라, 왜냐, 춘향전을 기준으로 하자는 거야. 춘향이가 만 15세거든. 못 먹던 조선 시대에도 춘향이가 섹스하는데 지금은 잘 먹어서 월경을 초등학교 때 하는 세상에 무슨 놈의 19세야. 젠장. 예를 들면 그런 거…. 여성가족부를 없애라는 내용도 있어요. 한국 페미니즘은 고루하기 짝이 없어요. 상류층 여성들의 신분 상승 목적에 지나지 않아요.”

책 <육체의 민주화 선언>의 카피는 ‘정신에 얽매인 육체를 독립시키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신이 있다고 해도 육체적 신진대사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론적 바탕은 한의학에 기반을 뒀다고 한다. “예컨대 용감하다를 대담하다라고 하잖아요. 쓸개가 크다는 얘기 아니야. 간 떨어졌다. 간이 콩알만해졌다. 이런 말도 쓰고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똥줄이 탄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런 식으로 육체적 상태가 정신을 결정한다는 거예요.”

“미성년자 만 15세 미만으로 고쳐야”

-서양 철학은 이미 몸 철학으로 넘어온지 오래다.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데카르트까지 줄곧 서양철학을 지배한 게 ‘육체는 정신의 감옥이다’, ‘육체는 정신의 로봇이다’…이런 거지. 근데 웃긴 게, 나는 욕을 얻어먹는데, 서양에서 넘어온 것은 칭찬한단 말이지. 무라카미 류의 작품도 굉장히 야한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19금이 된 적이 없어요. 우리나라는 국수주의와 사대주의가 막 엉킨 나라예요.”

- 전 세계적으로 봐도 급진적인 부류에 속하는지.

“저는 세계적으로 봐도 급진적이죠. 지금도 서양 책 보면 막 사디즘(가학증), 마조히즘(피학증)을 정신병으로 보는 이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그걸 개성적인 성이다, 이러잖아요. 변태는 없고 개성만 있다. 변태라 부르지 말고 성 취향이라고 부르자. 서양도 여전히 둘로 나뉘어요. 옛날부터 유명했던 빌헬름 라이히(유럽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이런 사람들은 저 같이 급진적이고 미국 같이 기독교 국가에서는 일부 의사들이 이걸 정신병으로 보죠. 그런데 여자가 밤에 마조히즘을 좋아한다고 해서 낮에도 마조히스트는 아니거든요. 엘리자베스 여왕도 마조히스트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건 어디까지나 성적 취향이니까. 근데 그 구별을 못 해요.”

- 지배와 복종은 인간의 속성인 듯한데.

“대자연 질서니까. 자연은 절대로 아름답지 않아요. 자연은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전쟁이에요. 국가도 국민한테 복종을 강요하잖아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열심히 숭배하는 마조히스트들도 많잖아요. 정치고 뭐고, 지배와 복종이라고.”

“육체의 민주화 선언, 육체를 독립시켜야”

- 교수님 성 담론의 핵심은 무엇인지요.

“제 시의 구절 중 이런 말이 있어요. ‘권태는 변태를 낳고 변태는 창조를 낳는다.’ 변태를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해요. 변태는 취향이다 이거죠. 단 강제적인 것만 아니면. 외국의 진보는 반드시 프리섹스를 동반해요. 프랑스 68혁명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지 않나요? 그때 그들이 부르짖은 것이 프리섹스와 상상의 자유였어요. 이후 노동운동과 결합해서 드골 정권을 내쫓았잖아요? 1970년대에는 히피 운동이 나오고 반전운동이 나오고 록(Rock)이 대유행 하죠. 그다음에 소위 포르노가 나와요. 최초의 대박 포르노가 70년대 초에 미국에서 나온 딥 스로트(Deep throat)라고 목구멍 깊숙이에요. 그 때부터 포르노 시장이 활개치니까 처음에는 미국도 당황하다가 결국 대법원에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다 이렇게 판결한 거 아니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상을 잡아가잖아요.”

그의 요지는 문화의 민주주의로 진일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문화의 민주주의는 아직 안 됐어요. 정치의 민주화는 조금이나마 됐어요. 어쨌든 일당독재는 아니니까. 근데 문화의 민주화에는 별다른 관심을 안 둬요. 예컨대 표현의 자유를 개헌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소위 말하는 진보주의자들도 제가 잡혀갈 때 욕했어요. 우리나라 진보는 유교 진보나 다름없어요.”

17세기 <실낙원>을 펴낸 시인이자 사상가인 존 밀턴은 이런 말을 했다. "사상의 자유로운 공개 시장이야말로 진리가 자신을 드러내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존 밀턴도 당국의 검열로부터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원했다. 진리란 모름지기 논리나 제도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롭고 자율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더 잘 드러낸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표현의 자유는 금해지고 있다.

“한국 페미니스트는 신분 상승이 목적”

- <즐거운 사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 <즐거운 사라>는 일본에 번역돼서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그 기록은 지금도 안 깨지고 있어요. 일본에서 볼 때 한국이 한심한 거예요. 한마디로 유교적 정신주의에 함몰돼있다는 거지. 그네들이 볼 때는 한국 최초의 반유교소설이 <즐거운 사라>야.”

