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흥망성쇠…‘엇갈린 운명’ 메리츠와 우리③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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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금사 흥망성쇠…‘엇갈린 운명’ 메리츠와 우리③ [옛날신문보기]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5.09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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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종금-증권 합병…종금업 라이선스로 급성장 이뤄
우리금융은 금호종금 인수 후 2014년 우리투자증권 매각
올해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잃어버린 10년 회복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2014년 3월14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앞. ⓒ연합뉴스

종합금융회사, 즉 종금사(綜金社)는 1970년대 국내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 관련법이 제정된 뒤 정부 차원에서 육성을 지원하며 한때 30여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종금사는 우리종금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모회사인 우리금융이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시사오늘>은 한때 금융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종금의 흥망성쇠를 살펴봤다.

80~90년대 국내 금융시장을 한때 군림했던 종금사가 IMF를 전후해 몰락한 가운데 생존에 성공한 종금사마저 증권사와의 합병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LG증권(舊 우리투자증권, 現 NH투자증권)-LG종금 합병, 메리츠증권-메리츠종금 합병 사례가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메리츠종금 합병을 통해 탄생한 ‘메리츠종금증권(現 메리츠증권)’은 증권사의 현명한 종금업 라이선스 활용사례로 회자될 정도다.

메리츠종금의 전신은 한불종금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였던 한불종금은 메리츠금융에 인수되며 메리츠종금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인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증권이 조양호 회장 계열의 한불종금을 완전 인수한다. 메리츠증권은 한불종금 최대주주인 소시에테제네랄(SG) 지분 41.45%와 대한항공 한국공항 정석기업 등 옛 한진그룹 지분 28.71%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2006년 9월20일자 <매일경제> 메리츠證, 한불종금 인수했다

한불종금을 인수해 종금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메리츠증권은 종금사를 유지하는 대신 증권사와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꾀하기로 했다. 이같은 선택은 당시 중소형급에 머물던 메리츠증권을 대형IB 자격을 가진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게 만드는 발판이 됐다.

반면 우리금융은 메리츠와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LG종금과 합병한 LG증권을 인수한 후 이름을 바꿔 계열사로 두고 있던 舊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에 매각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이 가진 종금업 라이선스 유효기간은 2009년 10월까지로 매각 시점에서 이미 만료된 상태였지만, 당시 우리금융은 금호종금(現 우리종금)을 인수해 또다른 종금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상황이었다.

우리금융지주가 금호종합금융(이하 금호종금)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를 확정했다. (중략) 우리금융은 경영상태가 악화된 금호종금을 조기에 정상화시켜 기업가치 제고를 도모하고, 보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금업 라이선스의 장점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경영환경에 따라 계열 은행이나 증권사와의 합병을 통해 사업모델 차별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6월14일자 <아시아경제> 우리금융, 금호종금 인수 확정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금호종금과 우리투자증권을 합병하는 대신 우리투자증권만 매각하는 선택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우리금융의 패착이었다. 증권업 기반을 상실한 우리금융은 이후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빈약한 비은행권 포트폴리오라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엔에이치(NH)농협금융이 증권업계 선두인 우리투자증권의 새로운 주인으로 올라섰다. (중략)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관료 출신인 임영록 케이비금융 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입찰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2013년 12월24일 <한겨레> 농협금융, 우리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역설적이게도 2014년 우리투자증권 매각 당시 농협금융 회장이 바로 지금의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다. 2024년 현재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 합병을 주도하는 임종룡 회장의 최대 목표가 증권업 재진출이라는 점에서 ‘잃어버린 10년’의 시작과 끝에 임 회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이 종금업을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이뤄낸 사이, 이제 막 합병종금증권사 출범을 준비하는 우리금융이 (가칭)우리투자증권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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