마 교수와 <즐거운 사라>는 애증의 관계다. 한창 잘 나가던 그는 이 책 때문에 1992년 현행범으로 전격 구속된다. 당시를 회상하자니 마 교수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구속되는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 세계 최초란 말이야. <채털리 부인의 사랑>(외설 음란 시비를 낳았던 영미 작가 DH 로렌스의 작품) 작가도 현행범으로 잡혀간 게 아니잖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영장도 없이 잡아갔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걸 긴급체포라고 해요. 현행범일 경우 영장청구 할 시간도 없다 이거야. 젠장. 내가 어떻게 현행범이야. <즐거운 사라>는 심리소설인데 성행위의 방식을 논했기로서니….”

그는 <즐거운 사라>로 전과 2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필화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가끔은 <즐거운 사라>가 원망스럽기도 해. 나를 조져놨어. 몇몇 정재계 인사들이 검찰에 들락날락거리다가 자살했잖아. 우리나라 사람은 검찰에서 잡아가면 무조건 나쁜 놈 취급당해요. <즐거운 사라> 전까지는 빵빵 잘 나갔지. 물론 몇 년밖에 안 됐지만.”

마 교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성 담론 에세이를 내면서부터다. 인문교양 서적으로 책 제목은 그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었어.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인데, 지금 봐도 야한 여자는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잖아요? 7~8년 전에 중앙일보에서 ‘해방 이후에 패러다임을 바꾼 세 권의 책’을 낸 게 있어요. 이어령의 <전환시대의 논리>, 박지향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그리고 제 책이에요. 그만큼 사회에 영향력을 끼쳤다는 거지. 성에 대해 대표적으로 쓴 거니까. 그 글은 지금 봐도 새로워. 앞서 갔다는 걸 느껴요. 25년 전 책에 페티시(Fetish)가 어떻고 스와핑(swapping)이 어떻고 나온다니까. 또 피어싱(Piercing)이 막 나와. 그때 피어싱이나 페티시는 아무도 못 알아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일상화됐잖아. 우리나라 최초의 성 담론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부터 찍혀서 결국 <즐거운 사라>로 잡혀가기까지 한 거 아니야.”

다시 <즐거운 사라>로 돌아왔다. 그를 괴롭히는 사라는 여전히 판매 금지 중이다. 사라를 해방하고 싶었던 마 교수는 사라를 재창조시킨 <다시 돌아온 사라>를 출간했다. 조만간 <2013판 돌아온 사라>도 펴낼 예정이다. 사라는 사라지만 조금씩 다른 시대상을 반영한다.

- 해금 가능성은 없나요.

“그러게, 책이라도 팔게 해야 할 거 아니야. 문광부에 전화해봤더니 그건 또 안 된대요. 당신이 무죄가 돼야 한대. 무죄가 되려면 재심을 청구해야 하는데, 확률은 제가 봐도 없어요. <즐거운 사라> 때의 담당 변호사였던 한승원 변호사라고, 예전에 감사원장 지낸 분이 계세요. 지금은 은퇴하셨지. 제가 작년에 그분한테 전화했어. 혹시 이거 무죄 되는 방법이 없겠느냐. 그러려면 재판을 해야 하는데, 자기가 볼 때 확률이 0이래요. 한국이 요즘 점점 보수화돼서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니까 단념해라 이러더라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

- 그래도 조금의 변화는 기대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2007년에는 독자가 <즐거운 사라>를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올려서 또 한 번 걸려서 전과 2범이 됐잖아요. 이현세 씨가 받은 형량과 똑같은 건데 벌금 300만 원이야. 그는 항소해서 이겼지만, 난 안 했죠. 왜냐. 우리나라는 판사 맘이야. 모든 재판은 증거주의라고 되어있죠. 근데 무슨 증거가 있어. 사라를 읽고 무슨 자살을 했나? 이번에도 재판을 해봤자 돈만 깨지고, 그래서 안 했어요.”

마 교수의 편이 될 문인이나 정치인은 있는지도 궁금했다. “장정일 씨가 소설을 놨잖아요. 천재로 봤는데 실망했어. 그 잘난 감옥 갔다 오더니 완전히 얼어서 소설을 못 쓰잖아. 정치인 중에서 성 얘기를 누가 할 수 있겠어요. 다들 보신주의라고. 몸을 아낀다는 말이지. 밤에 룸살롱을 갈지언정 절대로 낮에는 성에 대해서 내 식으로 자유롭게 풀어주자! 성매매 합법화하자! 이런 얘기를 안 하거든. 그러면 박살이 나거든.”

- 사라의 어떤 대목이 문제가 됐었던 건가요.

“대표적으로 많이 돌아다닌 게 그거죠. 사라가 땅콩 집어넣고 자위행위 하는 거. 사라가 레즈비언이랑도 하고, 심지어 카섹스 이것도 걸렸어요.”

사라는 성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마 교수 얘기로는 ‘룰루랄라, 또 남자 만나면 되지’라고 쿨 하게 끝난다. “일본에서 봤을 때는 페미니즘 소설이에요. 여자가 성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나가잖아. 근데 우리나라는 페미니스트라는 이들이 막 욕을 했다고요. 우리나라 페미니스트가 얼마나 고루합니까. 미안한 얘기지만 머리가 나쁜 건지…. 페미니즘이란 건 남녀동등권이니까 성에 관해서도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마치 우리나라 페미니즘들은 성은 남자만 즐기고 여자는 할 수 없이 따라간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하수도 문학이라고? 하수도가 얼마나 중요한데!”

- 오히려 영화화됐다면 별문제 없지 않았을까요.

“내 말이. 영화는 이상하게 많이 봐줘요. 근데 왜 문학은 더 가혹하냐는 거죠. 그때 검사하고도 취조받으면서 얘기도 해봤지만, 소설은 뭔가 감화를 줘야 한다는 거야. 고등학교 때 국어 가르칠 때도 맨날 그러잖아. 이 소설의 교훈이 뭐냐 이렇게 물어보잖아.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소설이나 영화 둘 다 오락이거든.”

- 이상하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영화는 참 많아요.

“얼마 전 본 신세계라는 영화는 첫 장면 때부터 피가 낭자하던데, 그건 또 하염없이 관대해요. 난 그게 이해가 안 가. 한쪽의 일방적인 폭력이 나빠, 서로 합의된 섹스가 나빠요?”

- 폭력이 나쁘죠.

“성 문학으로 모방범죄가 나올 수 있는 논리면, 잔인한 영화 역시 마찬가지 논리를 갖다대야 하는 거 아닌가?”

마 교수는 당시 자신을 구속하고 형을 내린 검사와 판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검찰에서 반성하는 게 없어. 몇 달 전에 너무 기막힌 걸 봤는데 월간조선인가 신동아인가. 나를 잡아넣은 검사가 쓴 거야. 제목이 음란서생 체포기인가? 그랬어요. 기막히더라고. 그걸 자기 공적이라고 자랑하더라고. 대어를 낚았대. 차마 못 건드리는 사회악을 자기가 퇴치했다, 이거야. 이런 젠장. 너무 하더라. (사이) 근데 검찰보다 더 미운 건 판사예요. 설사 잡아갔어도, 예컨대 구속적부심 같은 거 신청해도 판사가 안 들어주고, 보석도 안 해주고, 또 내가 해방 이후에 필화사건 중 형량이 제일 세요.”

-근데 책 주인공 이름 중 유독 ‘라’ 자로 끝나는 게 많은데요.

“라가 많지. <귀족>의 해라, <별것도 아닌 인생>에는 로라, <즐거운 사라>의 사라. 모두 사라 때문에 그래요. 사라의 또 다른 변형들이지.”

- 사라는 왜 사라인지요.

“고심 끝에 붙인 거예요. 즐거운 사라를 보면 성이 라(나)야. 사라가 술집을 나가잖아요. 그래서 나를 돈 주고 사라는 거지. 해서 나사라. 그런 뜻인데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 요지는 매춘이 뭐가 나쁘냐 이거지.”

마 교수의 주장은 ‘성매매의 합법화’이다. 그래야 성범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성 어거스트 조차도 매매춘에 찬성한 사람이에요. 그도 저하고 똑같은 표현을 썼어요. 욕망의 하수도다, 이거야. 제가 맨날 얘기한 게 이거 아니예요? 상수도 문화만 필요한 게 아니라 하수도 문화도 필요하다는 거예요. 만약에 큰 아파트에 변기가 전부 고장났는데, 하수도가 망가지고 똥이 뭉쳐서 악취가 난다면 어떻게 되냐는 거지요. 그런데도 <즐거운 사라> 판결문을 보면, 마광수 문학은 하수구로 버려야 한대요. 하수도 문학이래요. 아, 젠장. 하수도가 얼마나 중요한데!”

“성매매 합법화해야 성범죄 줄어든다”

-흉악 성범죄가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요새 전자발찌 차는 사람들 보세요. 다들 최하층 계급이에요. 장애인까지 내려가면 매매춘을 안 하고서는 섹스를 할 수가 없어요. 진짜 부자들은 그런 데 안 가고 룸살롱 가잖아요. 그런 데는 장관, 국회의원 드나들어도 하나도 안 잡잖아요? 그래놓고는 생계형 매춘하는 분들만 잡아들였어. 몇 해 전에는 성 노동자 여성 두세 명이 자살까지 했잖아요. 이후 성범죄 수치가 극성으로 올라가잖아. 통계가 증명하거든.”

실제 개방적인 일본보다 우리나라 성범죄가 7배나 높은 적도 있었다. 성을 억압할수록 음성적 성문화가 확대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성 노동을 불법화하면 성범죄만 늘어요. 우리나라는 어떻게 점점 나빠지고 있어. 그러니까 범죄를 줄이려면 개방적으로 하수도를 만들자 이거예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집창촌, 유럽식으로 말하면 성 노동자 일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성가족부가 난리쳐서 성문화 특별법을 만들어서 금지했잖아요. 집창촌은 가장 서민적인 하수도예요.”

- 개인적으로 공창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자발적 성매매를 인정하자는 거예요. 옛날처럼 포주한테나 인신매매단에 끌려오는 거면 일벌백계로 소탕해야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들 사라 같은 애들이야. 사라도 당당하게 아르바이트로 술집에 나가잖아. 그 시절에 사라는 아예 고등학교 때부터 순결을 뗐다고 나오잖아. 당시에는 아주 파격적인 거지. 근데 지금은 사라 같은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연대 중에서도 룸살롱 나가는 친구를 알아요. 아르바이트로 나간대. 난 룸살롱 비싸서 못 가고 여자 나오는 노래방 도우미 같은 데는 가 봤는데, 대부분 대학생이에요. 한마디로 우리는 거대한 집단적 기만이야. 속고 속이는 세상이야. 밤에 환락가가 이렇게 발달한 나라가 없어요.”

- 최근에는 한 번 나가면 100만 원을 받는 남자 노래방 도우미도 생겼던데.

“지금도 호스트바에 나가는 남학생이 얼마나 많은데. <귀족>이 호스트바에 나가는 남대생을 그린 거거든. 요즘은 여자애들이 고급 호텔에 가서 남자를 부르면 다 불러다 줘요. 그러니까 성매매에는 남녀 구별이 사라지고 있다고요. 실제로 여성 사디스트가 얼마나 많은데.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리포트를 받아봐도 마조히스트적인 속성을 가진 남자애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 솔직히 지식을 파는 거랑 몸 파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것도 제가 썼어요. 이번 새 책에도 나오는데 몸의 상품화와 지식의 상품화가 뭐가 다르냐 이거예요. 선생도 지식 팔아먹고 여자, 남자도 몸 팔아먹는데 왜 선생은 욕을 안 하냐는 거지. 어차피 다 상품이라고.”

“성욕의 시대, 진보는 프리섹스를 동반한다”

- 성 의식도 많이 바뀐 것 같은데.

“당연한 거예요. 60대는 GNP가 백 달러, 천 달러일 때 살았지만, 지금은 2만 달러 시대니까요. 그때가 식욕의 시대라면, 지금은 성욕의 시대예요. 배고플 때는 성교 생각이 안 나요. 동물만 해도 먹기 바쁘니까 발정기 때만 하는 거야. 왜냐. 에너지가 아깝거든요. 인류는 농경과 목축, 이런 걸 하면서부터 일 년 내내 성교하게 된 거예요. 오늘날은 빈부 차이가 심하지만, 외형으로 볼 때는 많이 발전했잖아요? 예전에는 굶어서 도둑질했는데, 요즘에는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도둑질을 하는 거예요. 이런 차이라고. 지금은 성욕의 시대라는 거죠. 이처럼 성욕의 시대에 왜 성을 억압하느냐 이 말이야.”

"가끔은 즐거운 사라가 원망스럽다"

마 교수가 볼 때 성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괴롭히는 단체는 크게 두 곳이다. 여성가족부와 기독교윤리실천연합회.

“여가부는 지난 번에 경고장을 보냈어요. 내 홈페이지가 야하다고 말이야. 젠장. 이제는 홈페이지까지 감시를 당해요. 거기다 일부 여성 학자들은 포르노는 강간이다, 이런 얘기를 거침없이 한다고요. 여가부 얘기는 맨날 포르노는 남자만 본다는 거야. 여성들을 위한 포르노가 얼마나 많은데. (사이) 예전에 기독교윤리실천연합의 손봉호 씨라고, 지금은 정년퇴직했지만, 서울대 교수일 때 제가 잡혀갔거든요? 그 사람이 <동아일보>에다 뭐라고 썼느냐면, 마광수 때문에 에이즈가 늘어났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잘 잡아갔다는 거죠. 이건 소송감이에요. 나하고 에이즈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 그런 분들이 소위 사회 명사라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도덕주의를 가장해야 출세하는 사회잖아요.”

마 교수는 우리나라가 OECD라고 자랑해봤자 세 가지 면에서 형편없다고 일갈했다. “우선 표현의 자유가 바닥이에요. <육체의 민주화 선언>에도 그런 글을 썼어요. 헌법을 개헌해야 한다. 왜냐. 표현의 자유가 우리는 제한적이에요. 우리나라 헌법이 웃긴 게 표현의 자유를 주긴 주되 쉽게 말해서 퇴폐적인 것과 빨갱이는 안 된다 이거예요. 이게 무슨 표현의 자유예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야.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해서 단서 조항을 없애야 한다, 이런 얘기를 이번 책에다 썼어요. 거기다 자살률 최고 아니야?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주느냐 이거야. 그 다음에 부패지수 최고!”

- 최근에 터진 별장 성 접대 동영상에 대한 여파도 만만치 않아요.

“낮과 밤의 이중성이에요. 낮에는 신사이고, 밤에는 야수이고. 한국의 밤 문화는 정말 엄청나요. 룸살롱, 술집 이런 데서 여자 다 불러주고…. 이번에 책에서 그런 얘기가 있어요. 한국이 이러다 망한다, 심지어 미국도 망할 것이다. 이중적 청교도 윤리 때문에…. 그래도 미국은 우리보다 포르노 자유라도 있지. 그렇지만 거기서 출세하려면 예수쟁이가 돼야 하거든.(웃음)”

마 교수의 저서 중 <청춘>이란 책을 보면, ‘대한민국’이란 시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순을 꼬집은 건데, 한 마디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제 대학 시절 얘긴데, 여자가 잘 노는 여자였는데, 하루는 이태원의 흑인 전용 클럽에 저를 데려갔어요. 그땐 통행금지가 있을 땐데, 외국인 전용 클럽은 통행금지가 없었거든요? 암튼 저는 신기한 마음에 여자를 쫓아가면서 외국인 전용 클럽인데 어떻게 들어가느냐고 물었죠. 그러니까 여자 말이 한국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거야. 그 시절도 그랬어요. 통금은 있는데 외국인 관광호텔은 면죄야. 내 참, 그럼 돈 있는 놈은 밤새 놀 수 있다는 거 아니야? 이거 웃기는 거 아니예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냐고!”

그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고아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가진 것도 불만이라고 말했다. 고아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어릴 때부터 성교육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맨날 얘기하는 게 뭡니까. 아는 게 힘이라는 거예요. 모르는 건 약이 아니예요. 그런데 우리는 피임 교육도 제대로 안 하잖아요. 성교육이라고 해봤자 정자가 난자에 들어가서 어떻게 해서 나팔관이 어떻고, 이런 거 좀 가르치다 말잖아요? 결국, 아이 낳으면 버리고, 낙태하고…. 낙태가 뭐가 좋아요. 생명을 죽이는 건데. 제자 중에서도 선생들이 많은데 성교육을 하려고 해도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난대요. 유럽에서는 아예 중학교 때부터 남학생들한테 콘돔을 나눠져요. 우리나라의 실상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해요. 연대 애들한테 물어봐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연애 경험이 있어요. 연애하다 보면 관계를 맺는 거고, 대학생들은 거의 100%예요. 근데 피임 교육을 안 하는 게 말이 돼요?”

- 책 <나의 이력서>를 읽어보니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구강 성교를 고수하셨던데요.

“제자 중에서 애 셋 난 애가 있어요. 왜 셋을 낳았느냐고 물으니까 피임을 실패했더라고요. 학생 때 제일 좋은 피임이 여자가 매일 먹는 약이거든요. 근데 여자가 매일 먹겠어요. (사이) 아이는 원래부터 안 낳기로 했어요. 잘 키울 자신도 없고 인생은 고통이거든. 전 중학교 때부터 입시를 겪은 세대예요. 이후 대학원 석사 과정, 취직 시험까지…. 지긋지긋해요. 삶이 너무 힘들다고요. 거기다 몸이 약해 병마와 좀 싸웠어요? 어릴 때 폐병에 시달렸고, 몇 년 전에는 뇌출혈로 졸도까지 했잖아요. 약값도 엄청나게 들어요. 거기다 담배를 이렇게 피워대니…. (그가 하루에 태우는 담배만 해도 두 서너 갑이다.) 그리고 일단 자유로운 연애가 안 되잖아요.”

- 재혼은 하고 싶지 않으세요?

“전 여전히 계약 동거를 주장해요.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35%예요. 솔직히 예전에 이혼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이혼하자고 했기 때문에 위자료도 너무 많이 들었고….”

- 꽤 좋아했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결혼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살아보니까. 연애할 때는 다 때 빼고 광 내고 나오잖아요. 그런데 요리도 해야 하고, 입맛도 다르고, 암튼 여러 가지가 있지요.”

마 교수의 작품을 보면, 긴 손톱을 가진 여성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찌 보면 그의 상상력을 높이고,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뮤즈의 역할인 듯도 했다. 이는 곧 유미적 평화주의와도 연결된다. “제가 긴 손톱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손톱이 길면 손톱 부러질까 봐 절대 못 할퀴어요. 진짜야. 성의 즐거움에 빠지면 폭력은 안 하게 돼요. 저는 유미적 평화주의자예요. 손톱 기르게 하는 용도가 뭐겠어. 섹스하려고 하는 거예요. (왜냐고 묻자) 관능적이잖아요. 요즘 네일 아트가 되게 유행이잖아요? 따지고 보면, 야하게 보이려고 하는 거지. 손톱을 기르면 폭력을 못 하듯이 예컨대 새 옷을 입고 나가 봐요. 어떻게 싸워. 피가 옷에 튈까 봐. 성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풀어주면 폭력 범죄가 줄어든다는 논리와 같은 거예요. 저는 교복 입는 걸 없애라고 주장해요. 옷에 신경 쓰는데 언제 싸워. 왕따 문화 많이 없어질 수 있지. 이팔청춘 때가 최고의 전성기예요. 그때가 제일 멋 내고 싶고, 염색도 하고 싶은 때예요. 그런데 어른들이 말리잖아. 그러니까 애들이 싸우고 싶지. 미(美)를 억압하면 싸우고 싶지.”

“마조히즘적이 남자, 사디스트적인 여자도 많다”

-긴 손톱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되게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버스 안에서 여대생들이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걸 보면, 흥분하고 그랬어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미적 센스가 잘 발달해서인 것도 같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손톱의 미학을 모르는 것 같아요. 서양이나 중국이나 옛날부터 긴 손톱을 중요시했어요. <보봐리 부인>도 보면, 바람피우는 젊은 남자 손톱이 길어서 멋있다는 말이 많이 나와요. 저도 20대로 돌아간다면 때 빼고 광 낸 채 긴 손톱을 기르고 싶어요. (손톱 길이의 적정선을 묻자)5cm가 보기 좋지 않나.”

- 그분(전 부인)도 긴 손톱을 가진 분이었는지.

“처녀 때는 긴 손톱을 가졌어요. 그래서 반했어. 나중에 교수가 되어서 못 기르더라고.”

내친 김에 민얼굴을 가진 여성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도 궁금했다.

“이팔청춘 때는 피부가 정말 예뻐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인공미로 가꿔야 해요. 가수 김수희 씨나 하춘화 씨도 거의 60에 가깝지만, 피부가 팽팽하잖아요. 다 성형의학 덕분이에요. 나이 먹고도 핑핑대면서 연예인들이 돈 버는 이유는 뭔데요. 결국 팬들이 인공미를 좋아한단 뜻이에요. 늙은 모습 그대로 나와 봐요. 인기가 있겠어? 만약 연예인들이 화장 안 하고 그대로 나와 봐요. 다들 화장 하고 나오라고 그러지. 그래서 보톡스 맞고 다 그런 거지. 지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김완선인데 와, 더 섹시해졌잖아.”

- 미술을 겸업으로 하셔서 그런지, 긴 손톱이나 다양한 색채에 매료되는 건 아닌지.

“제 소설을 보면 이미지 묘사가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예전부터 현란한 색깔을 좋아했어요. 그래서인지 염색문화가 많이 없어진 게 아쉬워. 10여 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이 염색을 많이 했는데…. 유행을 좇아가지 말고, 남이 안 할 때 해야 빛이 나는데.”

좋아하는 미술가를 묻자, “고흐”, “마티스”라고 답한다. 모두 색채가 인상적인 화가들이다.

“옛날에는 고흐라고 얘기했는데, 고흐가 요즘 너무 흔해져서…(웃음) 근대 걸쳐서는 마티스를 좋아해요. 마티스도 형태보다는 색채를 중요시했어요. 고흐는 노란색이 떠오르잖아요? 근데 마티스는 그보다 더하지. 선도 잘 안 그어. 아주 원색으로만. 이상하게 문학과 미술은 비슷하게 가는 경우가 꽤 있어요.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때문에 더 빨리 유명해졌어요. 편지를 아주 잘 썼어요. 근데 음악 하는 사람이 글 잘 쓴다는 얘기는 별로 못 들어봤지(웃음).”

- 얼마 전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에 ‘화장 안 했다고 비난한 사람이 또 한 사람 있었다’며 교수님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는데요.

“제가 바로 반박했잖아요. 교육자로서 어느 학생 앞에서도 외모에 대해 간섭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공지영 씨가 완전 날조한 거지. 나를 끌어들여서 변희재 씨 욕하는 데 써먹은 거죠.”

마 교수에 대해 떠도는 루머 중 ‘예쁜 제자, 학점 더 잘 주기’도 있다. 이는 마 교수를 야설 작가라고 폄하시키는 것만큼이나 기분 나쁜 일이라고 했다. “수강생이 그렇게 많은데 누가 예쁜지 보이기나 하나?”

- 이외수 작가의 학력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일단 실수했고, 제가 잘못한 거죠. 하필이면 제가 강원도 화천초등학교를 들어간 사람이에요. 찢어지게 가난한 곳이지. 그런데 이외수 씨의 작업실로 백억을 썼단 말이야. 어느 현존 작가도 그런 혜택을 받은 작가는 없어요. 하다못해 전기료부터 운영비도 엄청 들어간다는 거예요. 거기 가난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복지에는 안 쓰고. 이런 것에 대해서 분노하다 보니까…. 그런 말까지 나온 거예요. 절대로 공식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고, 홈페이지에다 비공개로 댓글로 단 건데, 하필 그게….”

- 연대 학생들과는 교재 강매 논란으로 갑론을박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일보가 저질 상업주의란 게 이번에 드러났어요. 수강생들 한 두명이 교재 사는 것에 불만을 느낀 건데, 이를 무슨 큰 사건처럼 보도한 거지.”

대화를 바꿔 마 교수의 문학관에 대해 들었다. “상상력의 일탈이지. 제가 만든 말로 대리배설이라고도 하죠. 카타르시스를 그렇게 번역했어요.”

“성욕의 시대, 진보는 프리섹스를 동반한다”

-애독자 중에는 마광수의 작품은 야한데도 밝고 산뜻하다, 그래서 오히려 야하지 않다고들 하는데요.

“<즐거운 사라>를 읽어보라고 한 게 야한 부분은 십 분의 일도 안 돼요. 그 몇 줄 가지고 잡은 거예요. 그건 심리소설이에요. 어찌 보면 완전히 표적 수사이지. 진짜란 보장은 없지만, 한 일간지 보도대로라면, 국무총리 특별 지시인 거예요. 웃기는 거 아니야? 그 책이 얼마나 발랄한데. 제목에 ‘즐거운’이라는 말을 왜 붙였느냐면 내가 발랄하거든.(웃음)”

마 교수는 문장에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 “제 최고의 모토는 쉽게 읽게 하기예요. 쉽게 읽히게 쓰려면 무지 고쳐야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줘요. 그냥 아주 쉽게 쓰는 줄 알아요. 다행히 그걸 알아주는 독자들도 있지. <광마일기>가 재미로 따지면 최고로 재미난 소설인데, 읽다 보면 졸졸졸 술술 읽힌다는 거야. 하룻밤에 다 읽는다고들 해요. 이렇게 쓰려면 원고지가 새까매지도록 고치는 등 몇 번의 퇴고를 해야 해요. 테마 이즈 스타일. 주제가 곧 문체거든? 이게 제 신조고, 그렇게 쉽게 쓰기까지 꽤 오랫동안 습작을 했어요.”

문제는 그런 노고를 대부분의 독자나 평론가들이 몰라준다는 것이다. 이 점이 그를 서운하게 하는 듯했다. “우리나라 독자 중 마조히스트가 많아요. 어렵게 써야 존경해요. 누구 이름을 거론해서는 안 되지만 저 잡혀갈 때 잘 잡혀갔다고 써준 분, 이문열이라든가…. (사이) 김 모 작가는 문장을 비비 꼬잖아요. (문장이 아름답다고 하자) 쥐어짜는 거지. 그런데도 그 작가를 숭배하는 독자들이 많아요. 저는 신춘문예 당선작들, 이상 문학상 등도 못 읽겠어요. 미국번역체 같이 비비 꼰 글들. 문장이 짜증나는 거야. 윤 모 작가나 신 모 작가나 문장을 너무 못 쓰는 작가예요. 그런데도 잘 팔리니까 신기한 일이지.”

마 교수는 소설의 엔터테인먼트를 주장한다. “소설이 엄숙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요. 당신 소설에는 교훈이 없대. 메시지가 없다, 이거지. 미치겠어. 소설이 교훈을 줘야 해? 재미를 줘야지? 그런데도 소설가는 사회지도자가 돼야 하고, 정치참여 해야 하고, 사회 개선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딴 소리를 하고 있어요. 공지영 씨나 이외수 씨가 트위터에다 정치 얘기 많이 하잖아요? 쟁이면 쟁이질을 해야죠. 아니면 정식으로 국회의원에 나가든가. 작가가 무슨 훈수 둘 입장이 아니라고요. (사이) 제가 쟁이를 천시하는 게 아니예요. 장인은 우대받아야 마땅하다고 맨 날 주장합니다. 독일은 대학에 가지 않는 이들이 70%예요. 집 짓는 장인 등 각자의 소질을 전문화하는 거예요. 저는 분업주의자를 지향해요. 인간사회가 분업으로 이뤄지는 거잖아요. 분업의 원칙을 깨면 안 되는 거예요.”

“내 인생 최고의 모토는 글 쉽게 읽히게 쓰기”

- 교수님이 질투하는 작가는 없나요.

“제가 질투하는 사람 많죠. 유명하고 돈 많이 버는 사람. 조정래, 故박경리 선생. 이런 분들 질투 대상이지.”

- 교훈을 주는 소설은 쓰실 생각이 없는지.

“교훈을 주는 건 따로 있죠. 그간 철학에세이나 인문 비평 등을 많이 냈잖아요.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등. 철학책을 어렵게 쓰는 건 잘 몰라서 그래요. 소화를 다 못 시킨 사람들이 이빨이 안 들어가는 철학책을 내는 거지. 소화를 시키면 책이 어렵게 나오지 않아요.”

-재평가가 언제쯤 될 거라고 보나요.

“전 안 될 것 같아요. 죽은 뒤에도 안 될 것 같아. 제가 <즐거운 사라>로 잡혀갈 때 한마디 하라고 해서 버들버들 떠는 와중에도 한마디 한 게 뭐냐면 <즐거운 사라>, 이 사건은 십 년 뒤면 코미디가 될 것이다, 이랬거든요? 근데 그로부터 이십일 년이 지났어요.(웃음) 근데 오히려 검열이 악화했잖아요? 제 살아생전 재평가받기는 더 힘들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담배도 너무 피우고. 몸이 약해서….저는 특별한 종교가 없어요. 죽은 다음에 천당이니 지옥이니 믿지 않아요. 그러니 죽은 다음에 재평가된들 제가 알겠어요? 제일 부러운 건 피카소 같은 사람이지. 제일 불쌍한 건 빈센트 반 고흐. 그는 40대 때 자살까지 했어요. 죽고 나서 유명해지면 뭘해.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별로 살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생계 문제 때문에 책은 좀 팔렸으면 좋겠어요.”

현재 마 교수는 아흔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의 건강이 쇠약해져 간병비만 한 달에 250만 원이 깨진다. 전과 2범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연금을 받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마 교수는 19금 작가로 유명하다. 그로서는 복장 터지는 일이다. 책 표지 위로 빨간 딱지가 붙으면 대중과의 소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책이 팔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더군다나 1만 부 팔리면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정도로, 그만큼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다.

“요즘 풍조가 책은 한물 간 시대잖아요. 책방 가서 이 책 저 책 고르는 게 아니예요. 매스컴에서 띄어주면 우르르 가는 거예요. 오죽하면 베스트셀러를 사재기로 조작하잖아요. 소설은 주로 전업주부들이 읽어요. 대학생들은 거의 안 읽어요. 그러니 여류작가 것은 잘 팔릴 수밖에 없지.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씨 등 이런 작가 외에 이외수, 황석영 씨 정도? 나머지는 아예 안 팔려요. 특히 19금 딱지가 붙여지면, 아예 책방에서 안 받아요. 설령 받는다 해도 진열도 안 해요. 독자도 책을 뜯어볼 생각이 들겠어요? 빨간 딱지 붙은걸?”

- 19금이 안 되게 비껴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근데 그걸 알 수가 있어야죠. 예컨대 <귀족> 같은 경우는 맨 처음에 썼을 때 출판사에서 너무 야하다고 다시 쓰라고 했거든? 그래서 다시 썼더니 이제는 안전하다는 거야. 그러면 뭘 해.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19금이 나왔는데. <귀족> 같은 경우는 누가 봐도 19금이 아니예요. 섹스를 안 하는데, 아예. 근데 무슨 손톱 기른 게 퇴폐적이야. 너무 탄압이 심해요. 이건 엿 장사 맘대로야. 뭐가 음란하다는 규정이 없잖아. 그들이 그 많은 책을 읽겠어요? 그니까 내 것을 뎁따 보는 거예요. 왜냐면 건수를 올려야 월급을 받을 거 아니야. 그곳이 관공서라고. 문광부 산하. 그러니까 미치는 거지. 작년에 개정판으로 <권태>와 <불안>을 냈는데 원래는 19금 아니었거든요? 근데 다시 내니까 19금을 때렸어요. <불안>은 제목을 바꿨어. <페티시 오르가즘>으로.”

-혹시 제목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요.

“20년 전에 통과됐는데 무슨 19금이에요. 예전 <즐거운 사라>가 문제됐을 때도 <엠마뉘엘 부인>, <투명에 가까운 슬픔의 블루> 등 외국에서 들여온 작품은 막 팔렸어요.”

마 교수는 모난 돌이 정 맞는 세상에서는 남들보다 앞서 가면 안 된다는 말도 당부했다. “제가 쓴 글 중 모난 돌은 좋은 돌이라는 말이 있어요. 하지만 개성만 있으면 피 보는 거예요. 남들보다 먼저 가면 안 돼요. 근데 내가 먼저 앞서 갔거든. 우리 과 교수 중 저처럼 책 많이 낸 사람도 없어요. 그 옛날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도 쓰고…. 그러면 뭐해. 과 교수 중 친한 이들한테도 배반, 왕따당했잖아요? 친한 사람들 믿지 마요. 하하….”

그가 <즐거운 사라>로 곤욕을 당할 때 주변의 지인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그를 찾아와 위로하는 사람과 배척하는 사람. “과 교수한테 왕따 당해서 잘릴 뻔하고, 휴직했다가 복직하고 그랬잖아요. 우울증도 심했고, 그것 때문에 자살 시도도 하고…. 이건 단순히 우울하다가 아니에요.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온몸에 영향이 와요. 만약 그때 포기했으면 지금은 먹고 살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아직은 월급이라도 받잖아. 예전에는 학교에 매일 나갔는데, 이제는 복도에서 과 교수들과 부딪치기도 싫어요.”

그의 자전적 에세이 <나의 이력서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2000년에 일어났던 이른바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들의 집단 따돌림으로 ‘교수 재임용 탈락 소동’ 때도, 나는 나의 교수 재임용 탈락을 주동한, 가장 믿고 사귀었던 후배이자 친구인 K 교수(그때 학과장을 맡고 있었다)와 R 교수에게 실컷 욕지거리를 한 번 퍼부어주지도 못했다. 그네들은 나한테 ‘야, 너 나가’라고 말하며 깡패처럼 굴었는데도 말이다. 마음이 약한 내 성격 때문이었다.”

화제를 돌렸다. 박범신의 소설을 영화화 한 <은교>를 봤는지 궁금했다. “야한 것 같이 폼만 잡고는 하나도 안 야해요. 완전히 속았어요. 개연성이 전혀 없어요. 시인의 집이 뭐 그리 큰지…. 아니, 노인네는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어? 젠장, 은교랑 안 하잖아요. 피카소나 괴테 봐요. 칠팔십에도 열일곱 살과 하잖아. 노인이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나중에 권선징악으로 끝나는데, 그게 박범신 씨의 한계라고 봐요. 박해일을 도덕군자로 만들었잖아. <은교>같은 게 대표적인 양다리 걸치기라고 볼 수 있어요. 한쪽은 야하고, 한쪽은 도덕. 야하려면 도덕을 쳐내야지. 野(야) 자가 들야잖아요. 짐승 같은 것이야.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도덕적 방황이에요.”

인터뷰 말미 무렵. 강조하고 싶은 말에 대해 한 줄로 담아봤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읽어보고 욕을 해라.”
잡아들인 담당 검사에게는? “반성 좀 해라.”
판사들에게는? “문학을 너무 몰라. 그만 좀 무식해라.”
젊은 세대들을 위한 메시지는? “제발 야해져라.”
지식인들에게는? “솔직해져라.”
정치인들에게는? “보신주의를 버려라.”
젊은 작가들에게는? “똥폼잡지 마라.”

끝으로 섹스진보주의자로서 섹스당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실제로 이탈리아는 섹스당이 있어요. 그런데 정치는 제 소관이 아니예요.(웃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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